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배 속에 있는 존재의 심장 소리를 듣고 난 후, 우리는 한동안 감격과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그 여운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우리 안에 맴돌았다. 우리가 봤던 점 하나가 완전한 생명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우리는 이 생명체에 이름을 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짝꿍은 대한민국에 와서 '태명'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고 한다. 외국은 대부분 태아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기 때문인데, 이러한 이유로 이때까지만 해도 짝꿍도 태명을 지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심장 소리가 짝꿍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켰고, 그 파동은 짝꿍의 생각을 변화시켰다.
그렇게 우리는 태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짝꿍이 태명을 지어줄 생각이 없었기에, 나도 태명은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미리 생각해 놓은 태명이 전혀 없었고 그저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하나씩 입 밖으로 내뱉었다. 나는 우리 조카의 태명과 주변에서 들었던 태명을 많이 말했고, 짝꿍은 영어로도 의미가 통할만한 이름을 원했다.
우리의 노력은 한동안 소득이 없었다. 서로가 동시에 마음에 드는 이름이 아직 없었던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어느 날, 나와 짝꿍은 어김없이 짝꿍 배 속에 자리 잡고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작은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정말 하늘이 보내준 선물 같아. 너무 고귀하고 소중해."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치던 우리를 위해 정말 귀중한 선물을 누군가 보내준 것 같았다. 마치 그동안 잘 견뎌왔다고, 앞으로 행복하라고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우리 아이의 태명은 '하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