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 생활

주관적인 WEST설명서

by GOYA

요즘 WEST 프로그램을 통해 제 브런치에 유입되는 독자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지금 2020년 상반기에 참여할 WESTie들을 선발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으로 사료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참가자인 제가 WEST 프로그램에 대해 느낀 바를 조금 정리해볼까 합니다.


1. 제 상황

모든 사람들이 WEST에 참여하고 싶은 이유는 가지각색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생활하고 있는 WESTie분들도 온 이유가 각자 다르니까요. 그 이유에 따라서 WEST 프로그램이 정말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꽤 만족하고 있는 편인데, 제가 만족하는 이유가 누군가에겐 포기를 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단 제 상황을 조금 정리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웨스트에 지원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영어 실력 향상

2. 미국 기업 경험

3. 미국 문화 이해



아마도 웨스트에 지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첫 번째, 두 번째 이유 때문에 WEST를 선택하셨을 것입니다. 저도 별반 다르지는 않습니다. 세상은 넓은데, 한국은 너무 좁습니다. 유학을 간 친구나,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항상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전공이 ‘기계공학’이기 때문에 상경계, 예체능 계열과는 달리, 한국에서도 ‘세계 최고의 잡’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노력을 조금만 한다면요.*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훗날 제 사업을 꾸리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선 한 시장에 국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선진사회는 선진 사회대로, 신흥시장은 신흥시장대로 비슷한 컨센서스를 가지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굳이 한국에서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같은 아시아의 싱가포르, 홍콩만 하더라도 앤젤 투자자, VC가 넘쳐나고 좋은 아이디어와 사람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이스라엘도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 싱가포르 테마섹의 투자를 유치하면 그 사실만으로 회사의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제 영어능력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게 제가 WEST에 지원한 첫 번째 이유입니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의 말 한마디가 와 닿았습니다. 마윈은 조그마한 회사에서 잡일부터 배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조그마한 집단에 있어야 능력보다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분명 대기업이 직원에게 더 많은 봉급을 주지만, 중소기업의 직원분들이 그 분야에 대해선 좀 더 광범위하게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게 ‘인턴’입니다. 인턴으로 작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정말 잡일부터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제가 외국인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아직 아무것도 아닌 학부생이기 때문에 천천히 하나둘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창업이 꿈입니다. 그래서 기업 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의 성공한 스타트업 회사들은 전부 각자의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 한국의 기업들도 점차 변화하고 있지만, 그 변화의 목적지인 미국에서 기업문화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제 직함이 말단 외국인 ‘인턴’이라면 그 문화가 주는 차이의 극한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노예로 6개월 살아가면서 그 문화의 차이를 직접 느끼고 싶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만, 미국은 여행으로 오기는 싫었습니다. 그랜드캐니언, 나이아가라 폭포, 할리우드 거리 등 관광지로서 매력도 넘치는 미국이지만 제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습니다. 이는 제 여행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인하지만, 그것 때문에 오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여행이 아니라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미국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 초강대국입니다. 미국의 경쟁자라고 하는 중국조차도, 아직 많이 멀었죠. 단순히 군사대국이기 때문에 강대국이 아닙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 식음료, 영화, IT제품, 특허, 학문 등이 모두 미국에서 비롯됩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나라는 역사를 통틀어도 없습니다.

그런 미국을 여행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미국의 힘은 유적지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복작복작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나오니까요. 그 삶의 현장에 들어갈 방법은 교환학생도, 대학원생도 아니었습니다.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턴이었습니다. 분명히 인턴이라도 외국인인 제가 그 문화에 녹아들어 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관찰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제가 미국에 오기로 결심한 세 번째 이유입니다.


* ‘세계 최고의 잡‘은 대한민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을 뜻합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건 대부분 제조업이죠. 그렇다고 다른 산업을 비하하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를 연 세잔의 정물화


2. 고생은 디폴트.

고생할 각오하고 오셨으면 합니다. 그럴듯한 사탕발림으로 WEST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최고의 프로그램은 아닙니다.(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합격통보를 받으시면, 선배 웨스티부터 동기 웨스티들이 모여 있는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에 초대되실 겁니다. 그러면 선배 웨스티분들이 작성한 글들을 보실 수 있는 데요. 정말 많은 상황들에 직면하신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많은 분들이 미국행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인 금전문제입니다. WEST 프로그램은 정부가 비용을 모두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소득분위에 따라 대부분을 지원받을 수도, 최소한의 금액만 지원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최소한의 지원을 받는 소득 분위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물가는 살인적입니다. 햄버거 하나 먹는데 10달러가 넘어가는 것은 예사며, 한국 정도의 상차림을 웨스티분들이 사 먹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웨스티 대부분이 원하는 서부, 동부의 대도시는 하우징이 굉장히 비쌉니다. 제가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경우엔 $650 이하로 방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에는 700~800달러 정도에서 웨스티 대부분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타모니카의 경우는 관광지인 관계로 1000$이하의 하우징은 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동부 지역은 제가 필라델피아로 인턴을 가게 돼서 조금 숙소를 알아보고 있는데 $600 부근에서 숙소 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뉴욕은 그 이상이겠죠? 웨스티분들이 들어보신 도시의 하우징은 대부분 서울 이상입니다.

