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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y 07. 2021

남해바다 품에 안긴 섬

남해를 여행하다(1)

나와 짝꿍은 하동 여행을 마치고 남해로 내려갔다. 남해는 항상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번에 짝꿍과 함께 가게 되었다. 바다를 좋아하는 짝꿍을 위해 남해를 다음 여행지로 선택했다. 하동이 그렇게 아름답고 좋다고 하면서도 바다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꽤 많이 할 정도로 짝꿍을 바다를 항상 그리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남해로 향했다. 



남해가 주는 황홀한 첫 선물


여수와 통영 사이에 있는 남해는 양 쪽에 있는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덜 닿는 곳이긴 하지만, 아름다운 남해바다의 품에 안겨 있는 곳이라서 주말이면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긴 한다. 우리는 평일에 여행한 덕분에 조금은 한적하고 평화롭게 남해 이곳 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남해로 넘어가기 전에 하동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이 금오산 정상이다. 우리는 어두워지기 전에 남해에 도착하기 위해 금오산 정상에서 비교적 일찍 내려왔다. 그리고 약 20분 정도 가다 보니까 남해로 들어가는 관문, 노량대교에 도착했다. 노량대교를 건너서 남해로 들어가려는데, 남해가 우리를 반기기라도 하는 듯이 아름다운 선물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었다. 우리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남해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게 우리의 남해 여행은 예쁜 석양과 함께 시작되었다. 



"독일 마을...? 왜 여기에 있어?"


짝꿍에게 남해에 독일 마을이 있다고 이야기해 주자마자 이외라는 반응부터 보였다. 수도권이나 그 근처가 아니라 왜 한국의 남쪽 끝자락에 독일 마을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왜 이 곳에 독일 마을이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해 주면서 우리나라 근대사의 한 부분인 파독 광부&간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짝꿍은 우리나라에 그런 역사가 있었는지 처음 들었고, 그 때 독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경험했을 어려움이 얼마나 크고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일 마을에 도착했다. 남해바다가 멀리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독일 마을은 이국적인 분위기로 인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니까 초입에는 독일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많고, 마을 안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펜션으로 이용되고 있는 듯 했다. 문득 독일 마을까지 왔는데, 운전 때문에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현실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짝꿍은 독일 마을이 정말 맘에 든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본인도 이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마을 분위기에 흠뻑 취해버렸다. 마을 뒤에 산이 있어서 아늑하면서도 평화롭고, 앞을 바라보면 짝꿍이 좋아하는 바다가 보인다. 짝꿍이 이 곳에 살고 싶다고 하는 이유가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독일 마을을 나와서 운전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바다를 옆에 끼고 가게 된다. 대부분의 도로가 해안을 따라 만들어져 있어서 항상 바다를 바라보면서 운전을 해야 하는데, 덕분에 눈이 즐겁고 운전이 지루하지가 않다. 그리고 곳곳에 전망대가 있어서 잠시 내려서 바다를 바라보거나, 그 바다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을을 볼 수가 있다. 


우리는 이름 없는 전망대를 꽤 많이 지나쳤다. 때로는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때로는 멈춰 서서 사진도 찍고 바다와 섬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정해놓은 목적지 없이 바다를 따라 길을 가다가 우리는 한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 해수욕장이 상주은모래비치로 이 곳을 오려고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라, 길을 가다가 해수욕장 표지판을 보고 들어서게 된 것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소나무 숲을 지나 해수욕장에 우리의 발자국을 새겼다. 평일인 탓에 해수욕장은 더없이 조용하고 한적했다. 모래사장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활처럼 휘어진 모습과 그 위에서 은색 모래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을 바라보면 남해바다 특유의 청명하고 맑은 바닷물이 은색 모래들을 적시고 있었다. 


짝꿍과 나는 모래사장 위에 있는 그네를 타보기도 하고, 바다 가까이 가보기도 했다. 이렇게 조용하고 아늑한 바닷가를 언제 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상주은모래비치는 편안했다. 짝꿍은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이 곳을 떠날 때에도 다음 날 다시 들렀다 가자고 이야기할 정도로 이 곳은 짝꿍을 매료시켰다. 실제로 우리는 다음 날에도 이 곳에 잠시 들렀고, 우리의 발자국을 한 번 더 새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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