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평범한 것이, 누구에게는 특별한 것으로.
어느 가을날, 순천으로 짝꿍과 여행을 다녀왔다. 가을의 순천만은 정말 아름다웠다. 평소에도 아름다운 순천만인데, 가을의 순천만은 다른 어떤 모습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아름다움을 표현해 낸다. 타이밍이 잘 맞아서 황금색으로 옷을 갈아입을 들판과 단풍이 지는 나무의 모습을 충분히 즐기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순천만 습지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갈대밭의 향연 속에서 머물다 왔고,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가을에만 볼 수 있는 다양한 꽃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생태의 도시, 순천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순천은 자연 친화적인 도시로 많이 변모했고, 가는 곳곳마다 그런 모습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관광객이 정말 많이 찾는 곳이기는 하지만, 관광지에서 한 발자국만 멀어지면 정말 조용하고 고즈넉한 도시이다. 순천이 꽤 큰 편에 속하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느낌을 받는 이유는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차분함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닮아서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가는 곳곳마다 그저 편안한 여행있고,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졌고, 편안했다. 어느 순간 자연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나도 언젠가는 서울을 떠나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도 조금은 해보았다.
순천만을 차를 타고 가는 길에 길 옆으로 넓게 펼쳐진 황금 들판을 보게 되었다. 벼농사를 많이 짓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아름답기는 하지만 나에게 그렇게 특별하게 와닿는 장소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숱하게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인데, 짝꿍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곳을 보자마자 짝꿍이 잠시 내리자고 얘기했고, 홀린듯이 길을 따라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리는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 모습을 충분히 즐기고 차로 돌아와서 짝꿍이 한 마디를 던진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모르는 것 같아"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면서 보고 경험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아주 소중한 순간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한국만 바라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겼던 한국의 모습들이,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더없이 아름답고 특별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순천이라는 도시 이름을 잊지 못할 거 같아."
나와 항상 함께 다니는 짝꿍은 외국인이다 보니까 한국 지명을 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둘이서 정말 많이 곳을 돌아다녔지만 짝꿍이 기억하고 있는 도시는 손에 꼽힐 정도인데, 순천을 여행하고 돌아오면서 '순천'이라는 도시는 까먹지 않을 것 같다고 많이 얘기했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순천이라는 도시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의 모습을 본 장소라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