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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an 22. 2021

알록달록 오색빛깔 마을, 감천문화마을

산이 품고 있는 아늑한 마을

짝꿍은 부산을 좋아한다. 2년 정도 전에 부산을 이미 한 번 다녀왔었는데, 그 이후로 부산을 한 번 더 가보고 싶다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다가 작년 연말 즈음에 길게 시간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부산을 다시 한 번 다녀오게 되었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부산까지 긴 거리를 직접 운전해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왕 긴 거리를 떠나왔으니 부산에 조금 길게 머물기로 했고, 최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신경쓰면서 다녔다. 



부산의 옥녀봉과 천마산 사이에 자리잡은 감천문화마을이 부산을 대표하는 여행지가 된 것은 꽤 오래되었다.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산비탈에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고, 그 모습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이 감천문화마을이다. 열악했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주민들,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현재의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감천문화마을이 탄생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마을 주민, 예술가, 관련 활동가, 지자체 공무원 등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힘을 합쳐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 


감천문화마을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전망대라고 만들어 놓은 장소가 마을 주민이 실제로 살고있는 집의 옥상이다. 그래서 이 전망대는 오후 5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그리고 올라가는 길에는 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배려해 달라는 문구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전망대에 올라가면 멀리 감천항 부두의 모습이 보이고, 바로 아래에는 감천문화마을의 오색찬란한 빛깔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뒤로는 나무에 가려지긴 했지만, 부산타워를 비롯한 부산 시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전망대를 내려와서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많은 가게와 공방들이 나온다. 우리가 갔을 때는 평일 오후였는데, 관광객이 워낙 많이 줄어서 그런지 문을 열고 있는 가게가 별로 없었다. 그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길을 따라 걸으면서 찾게 되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벽화 또는 작품들을 발견하는 것이 감천문화마을을 여행하는 하나의 재미였다. 미로처럼 엮인 골목길에 숨어있는 이런 작품들을 숨바꼭질하듯이 발견하면 한껏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다음에는 어떤 것이 내 눈을 즐겁게 해 줄지 기대하게 된다. 


이처럼 벽에 그려진 작품들을 찾아가면서 길을 따라 정처없이 걷다보면 중간중간 미로 속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좁을 골목길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 좁은 골목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감천문화마을의 모습이 꽤 이색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골목길을 따라 미로 속으로 들어가면 마을의 구석구석을 마음껏 엿볼 수 있다. 물론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 바로 앞 골목길을 걷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하게 돌아다녔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이 곳에서 숨바꼭질해서 한 번 술래가 되면 게임 끝날 때까지 술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짝꿍은 미로 속에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한참을 걸었다. 



웃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버려진 날이다.

우리는 미로 속을 빠져나와서 다시 메인 골목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감천문화마을의 상징인 어린왕자 조형물을 만나게 되었다. 예전에 감천문화마을에 왔을 때는 이 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꽤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는데, 이번에는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보니까 감천문화역이라는 곳이 나왔다. 그 앞에 영국 음식을 하는 식당이 있었다. 신기하면서도 반가운 맘에 짝꿍과 함께 가게 앞에 있는 메뉴를 살펴봤는데 실제로 영국에서 파는 음식들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영국 음식이 반갑긴 했지만, 시간이 어중간해서 식당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식당 옆에는 또 다른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계단 칸마다 여러 책 제목들이 써 있었고, 그 옆의 하얀 벽에 좋은 문구 하나가 써 있었다. 항상 웃으면서 지내라는, 내가 마음 속에 항상 간직하고 있는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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