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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YA Oct 02. 2022

오타니, 그 자체가 브랜드

어제의 자신과 싸우는 최고의 야구선수

LA와 뉴욕의 심장

 메이저리그 2022 시즌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볼거리도 풍성했다. LA 다저스는 올해에도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으며, 부상에서 복귀한 벌랜더는 또다른 세 번째 사이영상 시즌을 목전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팀이 늘어나면서, 마지막까지 가을행 티켓을 얻고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2022 시즌이지만, 올해 최고의 볼거리는 누가 뭐라고 해도 MLB 아메리칸리그 MVP 경쟁이다. MVP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수는 바로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와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다. 두 선수의 장점은 명확하다. 미국인이자,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팀 뉴욕 양키스 소속인 애런 저지는 청정 타자로서는 61년 만에 61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고 타격 전부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1위: 타점, 홈런, 득점, 출루율/2위: 타율) 타자로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저지와는 달리, 오타니 쇼헤이는 투타겸업으로 MVP를 노리고 있다. 오타니는 15승(8패)과 평균자책점 2.35로 에인절스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정규이닝까지 필요한 이닝은 단 1이닝이다. 이미 타자로서 34 홈런과 타율 2할 7푼이라는 기록과 함께 규정 타석을 충족한 오타니는 단 1이닝을 던지면, 메이저리그 최초로 정규 이닝과 규정 타석을 모두 소화한 야구 선수가 된다.

 애런 저지는 로저 매리스, 오타니 쇼헤이는 베이브 루스라는 걸출한 메이저리그의 스타들과 비견되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사실 이 두 선수가 모두 MVP를 수상한다고 해도 크게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MVP는 최상급 표현으로 단 하나의 선수만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MVP에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선수는 전년도 수상자 오타니 쇼헤이가 아니라 애런 저지다.

 실제로 애런 저지의 성적은 상당히 좋다. WAR를 기준으로 투타겸업 오타니를 약간 앞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중견수 수비를 보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그리고 뉴욕의 매스컴 속에서 당당하게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것도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오타니 쇼헤이는 LA 에인절스라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팀에 소속되어 있으며, 팀 성적도 시원찮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타니 쇼헤이는 이제 베이브 루스와 경쟁하지 않는다. 과거의 오타니와 경쟁한다.

 오타니는 작년에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었다. 2021년의 오타니는 홈런왕 경쟁을 하는 에이스 투수였다. 그는 10K를 잡고 승리투수가 된 다음 날에 홈런을 쳤다. 다만, 그의 투구는 타석에서 그가 보여준 위엄보다는 조금 덜했다. 그런 그가 올해에는 좀 더 밸런스 있게 발전했다. 2021 시즌에는 130이닝 정도에 불과했던 투구 이닝이 올해에는 정규 이닝에 근접했으며, 3점대 초반의 평균 자책점은 2점대 초반으로 많이 낮아졌다. 거기에다가 200K와 15승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도 달성했다. 홈런 개수는 조금 떨어졌지만, 여전히 30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을 보유했고 타율도 2할 7푼대로 정확도도 갖춘 타자가 되었다. 그는 정말로 야구의 매력인 불같은 강속구, 타자를 돌려세우는 삼진 능력, 통쾌한 장타까지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유일무이한 선수다. 그의 유일한 피어그룹은 메이저리그를 미국의 국가 스포츠로 올려놓은 전설적인 존재 베이브 루스뿐이다.

 하지만 베이브 루스는 전설 그 자체다. 흑인인 행크 애런이 베이브 루스의 최다 홈런을 넘는 그 시기에 그가 받은 위협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전해진다. 아직까지도 베이브 루스가 동양인인 오타니와 함께 불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메이저리그 팬, 칼럼니스트들은 존재할 것이다. 이는 오타니가 현재 베이브 루스가 아닌 작년의 오타니와 비교되는, 그가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도 이번 시즌의 AL MVP는 애런 저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타니 쇼헤이를 보면서, 경외감을 느끼고 있지만, MVP는 단순히 경외감이나 희소성으로 주는 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MVP는 팀 성적과 무관하다고 하더라도, 지구 1위 팀 소속 선수와 3위 팀 소속 선수는 다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구 1위 팀이 뉴욕 양키스라면 더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애런 저지에게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타니의 찬란한 2022 시즌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2022 시즌의 MVP는 애런 저지겠지만, 애런 저지보다 더 나중에야 회자될 이름은 바로 오타니기 때문이다.

 30년 정도가 지나면 누군가는 60 홈런을 치며, 애런 저지의 이름을 소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홈런 타자하면 배리 본즈 혹은 베이브 루스를 떠올릴 것이다. 애런 저지는 우리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시대의 스타인 로저 매리스와 같은 One of them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적어도 뉴욕 양키스 팬을 제외한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는 말이다. 

 반면, 오타니는 50년, 100년이 되어도 2022 시즌 오타니에 근접한 선수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분업화와 엘리트 선수 육성 기조가 뚜렷한 현대 야구 흐름에서 오타니처럼 유망주를 육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거니와, 가능성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타니와 같은 선수를 더 이상 내 생애 보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적어도 내 생애 최고의 ‘야구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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