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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Sep 28. 2024

[제주도] 꽃이 만드는 색의 향연

카페보롬왓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였을까. 바로 이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카페보롬왓(또는 보롬왓)이다. 우연히 찾아간 곳이었는데, 정말 아름답고 환상적인 곳이었다. 과연 어떤 곳이었길래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일까.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정말 괜찮은 카페 찾았어! 커피 마시면서 잠시 쉬었다 가자."


내가 운전하는 동안 짝꿍은 네이버지도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우리는 근처에 있는 카페를 찾는 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짝꿍이 정말 예쁜 카페를 찾았다고 했다. 위치를 보니까 그렇게 멀지 않아서 그곳을 바로 목적지로 설정하고 네비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카페보롬왓이었다. 분위기 좋은 카페인 줄 알고 찾아간 곳이었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까 정말 넓은 주차장에 무수히 많은 차들이 있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은 곳임을 깨달았다. 주차할 곳이 있을까 걱정이 들 정도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이 카페가 어떤 특별함이 있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일까. 이곳에 대한 정보를 미리 찾아보지 않았기에 이때까지만 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서둘러 카페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제서야 이곳이 단순한 카페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입장권을 사고 안으로 들어간 우리를 반겨준 것은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들이었다. 일단 우리는 예상치 못한 모습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기 시작했다. 이름 모를 꽃들이 너무나도 화려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어서, 앞으로 전진하는 속도가 매우 느렸다. 앞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처럼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음에도 정체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꾸며 놓은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여지없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짝꿍도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때로는 각자 보고 싶은 것을 보면서 조금씩 나아갔다. 



그렇게 건물 안에 있는 여러 식물들을 구경하면서 가다 보면 건물 마지막에 카페가 나온다. 이곳이 보롬왓카페로 여기에서 주문을 해서 우리가 지나온 길에서 여러 식물에 둘러쌓여 커피를 한잔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카페를 지나치면 야외 공간이 나온다. 처음 나올 때는 탁 트인 넓은 잔디밭인 줄 알았는데, 주의 깊게 둘러보면 정말 볼거리가 많은 잘 조성된 야외 공원이었다. 한쪽 구석에는 양들이 머무는 공간이 있었고, 그 뒤로 나아가면 하얗게 피어있는 열무꽃과 그 옆으로는 노란 유채꽃이 각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가면 보롬왓에서 봄에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의 절정, 튤립밭이 나타난다. 이 모습을 멀리서 담아낸 우리는 하나씩 차근차근 둘러보기로 했고,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마셨다. 


커피와 함께 체력을 충전한 우리는 다시 야외 공간으로 나왔다. 양을 유난히 좋아하는 짝꿍을 위해 우리는 양을 보러 우선 다가갔는데, 복실한 털로 덮인 양들이 편하게 쉬고 있었다. 양을 유난히 귀여워하는 짝꿍을 위해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냄새가 다소 나서 그곳을 금방 떠나야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꽃놀이를 즐기기 위해 그곳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열무꽃밭으로 향했다. 멀리서 볼 때는 하얗게 피어난 모습에 메밀꽃인 줄 알았는데, 꽃밭 입구에 있는 팻말을 보고 열무꽃임을 알게 되었다. 열무꽃은 처음 봤는데, 하얗게 빼곡하게 피어난 모습이 면사포가 깔린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꽃밭 뒤로 홀로 우뚝 솟은 나무 한 그루가 하얀 열무꽃밭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얼핏 연약한 느낌을 주는 하얀색에 한 줄기 강인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열무꽃과 함께 열심히 사진을 찍은 우리는 옆으로 이동했다. 그 옆에는 노란 물결이 화려하게 우리를 매혹하고 있었다. 바로 넓은 면적에 한가득 피어있는 유채꽃이었다.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지만, 우리는 유채꽃과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유채꽃을 워낙 많이 보기도 했고, 바로 옆에 색깔별로 나란히 피어있는 튤립밭의 유혹이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장 찍는 것으로 유채꽃과 형식적인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난 후, 유채꽃밭을 지나 튤립밭으로 다가갔다. 


보롬왓의 튤립밭은 언뜻 네덜란드의 튤립 축제의 축소판을 보는듯 것 같았다. 색깔별로 줄 지어서 피어난 튤립이 여러 색깔의 그라데이션을 만들어 내고, 꽃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극한의 색감과 화려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튤립밭을 아주 천천히 지나갔다. 멀리서, 가까이에서, 색깔에 따라 사진을 찍고 튤립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다. 다만 튤립 키가 너무 작아서 그럴 때마다 쪼그려 앉아야 하는 것이 다소 불편했지만, 튤립과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그 불편함을 이겨냈다. 워낙 탐스럽고 예쁘게 피어나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꽃이 튤립인데, 이곳에서 정말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나와 짝꿍은 뒤에 가려고 했던 장소도 잊은 채 튤립에 몰두했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보롬왓을 나설 수 있었다. 



카페일 줄 알고 우연히 찾아간 보롬왓. 그곳에서 예상치도 못했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우리는 최상의 만족감을 느끼면서 출구를 나섰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낼 때 반신반의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사라졌고, 다음에 제주도를 다시 여행한다면 이곳은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다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다른 후기를 보면 시기에 따라 꽃도 달라지던데, 다음에는 다른 시기에 방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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