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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YA Apr 03. 2022

게임이론으로 본 포켓몬빵

수요 창출, 시장 확대, 게임이론


MZ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포켓몬빵이 큰 인기다. 부모님의 용돈을 모아 포켓몬빵을 사 먹던 추억을 가진 학생들이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전국 편의점, 온라인 마켓, 중고 마켓에서 포켓몬빵을 쓸어 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많은 매스컴들이 MZ세대, 향수, 미끼상품(띠부띠부실) 등에 주목하며 연일 새로운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도 포켓몬 빵을 향한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편의점 빵인 보름달 빵보다 무려 50%나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포켓몬빵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Game Theory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얼핏 보면, 포켓몬빵이 많이 팔린다는 사실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두 가지 사실은 SPC삼립이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해 기대 수익보다 더 낮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이 게임을 공급자가 아닌 유통업자에서 바라보면 완전히 달라진다. 소비자들의 확고한 수요가 있음에도 공급자로부터 제품을 제때 받아올 수 없다는 것은 다른 유통업자(Substitutor)에게 자신의 시장 점유율을 내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공급자는 지금 당장 시장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자신의 제품에 희소성을 부여함으로써 유통업자들을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포켓몬빵은 기존 유통 채널인 편의점뿐만 아니라 오픈 마켓, 홈쇼핑, 온라인 숍, 심지어 중고 마켓에서도 거래가 되고 있다. 그리고 유통 채널마다 납품하는 납품가도 다르다.

포켓몬 빵 신드롬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경쟁자는 누구일까?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수요를 포켓몬 빵이 대신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포켓몬 빵은 음식으로써 주는 가치보다 어릴 적 향수, 같이 동봉된 띠부띠부실이 주는 효용이 더 크다. 마찬가지로 동네 유명 베이커리들도 포켓몬빵 신드롬에 큰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쟁자는 단 하나뿐이다. 바로 디지몬 빵. 유감스럽게도 디지몬 빵, 케로로 빵과 같은 포켓몬 빵의 대항마들도 사실은 같은 민족이다. 같은 회사(SPC삼립)에서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하고 있다. 포켓몬 빵 신드롬은 SPC삼립의 새로운 플레이어(디지몬 빵)을 불러내고 있는 격이다.

포켓몬 빵은 인스타 맛집 베이커리 카페로 점철된 2020년대 제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의 폭발적인 성장에 긴장하는 업계 플레이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아무도 포켓몬 빵을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빵업계는 이러한 포켓몬 신드롬에 편승해 포켓몬 모양의 빵,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옛날 빵 등을 출시하고 있다. 실로 잊혀졌던 수요를 끌어와 자사의 이익을 취하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Win-Win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비즈니스 업계에서 주로 통용되던 Game Theory는 여러 매체의 소개, AI(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대중화가 되었다. 이는 게임 이론이 단순히 어떻게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정의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년도 더 된 HBR Article을 읽으면서 한 달 남짓된 포켓몬 빵에 여러 내용들을 적용시킬 수 있음을 보고 깜짝 놀라 흥미롭게 읽었다. 게임과 달리, 비즈니스는 자신이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PARTS(Players, Added Values, Rules, Tactics, Scope)을 잘 정의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환경에서 게임을 정립하는 것, 그것이 비즈니스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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