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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Dec 04. 2023

[런던 여행] 런던의 중심을 걷다

코벤트 가든/레스터 광장/피카딜리 서커스

나와 짝꿍은 켄싱턴 정원에서 런던 중심부로 이동했다. 짝꿍 동생이 일을 끝내고 우리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해서 퇴근 시간에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짝꿍 동생을 만나기 위해 도착한 곳은 토트넘 코트 로드역(Tottenham Court Road)역으로, 주변으로 소호, 피카딜리 서커스, 코벤트 가든 등이 밀집해 있는 런던의 완전 중심부였다. 전날에도 만난 우리는 하루만에 다시 뭉치게 되었다. 그리고 런던의 심장을 걷기 시작했다. 



"결국 이 거리를 오게 되네. 사람이 너무 많을까봐 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사람이 미치도록 많지는 않은데?"


우리는 토트넘 코트 로드역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이곳은 근처에 예쁜 거리가 많고 다양한 할 것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걷는 재미가 있는 동네이다. 하지만 그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도 정말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사실 이곳을 여행 계획에 넣지는 않았는데, 짝꿍 동생이 이곳 근처에서 일을 하고 이곳에서 만나자고 제안하는 바람에 오게 되었다. 우리는 역을 빠져나오기 위해 계단을 오르면서 길 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을지를 예상했다. 워낙 런던의 중심이고 사람들이 퇴근을 시작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옆에서 함께 계단을 오르는 무수한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빠져 나오니까 우리 예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물론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치이면서 걸어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 일찍 도착한 우리는 역 앞에 있는 광장을 서성였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우리의 눈에 서울플라자(Seoul Plaza)라는 한인마트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우리가 영국을 떠나있던 사이에 새로 생긴 것이다. 반갑기도 하고, 무엇을 파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안으로 들어가봤다. 규모는 작았지만, 그래도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다양한 식재료가 많았다.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그래도 런던 중심부 한복판에 한인마트가 생겼다는 사실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새삼 런던에 불고 있는 한류의 바람을 체감했다. 



그렇게 서울플라자를 구경하고 있는데 짝꿍 동생이 우리를 찾아왔다. 나는 서울플라자에서 비상식량으로 라면 몇 개를 샀고, 우리는 런던 길 위를 걷기 시작했다. 우리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코벤트 가든이었다. 코벤트 가든은 너무나도 유명한 런던의 명소이면서, 독특한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나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식당이 많아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그리고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나도 짝꿍도 많이 다녀온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 런던을 여행하면서 이곳을 갈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많이 다녀왔음에도 고민했던 이유는 코벤트 가든과 그곳까지 가는 길의 분위기와 감성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그저 어쩌다 발길이 닿게 되면 가보자는 마음으로 런던에 도착했다. 


그런데 짝꿍 동생이 코벤트 가든을 가보자고 한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우리는 반가운 마음과 설레는 발걸음으로 코벤트 가든으로 향하는 골목을 누비기 시작했다. 코벤트 가든은 런던에서 꼭 가봐야 하는 명소로 알려진 만큼,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정말 많다. 그들은 코벤트 가든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바쁘게 내딛는다. 그러다 보면 주변 풍경은 놓치기 십상이다. 코벤트 가든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곳이지만, 나와 짝꿍이 코벤트 가든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곳까지 가는 길 때문이기도 하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코벤트 가든을 향해 천천히 걷다 보면 런던 특유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좁은 골목을 지나가야 한다. 우리는 그 길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골목을 따라 한바퀴 더 돌기도 했다. 



코벤트 가든에 도착하기 전에 세븐 다이얼스(Seven Dials)라는 작은 교차로가 나오는데, 이곳이 숨겨진 매력적인 장소이다. 숨겨졌다고 말하기에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코벤트 가든의 명성에 비하면 아직까지 덜 알려진 곳이다. 특히 이 교차로는 12월에 가면 크리스마스 조명이 정말 아름답게 빛난다. 이 교차로에서 어느 골목을 따라가도 아기자기한 런던의 골목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세븐 다이얼스를 지나서 런던의 골목을 구경하며 조금 더 걷다 보니 코벤트 가든에 도착했다. 코벤트 가든은 우리가 떠날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 주위를 맴돌거나 안에서 구경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광장에서 마술 버스킹을 하고 있는 모습, 그 앞에서 깔깔대며 웃는 사람들의 모습, 그 모든 모습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코벤트 가든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보니까 참 정겨웠고 반가웠다. 

