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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Aug 18. 2024

[제주도] 바다 감성 가득한 마을

김녕마을 

우리가 제주도에서 머물렀던 두 번째 숙소가 바로 김녕마을에 있었다. 별다른 사전 조사 없이 괜찮은 숙소가 있기에 예약한 곳이었는데, 막상 도착해서 본 김녕마을은 매우 아기자기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래서 우리는 김녕마을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고, 다음날 바로 마을 탐방에 나섰다. 우리가 머물렀던 김녕마을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저 그네 참 느낌 좋다. 가만히 앉아서 흔들흔들 바다 바라보기 딱 좋네."


우리의 숙소는 김녕마을의 한 골목에 있었다. 김녕마을의 골목은 미로처럼 이어지는데, 자칫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별로 크지 않은 마을이라 금방 방향을 찾을 수 있기도 하고, 길을 잃은 채 마을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재미가 있어서 걷다가 길을 잃더라도 별로 상관이 없었다. 우리는 마을을 살짝 둘러본 후 바닷가로 향했다. 마을 앞에는 넓은 공터에 그네처럼 생긴 흔들의자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곳에 앉으면 자연스레 바다가 코 앞에 다가오게 된다. 그곳에서 방파제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를 듣기도 하고, 멀리서부터 너울거리는 바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했다. 그리고 양 옆을 바라보면 바다를 끼고 있는 작고 조용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마을 골목을 천천히 거닐었다. 마을은 드나드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정말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옆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조용함 속에서 마음의 평온함을 가져다 주었다. 간간히 지나가는 차들이 그 분위기를 잠깐씩 깨뜨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마을 산책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을 한쪽에 있는 도대불로 향했다. 도대불은 옛날 항구의 위치를 알려주던 등대였다. 현대식 등대가 도입되기 전 바다 위에서 오가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 것이다. 도대불을 아주 조금만 지나치면 넓찍한 공터가 나오고, 그 옆으로 등대로 향하는 방파제가 바다쪽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곳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와! 바닷물 정말 파랗네. 진짜 수채화 물감 같아." 


그곳에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빨간 등대로 향하는 방파제가 있고, 건너편으로는 김녕해수욕장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바닷물이 이곳 풍경의 진수이다. 그 물의 색깔이 너무도 파랗고 청량해서 마치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드는 파란 바닷물은 바람을 따라 너울거렸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풍력발전기가 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제주도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제주도 바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청량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우리는 바다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빨간 등대가 있는 방파제로 걸어갔다. 방파제 위에서는 양쪽의 바다를 모두 볼 수 있었는데, 한쪽의 청량감 가득한 바다와는 달리 반대쪽 바다는 다소 어두워 보였다. 아마도 흐린 날씨 때문이었을까. 그 대비 효과 때문에 방파제 안쪽의 바닷물이 훨씬 더 파랗고 아름답게 보였다. 방파제 위를 잠시 걷다가, 우리는 도대불 쪽으로 걸어갔다. 도대불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기도 했고, 그 옆에 정자 하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이 제주도임을 알려주는 것은 도대불도 마찬가지였다. 까만색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이 도대불은 언뜻 보기에 등대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렇게 돌탑을 쌓아 그 위에 불을 밝혀서 길을 안내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우리는 도대불 옆에 있는 정자로 들어섰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정자였지만, 청명한 제주도 앞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정자라는 점에서 조금은 특별했다. 이 정자에 앉아서 바다를 보다가, 그대로 뒤로 누워 파도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있으면 그야말로 낙원일 것이다. 날씨가 다소 흐린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그 옆에 바다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김녕마을의 모습은 정말 평화롭고 고즈넉했다. 잠시 바다를 감상하던 우리는 장소를 다시 옮겨서 청명한 바닷물 건너편에 있는 김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김녕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을 그렇게 넓지가 않은데,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지 주차장이 정말 넓었다. 


우리는 모래사장 위를 지나 바닷가로 곧장 걸어갔고, 너무도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우리 발 아래 있었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롭기까지 했다. 날씨가 맑았다면 바다는 더욱 청명하고 반짝였겠지만, 구름 아래에서도 김녕해수욕장의 바다는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바다 위에 작게 솟아있는 현무암 위로 올라섰다. 해수욕장이 우리 뒤로 있었고, 우리는 바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었지만, 운동화와 양말을 신고 있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샌들을 신고 있던 짝꿍은 망설임 없이 발을 바닷물에 적셨는데, 나는 그런 짝꿍의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김녕해수욕장의 맑은 바다를 한껏 감상하고 그곳을 떠났다. 해수욕장을 떠났어도 우리는 바다 옆에 계속 머물렀다. 김녕해수욕장에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타고 갔기 때문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운전하는 기분은 정말 좋다. 운전을 하면서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그 풍경 속에서 운전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 순간을 즐기게 된다. 그렇게 나와 짝꿍은 제주도의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드라이브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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