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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땅끝마을

세인트 아이브스와 랜드 엔드(St. Ives and Land's End)

by 방랑곰

영국의 남서쪽 끝에는 콘월이라는 아름다운 지방이 있다. 이 지역은 런던이나 다른 지역에서 거리도 멀고, 이 곳에 가기 위해서는 거대한 국립공원도 거쳐야 해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지역이다. 그 지역을 영국에 있을 때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짝꿍의 고향이기 때문인데, 짝꿍과 함께 갔었던 영국의 콘월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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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고 가장 아름다운 지역


콘월은 한 도시의 이름이 아니라 영국에 있는 한 주의 이름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도'의 개념인 것이다. 그래서 콘월 안에 많은 도시와 도시들이 있긴 하지만, 그 도시 하나하나가 알려지기 보다는 그냥 콘월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곳이다. 아마 그 지역들이 모두 작은 동네인 데다고, 콘월이라는 지역이 전체적으로 워낙 아름다운 곳이 많이 때문에 그렇게 알려진 듯하다.


콘월 지역은 영국 사람들에게는 여름 휴양지로 이미 많이 알려진 장소였다. 그런 곳이 영화 '어바웃 타임'의 촬영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영국의 명소가 되었다. 그래도 워낙 영국 끝자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는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긴 하다.


짝꿍이 알려준 콘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하나.

콘월이 워낙 동떨어져 있다 보니까 런던에서부터 혜택도 많이 못받고, 관심도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안에 있는 주민들끼리 잘 뭉치고, 콘월 지역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꽤 강하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여름 휴양을 위해 콘월을 찾는 영국인과 관광객들을 '외국인(foreigner)'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콘월이 아닌 지역에서 온 모든 사람들이 그들에게는 외국인인 것이다. 그리고 그 표현에는 여름에만 관심을 보이는 영국인들에 대한 못마땅한 감정도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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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콘월 안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곳,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 세인트 아이브스(St. Ives)와 영국의 땅끝마을인 랜즈 엔스(Land's End)를 다녀왔다. 짝꿍의 가족이 머무는 동네는 캠본(Camborne)이라는 동네였는데, 이곳을 그냥 영국의 사람사는 동네 느낌이었다. 주말 동안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많은 곳을 가보지는 못했고, 앞에서 언급한 두 장소를 위주로 다녀왔다.


세인트 아이브스는 콘월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동네이다. 이곳은 기차역도 없어서 버스나 택시로만 갈 수 있는 곳인데, 오히려 이곳이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양지이다. 그렇게 멀고,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을 많이 찾는다는 뜻은 그만큼 이 동네가 아름답고 갈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짝꿍도, 짝꿍의 아버님도 이곳을 가장 먼저 가봐야 한다면서 짝꿍이 나를 데려간 곳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세인트 아이브스는 정말 아름다웠다. 마을은 영국 특유의 느낌이 가득한 아기자기하면서도 예쁜 동네인데, 그 앞에 펼쳐진 바다는 영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정말 깨끗하고 청명한 바다였다. 그 두 모습의 조화가 정말 잘 어우러지는 곳이었다. 왜 그렇게 영국인들이 이곳에 오고 싶어하는지 한순간에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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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 크림? 무엇이 먼저일까.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바닷가 앞에 있는 아늑한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우리는 스콘을 먹었는데, 내가 영국에서 먹었던 그 어느 스콘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영국인들에게 스콘 먹는 방법을 물어보면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 탕수육 부먹-찍먹 논쟁처럼, 영국에도 오랫동안 이어지지만, 잘 풀리지 않는 음식 관련한 논쟁이다. 영국 스콘과 관련해서 콘월과 데본(Devon)이라는 지역 간의 자존심 싸움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서로 본인의 지역이 콘월의 발상지라고 다투기도 하고, 스콘을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쟁을 벌인다.


일단 영국에서 스콘을 먹는 방법은 스콘을 가로로 2등분하고 그 안에 잼과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을 바른 후에 먹는 것이다. 여기서 논쟁의 쟁점은 잼이 먼저냐, 클로티드 크림이 먼저냐이다. 콘월에서는 잼을 먼저 바른 후에 크림을 바르는 것이고, 데본에서는 크림을 먼저 바른 후에 크림 위에 잼을 바르는 것이다. 어느 것이 맞다고 말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콘월을 제외한 많은 지역에서는 데본의 방법을 따른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콘월의 방법이 맞다고 얘기해야만 했다. 내 앞에는 콘월에서 태어난 짝꿍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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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땅끝마을


그리고 나서 우리는 영국의 땅끝마을인 랜즈 엔드(Land's End)로 갔다. 세인트 아이브스에서부터 바닷가의 해안절벽을 따라가다 보니 랜즈 엔드가 나왔다. 지도 상으로 대충 봤을 때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그냥 상징적인 장소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나름 많은 것들이 있었다. 주차장도 크게 만들어 놓았고, 편의시설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다.


영국은 섬이고, 영국 땅의 끝까지 왔으니까 그 앞에는 당연히 바다가 펼쳐졌다. 해안절벽이 이어지는 해안선과, 드넓은 망망대해가 내 눈앞에 들어왔고, 수평선 위에는 해가 그 뒤로 넘어가려고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 너무도 운이 좋았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흐렸고, 다음날도 날씨가 흐렸는데 우리가 랜즈 엔드에 있을 때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하늘에 구름이 있긴 했지만, 오히려 그 구름들이 그 순간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줬다.


옆에 함께 있었던 짝꿍도 영국에서, 특히 우리가 이곳을 찾았던 겨울에는 이런 일몰을 보는 것이 매우 행운이라고 했다. 그만큼 영국의 겨울은 흐리고 우울한 날씨로 악명이 높은데,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일몰을 영국의 땅끝 마을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랜즈 엔드에서 바라보는 그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계속 보고 있고 싶었는데, 바닷가인데다가 해안절벽 위라서 그런지 바람이 너무도 강하게 불었다. 더욱이 겨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너무 추웠다. 그래서 그 모습을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만 눈에 담아낸 후에 차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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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국의 콘월을 다녀왔다. 콘월은 짝꿍의 고향이고, 가족이 있는 곳이라서 조만간 다시 갈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그 때에는 지난 번에 보지 못했던 장소들을 조금 더 많이 둘러보고, 충분한 시간을 즐기다 오고 싶다. 짝꿍도 나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많은 장소들을 함께 가보고 싶다고 항상 이야기한다. 그 기회가, 그 시간이 조만간 찾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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