"우리도 저기 앉아서 커피 마셨었는데... 기억나?" 


코벤트 가든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던 우리는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상점들이 있었고, 그 상점들을 드나들며 구경하고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중심부에는 지하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는 주로 식당이나 카페가 있어서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나와 짝꿍도 예전에 이 지하에 있는 한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던 그 시기를 떠올리며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 때만 해도 우리가 이렇게 오롯이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저 함께 살게 되면 어떨까라고 상상만 했던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그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시간이 마냥 덧없이 흐른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 시간에 우리 사이에는 발전이 있었고, 우리 개인에게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이렇게 코벤트 가든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추억을 떠올렸다. 


코벤트 가든을 나온 우리는 다시 골목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여기가 런던이에요!'라고 자랑하는 듯한 모습의 골목을 지나 레스터 광장에(Leicester Square) 도착했다. 레스터 광장은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뒤편에 위치한 큰 광장으로 런던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장소이다. 이 광장은 항상 사람들로 꽉 차있는데, 유명한 식당이나 카페, 영화관, 상점 등이 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에 있는 영화관에서는 영화 시사회가 많이 열리는데 그럴 때마다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공간을 꾸미거나 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그 영화관 앞이 바비 테마로 열심히 탈바꿈하고 있었다. 영화 '바비'가 개봉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레스터 광장을 그대로 통과했다. 사람이 너무 많기도 했고, 딱히 그곳에서 뭘 하려는 목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 우리의 목적은 그저 런던 중심 거리를 걷는 것이었다. 걸으면서 짝꿍과 나는 짝꿍 동생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짝꿍 동생은 우리가 떠난 이후 영국이나 런던에서 있었던 변화에 대해 업데이트를 해주기도 하고, 본인이 런던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짝꿍은 런던에서 취업에 성공해서 혼자 살고 있는 동생을 대견하게 바라보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 누나는 누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성인이 되었음에도 그는 짝꿍에게 여전히 동생일 뿐이다. 


레스터 광장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피카딜리 서커스가 나온다. 이곳은 뉴욕의 타임스퀘어처럼 대형 광고 전광판이 많고, 런던 특유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길게 이어지는 런던에서 명소이자 만남의 장소이다. 개인적으로 이곳이 만남의 장소가 된 이유는 런던 중심에서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트라팔가 광장과 빅벤이 나오고, 북쪽으로는 쇼핑거리가 길게 이어지는 옥스포트 스트릿으로 갈 수 있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버킹엄 궁전과 하이드 공원이, 동쪽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레스터 광장과 코벤트 가든이 있다. 그만큼 이곳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런던 사람들에게도 어디든 접근성이 좋은 곳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서로의 만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고, 많은 차들이 오간다. 


사실 나는 피카딜리 서커스를 정말 많이 지나다녔지만, 이곳에 왜 이렇게 특별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 나에게는 그저 런던 교통의 중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곳이기 때문이다. 런던 감성이 짙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런 감성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이곳 말고도 정말 많다. 다만, 내가 이곳을 정말 사랑하는 시기가 있다. 바로 12월로, 이 때가 되면 이 거리가 온통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가득 찬다. 런던의 크리스마스 조명을 광고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소가 바로 피카딜리 서커스일 정도로, 이곳의 크리스마스 조명은 정말 아름답고 화려하다. 이곳부터 시작해서 옥스포드 스트릿으로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조명은 유독 우울한 날이 많은 12월의 영국에서 단비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우리는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옥스포드 서커스역으로 이어지는 곡선으로 된 길을 따라 걸었다. 이 길은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 거리로 명품 매장들이 많이 들어선 길이기도 하다. 그 매장들을 둘러보면서 걷다 보니까 어느새 옥스포드 서커스역에 도착했다. 이곳이 우리의 오늘 종착지였다. 런던 중심부를 그저 많이 걸었던 하루였는데, 오랜만에 런던 중심가를 보니까 새삼 반가웠다. 짝꿍 동생도 오랜만에 런던을 찾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설명도 해주고, 우리를 가이드했다. 그 덕분에 런던에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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