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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YA Dec 30. 2023

오타니와 나

그가 나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서

23년 12월은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내게는 상당히 인상적인 계약이 속출한 스토브리그로 기억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인 이정후 선수가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이전에 WBC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기어이 메이저리그 투수 계약 신기록을 작성했다. 야마모토도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다.


 많은 놀라운 계약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어이자, 현대 야구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오타니 쇼헤이의 7억 달러 계약이었다. 7억 달러란, 유럽 축구, 미국 농구, 미식축구 등에서도 들어본 바가 없는 유래 없는 계약 규모다. 동일한 메이저리그에서 오타니 쇼헤이의 계약이 있기 전 최대 규모의 계약은 이전 팀 동료인 마이크 트라웃 12년 4억 3천만 달러로 오타니의 계약과 대략 2억 7천만 달러가 차이가 난다. 그리고 그 2억 7천만이라는 금액은 투수 연봉 총액 2위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7년 2억 4500만 달러 규모를 넘는다. 즉,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와 2번 째로 좋은 투수의 합에 해당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오타니 쇼헤이는 이번 계약으로 현대 야구의 아이콘이 아닌 현대 스포츠의 아이콘임을 인정받았다.


오타니 쇼헤이가 21년, 23년 AL MVP와 22년 AL MVP 2위를 하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것과 전문후무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과연 오타니 쇼헤이가 7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22년에 AL MVP를 차지하면서 오타니의 3년 연속 수상을 저지한 애런 저지는 뉴욕 양키스와 3억 6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즉, 오타니는 본인의 22년도 MVP 경쟁자의 2배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아무리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를 모두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팀 입장에서는 온전히 두 명의 엘리트 선수를 쓴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지금 LA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에게 외야 수비 훈련을 요청했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타자로서의 역량은 정말로 공을 치는 타석에서 빛을 발할 뿐이다. 외야수 수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중견수보다는 수비 부담이 적은 코너 외야수로 기용될 것이며, 이 또한 오타니가 투수로 돌아오는 25년 시즌에서는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를 투수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5인 로테이션이 기본인 메이저리그에서 6인 로테이션을 돌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이는 글라스나우나 워커 뷸러, 그리고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같은 에이스급 로테이션이 경기에 적게 투입될 것이다. (다만, 다저스의 로테이션이 모두가 타 팀 에이스급인 상황이라.. 이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그리고 오타니 쇼헤이가 정규이닝을 소화한 사례는 22년 한 번뿐이라는 것도 불안요인 중 하나이다. 결국, 오타니는 유래 없는 투타겸업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지만, 결국 지명타자가 아닌 다른 타자들도 메이저리그에서 훌륭한 수비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저 오타니는 수비 대신 투수를 할 뿐이다.


 하지만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7억 달러의 계약 기사가 나자마자, LA 다저스는 모두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훌륭한 프런트와 이미 MVP를 3명(커쇼, 프리먼, 베츠) 보유하고 있는 인기 구단이지만, 오타니는 그 격을 더 끌어올렸다. 이미 7억 달러 투자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LA 다저스가 최고의 슈퍼스타를 품어 다행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러한 호의적인 기사가 나오는 이유는 바로 어느 누구도 아닌 Only One 오타니 쇼헤이와의 계약이기 때문이다. 게릿 콜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이영상을 수상한 수 백명의 엘리트 투수 중 한 명이며, 마이크 트라웃도 MVP를 3번 수상한 훌륭한 슬러거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다르다. 수비 대신에 투구를 하는 타자는 라이브볼 역사상 유일하다. 그와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는 야구 그 자체라고 불리는 베이브 루스뿐이다.


 게다가 오타니 쇼헤이의 국적도 유니크하다. 수많은 미국 선수들과 히스패닉 선수들이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하퍼, 트라웃, 마차도, 타티스 Jr 등은 아무리 뛰어난 스타성을 가졌어도 그저 많은 유명 스포츠 스타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일본 선수이며, 동양인 선수다. 이치로와 류현진, 다르빗슈가 메이저리그에서 엘리트급 시즌을 보낸 적이 있기 때문에 오타니가 MVP를 수상했다는 것은 크게 놀랍지 않을 수 있지만, 그는 야구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유일한 야구 선수라는 점이다. 거기에 미국 다음으로 야구 시장이 큰 일본 출신의 스포츠 스타라는 것은 그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그와의 계약은 곧, 일본 열도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무엇보다도 야마모토 계약 사례처럼 오타니는 일본 선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다. LA 다저스는 오타니의 그 유일함에 투자한 것이다.


 그는 언제부터 유일했을까? 사실 고교야구에서 투타겸업은 생각보다 흔한 사례다. 이대호나 추신수 등 타자로 명성을 널리 알린 야구 선수들도 투수 출신이다. 그럼에도, 프로 리그에 들어오면 하나의 포지션에 집중해 경력을 시작한다. 이는 프로 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투타겸업에 대한 본인의 실력을 백 프로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도자들에게 투타겸업은 치기 어린 유망주들의 자만 정도로 치부될 테니 더더욱 이러한 독특한 결정을 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오타니도 주변에서 독특한 사람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인성도 바르고 실력도 좋지만, 본인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한 편으로는 괴짜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분명히 동료의 시기와 지도자들의 냉소들을 많이 들었을 테지만, 그가 그럼에도 그 유일함을 지켜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한 인성 덕분이었을 것이다. 좋은 인성을 가진 그이기에, 구리야마 감독과 같은 분들이 그를 믿고 프로 지명을 했고 실제로 기대에 부응했다. 즉, 투타겸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좋은 분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타니 자체가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오타니처럼 창업과 대학원이라는 내게는 투수와 타자와 같은 두 개의 영역을 도전하고 있다. 이를 모두 훌륭히 해낼 수 있느냐는 물음에 솔직히 확신을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것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고 몇몇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소중한 기회라는 것을 안다. 내가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 내가 정한 기준보다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중한 순간들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회는 오타니처럼 내가 만든 기회가 아니다. 나는 사실 주변 사람들을 깊게 챙기거나, 살갑게 대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이 부분을 고치고자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에 조언이나 도움 자체가 딱 맞는 느낌이 아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소한 관심들이 나에 대한 평판을 만든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내가 따로 주변을 챙기지 않음에도 이렇게 좋은 환경과 좋은 기회를 계속적으로 받고 있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주변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변으로부터 받는 도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직은 내가 도와줄 여력이 안돼', '내가 정말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와 같은 핑계로 정말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내가 바라는 바를 향해 나아갈 수 없으며, 그저 기반 없는 땅에 탑을 짓고 있을 뿐이다. 나는 꼭 내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은혜를 환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는 기회를 나 스스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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