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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Aug 26. 2024

[제주도] 넓은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

표선해수욕장 

제주도를 여행할 당시 우리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그때그때 가고 싶은 곳으로 찾아다녔다. 어느 순간, 나는 운전에 집중하고 있던 중에 짝꿍이 해변을 가고 싶다고 했다. 이미 김녕해수욕장을 갔다왔기에, 우리는 제주도에 있는 다른 해변을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가 찾아간 곳은 제주도 남동쪽 끝자락에 있는 표선해수욕장이었다. 



"여기는 모래사장이 꽤 크네?"


표선해수욕장은 나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서 가는 길이 설렜다. 제주도를 참 많이 왔었는데, 정말 유명한 이 해변을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과연 표선해수욕장은 어떤 곳일지, 그 설레는 마음으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2차선 도로만 건너면 바로 표선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이윽고 표선해수욕장의 해변이 눈에 들어왔고, 넓은 모래사장에 감탄했다. 제주도에서 이제까지 찾아갔던 해수욕장은 바다는 정말 아름답지만, 모래사장이 그렇게 넓지는 않았는데 이곳은 모래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물론 내륙에 있는 해운대, 경포, 대천과 같은 해수욕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크기이지만, 그래도 제주도 안에서는 가장 큰 규모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감탄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모래를 밟아 바다로 향했다. 백사장이 넓은만큼 바다까지 도달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평일이라 해변에 사람이 별로 없었고, 우리는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계속해서 걸어갔다. 잠시 후 파도가 스며들어오는 곳까지 도착한 우리는 그곳에서 바다를 감상했다. 이곳의 바다는 앞서 우리가 봤던 김녕이나 함덕의 바다보다는 색깔이 아주 조금 탁했다. 물론 앞서 본 바다가 워낙 청명하고 옥빛이 가득해서이지, 표선의 바다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역시나 제주도의 바다 특유의 맑고 청명한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우리는 하얀 파도가 백사장 위를 넘실거리며 내는 청량한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그곳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바다를 감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안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탓이 시선의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쉽사리 찾지 못하고, 시선을 맞출 목적점이 없이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멍함이 찾아오는 순간이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바다를 찾아가곤 한다. 그렇게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돌아오면 그 복잡함이 많이 나아지곤 했다. 표선해수욕장에서도 나는 짧게나가 그런 순간을 맞이했다. 바다 말고는 다른 특별한 것이 없었기에 먼 바다를 계속해서 감상했는데, 어느순간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푸른 바다의 모습만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영어로는 'in the zone'이라고 하는데, 나만의 영역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옆에서 짝꿍의 이야기에 나는 내면의 존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게 없었던 우리는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려고 걸어가는 도중에 한쪽에 꽤 커다란 조각상이 있는 것을 보고 홀린듯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에서 본 조각상은 인어와 돌고래, 거북이 등이 묘사되어 있었는데 생각보다 정교하고 멋있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주변으로는 돌로 만들어진 테이블이 많이 있어서 날씨 좋은 날 이곳에 와서 피크닉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주차장으로 돌아갔고, 다시 우리의 길을 떠났다. 정말 바다와 해변을 보고 싶어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곳이었기에, 특별히 한 것도 없이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돌아왔다. 이렇게 처음 가본 표선해수욕장은 넓은 모래사장과 아름다운 바다가 매력적인 곳이었다. 주차장이나 주변 인프라도 비교적 잘 되어 있어서 여름에 바다를 즐기러 간다면 정말 좋을 듯했다. 이렇게 특별한 이벤트 없이 지나간 표선해수욕장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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