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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Dec 07. 2023

[런던 여행] 템즈강을 따라 걷다.

빅벤(Big Ben)/템즈강(River Thames)

어느덧 런던에서의 3일째 되는 날이다. 이날 우리는 또 다시 런던 중심으로 항했다. 다만 전날 갔던 곳이 아니라, 런던의 또 다른 중심 지역인 빅벤 주변이다. 우리는 빅토리아역(Victoria Station)부터 빅벤, 그리고 템즈강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오늘은 우리가 이 길을 걸으면서 본 것과 우리의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다. 



"와... 여기는 완전 현대식 건물로 가득하네. 그리고 예전에 비해 길이 깔끔해진 것 같은데...? 


우리는 숙소에서 빅토리아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빅토리아역은 내가 브라이튼에 머물 당시 참 많이 이용했던 역이다. 브라이튼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리면 런던에 도착하는데, 그 역이 바로 빅토리아역이기 때문이다. 나는 추억을 되새기려 역 안으로 들어섰다. 역 안의 모습은 그 때와 거의 변함이 없었다. 역 안에 있는 넓은 광장에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 사이사이 비둘기들이 사람들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혹시나 빵쪼가리라도 떨어질까, 빵을 먹고 있는 사람 주변에는 아예 자리잡고 있는 비둘기도 있었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모습이랄까. 역사 안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영국에 살 때는 면역이 되서인지 그렇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와서 보니까 새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기차를 탈 게 아니었기 때문에 짧게 역 안을 구경하고 나왔다. 그리고 빅벤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빅토리아역에서 빅벤이 보이는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아서 걸어서 10~15분 정도 걸으면 된다. 사원까지 가는 길은 런던 중심과는 다르게 독특한 디자인의 현대식 건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리고 길도 꽤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는데, 원래 이랬던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런던을 떠나 있던 사이에 깨끗하게 정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건물의 디자인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걷는 것도 이 길을 걷는 하나의 작은 재미였다. 세련된 현대식 건물이 이어지는 길 사이로 다소 중후한 느낌이 가득한 영국 특유의 까만 택시가 지나다니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국 택시는 우리나라 택시와 여러모로 다르기 때문에 영국을 여행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까만 택시를 한번 타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물론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하다.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았는데 어느새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눈 앞에 펼쳐졌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영국 교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으로 수많은 역사적 현장이 된 곳이기도 하다. 역대 왕/여왕의 대관식이 열렸고, 왕족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만큼 영국 역사를 훑어보면 정말 많이 등장하는 배경이 이곳,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다. 영국 종교를 상징하는 곳이니만큼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꽤 규모가 크다. 밖에서 보면 정말 웅장한 건축물인데, 이 건물은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햇빛이 따뜻해지는 오후 느즈막하게 가서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사원 앞을 정말 많이 지나다녔는데 정작 이 사원 안으로 들어가본 적은 없다. 나도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곳을 올 때마다 항상 그냥 지나치곤 했다. 


"빅벤 시계 진짜 오랜만에 보네. 지난 번에는 수리하고 있어서 시계를 못 봤잖아." 


이번에도 우리는 이 사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시간이 다소 늦기도 했고, 영국의 다른 성당과 비슷할 것 같았기 때문에 굳이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들어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장료도 29파운드(약 46,000원)로 저렴하지 않아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더더욱 사라졌다. 우리는 사원을 지나쳐서 그 뒤에 있는 빅벤(Big Ben)으로 향했다. 사원 바로 옆쪽으로는 사각형 모양의 잔디밭이 있는데, 이곳에서 빅벤을 보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 잔디밭 위에는 빅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빅벤의 모습을 봤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런던에 갔을 때 빅벤은 수리 중이어서, 시계 주변으로 철제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온전한 빅벤의 모습을 못 봤었는데, 시간이 꽤 흘러서 수리가 끝나고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온 빅벤을 보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마주한 빅벤은 여전히 웅장했고, 거대했으며, 사람을 매료시키는 건축물이자 시계탑이었다. 



빅벤 옆으로는 영국 국회의사당이 길게 이어진다. 빅벤과 같은 형식으로 영국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사실 빅벤의 명성이 워낙 유명해서 국회의사당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건물도 빅벤만큼 웅장하고 화려하다. 그리고 한눈에 봐도 오랜 역사가 깃든 장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국 국회의사당과 빅벤을 한눈에 보기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 바로 템즈강 건너편이다. 빅벤 뒤로 웨스트민스터 다리가 있어서 템즈강을 바로 건널 수 있다. 가끔 빅벤을 보러 오는 사람이 너무 많을 때는 다리가 조금 막히기도 하는데, 그래도 건너는 시간은 별로 안 걸린다. 강을 건너면 템즈강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그 계단 위에서 강 반대편을 바라보면 넘실대는 강물 위로 국회의사당과 빅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이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조망 장소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과 태양이라는 조명을 받고 더욱 아름답고 웅장한 멋을 뽐내는 국회의사당과 빅벤을 뒤로 하고, 우리는 템즈강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조금만 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곳이 런던아이(London Eye)이다. 런던아이는 런던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관람차로, 런던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타봤거나 또는 적어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나는... 이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릴 자신도 없었고, 관람차라는 기구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젠가 한번 정도는 타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런던아이 옆에는 영국에서 가장 큰 수족관인 씨라이프 아쿠아리움(Sea Life Aquarium)이 있다. 이 수족관도 나와 짝꿍은 가본 적이 없지만, 규모도 크고 들어가볼 만한 장소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런던아이와는 다르게, 나와 짝꿍은 수족관은 들어가볼까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이곳은 다음에 런던을 가게 되면 그때 들어가볼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강을 따라서 계속 걸었다. 날씨도 화창하고 기온도 적당해서 걷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여름이지만 강바람이 살랑이고, 오후 느즈막한 시간이라 기온도 별로 높지 않았다. 강을 따라 걷는 그 길이 상쾌했다. 런던과 같은 대도시 한복판에서 상쾌한 내음을 맡을 수 있게 될 줄 몰랐는데, 강이 옆에 있어서인지 정말 상쾌한 기분이 가득했다. 템즈강을 따라 걸으면 런던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빅벤, 국회의사당과 같이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건축물을 볼 수도 있고,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현대식 건물들도 눈 앞에 나타난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각양각색의 건물들을 보면서 걷는 것도 꽤나 재미있었다. 


우리는 꽤 많은 거리를 걸었다. 템즈강 위에는 여러 유람선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우리 옆으로는 강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여러 식당이나 펍이 이어졌다. 이미 6시가 넘은 시간이라서 식당과 펍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 우리의 목적은 그저 런던 거리를 활보하고 산책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식당이나 펍을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저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강변을 계속 걸었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었고, 우리가 발길이 닿는 곳이 목적지가 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슬슬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한 우리는 템즈강을 다시 건넜다. 그리고 주변의 버스 정류장을 찾아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날씨가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오랜만에 보는 런던의 거리가 반가워서였을까, 우리는 지치는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걸었다. 그렇게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이 마무리되었다. 다음날 우리는 짝꿍의 고향, 콘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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