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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을이 아름다운 공원

올림픽공원

by 방랑곰

나와 짝꿍은 가을이 되면 단풍을 보러 자주 찾아다닌다. 평소 꽃을 좋아해서 봄을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손꼽던 짝꿍은 한국에서 가을을 경험한 후 가을이 봄보다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그 정도로 한국 가을의 매력에 푹 빠진 짝꿍은 가을만 되면 계절이 선사하는 다양한 색감을 찾아가자고 한다. 10월 말이 되고 나무의 잎들이 하나둘씩 색깔을 바꿔가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는 본격적인 단풍을 찾아 나선다. 이번에 우리가 찾아간 곳은 도심 속에서 단풍을 만날 수 있는 공원, 올림픽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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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참 오랜만에 온다. 여전히 싱그럽고 좋네."


우리가 올림픽공원을 찾은 날짜는 10월 20일이다. 본격적인 단풍이 아직 서울까지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조금 성미가 급한 나무들은 이미 옷 색깔을 갈아입기 시작하던 시기이다.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 가을의 분위기를 조금씩 느끼고 있었기에, 공원에서는 과연 얼마만큼의 가을 분위기가 느껴질지 궁금했다. 짝꿍과 한국의 가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올림픽공원 주차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오전부터 비교적 서둘러서 공원에 도착한 결과, 일요일임에도 주차 공간은 비교적 널널했다. 우리는 비교적 공원과 가까운 북문주차장에 주차했다. 차를 대고 공원에 들어서자 주변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건물숲이 가득한 도심에서 나무숲으로 뒤덮인 공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도심 안에서 맡는 자연의 내음은 언제나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짝꿍과 몇년 만에 찾아온 올림픽공원인데, 공원은 여전히 싱그러웠다. 우리는 바로 잔디밭을 찾아 피크닉을 할 계획이었는데, 막상 이곳에 도착하니까 공원을 둘러보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찾아온 장소이기에 그동안 이 공간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 우리의 기억이 담긴 장소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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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온만큼 우리는 공원을 크게 한바퀴 돌았다. 공원을 둘러볼 목적도 있기는 했지만,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목적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수유실을 찾는 것이었다. 지난 번에 이곳을 찾았을 때와는 다르게 우리에게는 유아차를 타고 있는 일행이 한 명 더 있었고, 수유실은 그 일행을 위해 필수 장소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올림픽공원은 수유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어린 아기와 함께 찾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가 찾아간 곳은 한성백제박물관에 있는 수유실이었다.


밥을 배부르게 먹고 만족스런 표정의 아이와 함께 우리는 박물관 건물을 나왔다. 그리고 한결 여유롭게 공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아기가 배고파할 시간이 되어갔기에 서둘러서 수유실로 향해서 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없었다. 한결 평온한 마음으로 아기가 탄 유아차를 밀면서 올림픽공원의 가을을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박물관에서 조금 더 걸어가니까 평화의 광장이 나왔다. 예전에 이곳에서 커플자전거를 빌려서 함께 탔었는데, 그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의 추억을 잠시 꺼내어 보았다. 지금은 어린 아기가 있어서 하지 못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 우리도 한 아이와 함께 가족자전거를 빌려서 탈 수 있을 그 날은 잠시 상상해봤다.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절로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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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광장을 지나 다시 공원의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평지도 걷고, 언덕길도 오르다 보니 나홀로나무가 서있는 넓은 잔디밭에 다다랐다. 일요일임을 감안하면 잔디밭에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아기가 밥도 먹었겠다, 우리는 잠시나마 평화롭게 피크닉을 즐기기로 했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한쪽 가장자리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그리고 우리 옆에 곤히 자고 있는 아기를 눕혔는데, 문득 이 순간이 너무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가 태어나지 전부터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빼놓지 않았던 것이 공원에 가서 돗자리 깔고 아이와 함께 피크닉을 즐기는 것이었다. 막연했던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피크닉을 그렇게 오래 즐길 수 없었다. 아기가 배가 고파질 때쯤 우리는 다시 수유실을 찾아 떠나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지 않았던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고,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짧았지만, 아이를 바라보며 평화롭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매 순간이 너무도 소중했기에 피크닉을 얼마나 길게 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와 짝꿍, 그리고 우리의 아이가 올림픽공원 잔디밭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머물렀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나들이였다. 다음에 올림픽공원에 찾아올 때면 아이는 조금 더 성장해 있을 것이고, 나와 짝꿍은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올림픽공원에서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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