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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쪽바다 섬여행

와이트 섬(The Isle of Wight)

by 방랑곰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영국에 있는 많은 장소를 여행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일까. 많은 장소를 꼽을 수 있겠지만 그런 의문을 품을 때마다 항상 선두권에서 빠르게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 바로 영국 남쪽 바다에 있는 와이트 섬(Isle of Wight)이다. 오늘은 이 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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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와이트 섬을 항상 떠올리는 것일까. 이는 내가 브라이튼(Brighton)이라는 도시에 사는 동안 여행했던 영국의 크고 작은 지역 중에서 유일하게 배를 타고 갔던 곳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와이트 섬에 가기 위해서 나는 포츠머스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처음에는 배를 타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이곳으로 여행하는 것을 많이 망설였다. 영국이란 나라에 많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였고, 배라는 교통수단이 내게 그렇게 친숙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 나는 와이트 섬을 다녀왔다.


와이트 섬까지 가는 여정이 생각보다 험난하지는 않았다. 포츠머스까지는 이미 두어번 다녀온 적이 있어서 익숙했기 때문이다. 포츠머스에서 와이트 섬까지도 배로 금방 들어가기 때문에 배가 뜬다 싶으니까 와이트 섬에 배가 정박해 버렸다. 배를 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그런 감정이 올라오려 하니까 도착한 것이다. 그래도 와이트섬이 포츠머스에서 정말 가까워서 브라이튼에서 금요일 오후에 출발했는데,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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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와이트 섬으로 여행을 갈 때, 이 곳에 대한 정보를 거의 찾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찾아갔었다. 단지 섬이라는 이유로, 다른 곳에서 영국의 바다를 보고 싶다는 이유로 와이트 섬을 찾았던 것이지, 막상 그곳에 도착해서는 어디를 가보고 무엇을 할지는 정해놓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서 토요일 오전이 됐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작정 숙소를 나와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았는데 바다가 보였고, 해변이 나오고, 마을이 보였다. 그제서야 내가 섬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어딜가나 바다가 있었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같이 여행한 친구들과 목적지가 없는 와이트 섬 여행을 시작했다.


어디를 갈지 알아보지 않고 떠났고, 발길 닿는대로 다녔던 여행이라 우리가 와이트 섬에서 어디를 갔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바다가 보이면 해변을 따라 걸었고, 아무 버스나 타고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섬이라 버스를 타고 아무데나 가더라도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부담되지 않았다. 와이트 섬의 구체적인 장소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와이트 섬에서 봤던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환경, 그리고 평화롭고 조용했던 섬의 분위기였다. 확실히 섬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조용했고, 평화로웠다. 물론 우리가 성수기가 아닌 때 가서 더욱 조용했던 것일 수도 있다. 와이트 섬은 영국인들이 여름 휴가로 즐겨찾는 장소라고 한다. 아마 여름에 갔더라면 조금 시끌벅적하고 활기 넘치는 섬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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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크지 않은 와이트 섬, 그 덕분에 우리는 바다를 실컷 보고 돌아왔다. 어딜가나 바다가 우리를 맞이해줬고, 영국 남쪽 바다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해변이 나와서 조금 걷다보면 어느새 절벽이 나오는, 변화무쌍한 와이트 섬의 해안선은 매력적이었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까 와이트 섬의 중심부, 뉴포트(Newport)라는 곳에 도착했다. 섬의 중심답게 건물이 많았고, 성당도 보였고 마트도 있었다. 와이트 섬의 중심, 뉴포트는 영국의 다른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뉴포트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 섬까지 들어왔는데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섬에서만 즐길 수 있는, 평화로운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버스를 타고 와이트 섬의 구석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 와이트 섬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다. 정말 시골마을처럼 보이는 곳을 지나면서 영국 특유의 시골집도 봤고, 바다 옆을 지날 때는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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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던 와이트 섬 여행은 2박3일로 끝이 났다. 2박3일 동안 우리는 와이트 섬 곳곳을 돌아다녔고, 그 곳에서 본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 버스가 우리를 데려다 주는 대로 다녔기 때문이다. 다른 장소로 여행을 다녀오면 사진을 봤을 때 그 장소의 이름이 대부분 떠오르는데, 와이트 섬에서 찍은 사진으로는 장소를 알아낼 수가 없다. 그래도 여행하는 동안에는 정말 좋았다. 아름다운 자연을 충분히 즐기고 돌아왔던 여행이었다.


다음에 영국을 다시 가게 된다면 와이트 섬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그 때는 조금 더 미리 알아봐서 내가 가는 장소를 잊지 않도록 하고 싶다. 그래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이 가득했던 와이트 섬은 내가 영국에서 여행했던 장소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곳이다. 그만큼 그곳이 좋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럼 와이트 섬에 대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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