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곰 Dec 20. 2020

순천만습지 갈대군락지

드넓은 갈대밭에서의 아름다운 일몰


지난 가을날, 짝꿍과 함께 순천을 다녀왔다. 어디를 처음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순천만습지로 첫 발걸음을 옮겼다. 순천만습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으로, 갈대밭과 일몰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서면 박물관과 같은 건물들이 나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간다. 그들이 이 곳에 온 목적은 갈대밭 사이를 산책하고, 용산전망대에 가서 일몰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들과 목적이 같았기 때문에 건물들은 과감하게 지나쳤고, 갈대밭으로 직행했다. 


그렇게 조금만 걷다 보면 갈대밭에 도착한다. 이제 그 곳에서부터 갈대밭의 장관을 볼 수 있게 되는데, 갈대밭 사이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가면서 끊임없이 사진과 비디오를 찍게 된다. 똑같은 갈대밭인데 신기하게도 장소마다 모습이 조금씩 다르고,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만들어지는 갈대 파도는 가히 장관이었다. 그렇게 나와 짝꿍은 산책로를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꽤 자주 멈추었고, 자연스럽게 용산전망대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용산전망대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갈대밭이 푹 빠져버렸고, 그렇게 오랜 시간 갈대밭 사이에서 머물다 돌아왔다. 



순천만습지 갈대밭의 또 다른 모습은 해가 넘어가면서 나온다. 일몰과 함께 찾아오는 붉은 빛은 갈대밭을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는다. 빨갛게 물드는 갈대밭과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의 모습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그만큼 장관이었고, 아름다웠다.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멍하니 갈대밭만 바라보고 있었고,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되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것처럼 사진 찍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중간중간 많은 시간을 보낸 탓에 순천만습지 갈대밭의 절반 정도만 돌고 나오게 되었다. 저녁 시간이 슬슬 다가오고 있었고,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어두워지기 전에 순천만습지를 나가기 위해서였다. 전체를 다 돌지 못했고, 용산전망대도 가보지 못했지만 결코 아쉽지 않았다. 그저 드넓은 갈대밭에서 해가 지는 그 순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축복이었고 행복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짝꿍과 함께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다. 



                                                    "같은 갈대밭인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돼.

                                                    정말 아름답다 여기. 다음에 꼭 다시 오자."



그렇게 우리는 순천만습지를 빠져나왔다. 나와 짝꿍은 순천만습지에서 정말 아름다운 일몰을 선물받은 기분이었다. 짝꿍의 기억 속에 순천이라는 도시 이름이 완전히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순천에 빠져들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