두 번째는 인턴 문제입니다. 어느 웨스티도 인턴 잡을 확정하고 미국에 입국하지 않습니다. 모두 맨땅에 헤딩 식으로 미국에 오시죠. 저 같은 경우는 한 번에 Job을 잡았고 그 Job에 어느 정도 만족을 하는 편이라서 스폰서와 큰 갈등 없이 인턴쉽 매칭을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웨스티들을 보면 갈등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예를 들면, 마케팅/경영 직무의 경우는 인턴쉽 포지션이 정말 많습니다. 샌디에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오렌지 카운티 등 서부 해안의 도시들 뿐만 아니라 뉴욕, 휴스턴 등 정말 다양합니다. 그리고 영위하는 산업이 많은 미국답게 과일 무역, 부동산 중개, 거래, 금융 지원, 패션 마케팅 등 업무도 무지하게 많습니다. 이는 많은 인터뷰 기회를 받기 때문에 좋아 보이지만, 반대로 딱 원하는 분야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좋아하는 도시의 오퍼를 받기도 어렵고요. 정말 백지상태로 몇 달을 보내는 것입니다. 스폰서와 많은 이메일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거기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조금 특이한 전공(제가 보기엔 마케팅, 경영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 특이한 전공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공계는 더더욱! 단, 컴퓨터공학은 제외입니다.)을 가진 분들은 어학연수가 거의 끝나가도록 오퍼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 경우가 꽤 많으니, 경영, 홍보 전공이 아니시라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셨으면 합니다.

금전, 인턴 문제는 디폴트고 와보시면 문제가 하나둘이 아닙니다. 계좌를 트는 것부터 부동산 계약 문제, 불안정한 치안, 가끔 들리는 총기사고 소식, 같은 민족 등 처먹이는 한국교포, 뒤죽박죽인 대중교통 등 정말 Hardship이 많습니다. 특히 20대 여성분들은 캣 콜링과 같은 성희롱,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더 높은 주의를 요합니다.

이런 일들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일들이 분명 예비 웨스티분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업무를 잘 처리하지 못한 스폰서나 치안 관리 등을 잘하지 못한 미국 사회의 잘못이 큽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무랄 수도 없습니다. 손해를 보는 건 웨스티분들이니까요. 웨스티들이랑 술도 한 잔 하면서 회포도 풀어야 하는데 기숙사가 아니라면, 술 한 번 같이 마시기도 어렵습니다. 밤에는 치안도 안 좋고 술값도 비싸니까요. 그리고 더 좋지 않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럽고요.

혼자서 분을 삭여야 할 상황이 많습니다. 아직 저도 인턴 시작을 하진 않았지만 인턴의 경우는 로스앤젤레스나 뉴욕과 같은 큰 도시가 아니라면, 대부분 혼자 생활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을 잘 컨트롤할 수 있고 하나의 경험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야 짧지 않은 1년이라는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물개처럼 편하게 살고 싶다.


3. 고생도 경험으로.

WEST에 지원해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실 정도의 분들이라면,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 번 정도는 생각해보신 분들이실 텐데요. 기왕 웨스트에 가기로 결정했으면, 그 고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편이 편합니다.

대도시의 숙소가 비싼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엔 정말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습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대륙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하나의 지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살면 모든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박물관, 대학교, 행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의 미국 대도시의 월세가 비싼 것입니다.


웨스트에 오기로 결정했으면, 높은 월세는 어찌 됐든 감당해야 할 문제입니다.(어학원이 와이오밍이나 캔터키에 위치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그렇다면 본전을 뽑으시길 바랍니다.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LACMA, 게티 센터 정도는 한 번 가보세요. 자동차에 관심이 없더라도 피터슨 박물관에 가보셨으면 합니다. 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엔 많은 스포츠팀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뿐만 아니라 LA 레이커스, 대학 풋볼 최강자인 USC Trojans도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해 있습니다. 조금 비싸지만, 프로야구나 미식축구 등을 한 번 정도는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한 분야에 관심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우연한 기회는 찾아다니는 사람에게 오는 법이죠.


대도시의 경우는 웨스티분들처럼 저마다의 이유로 잠깐 미국에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학을 오는 경우도 있고, 직장을 잡아서 오는 경우도 있죠. 그분들도 역시 웨스티분들처럼 다른 문화에 관심이 많고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합니다. 나가보세요. 어학원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저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로스앤젤레스의 어학원인 POLY는 학원이 작아 웨스티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딱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만 밖을 나가보면 외국인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에는 비단 외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대부분 KDrama, Kpop과 방탄소년단 팬입니다. 대화를 시작하기 좋은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시작으로 사람들과 교류해보셨으면 합니다. 게다가 현지인들은 책에 나오지 않는 경치 좋은 스폿을 몇 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대도시가 비싼 이유를 잘 이용하는 게 월세값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제가 부정적인 이야기만 했는데, WEST 프로그램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지원금이나 이런 물질적인 지원보다 정부가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제겐 꽤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꿈이 명확한 WESTie들이 많아서 그들과 교류도 큰 귀감이 됩니다. 또, 또래 친구들이라 그런지, 비슷한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많이 받습니다. 자극도 많이 받고요. 그리고 WEST가 아니었으면 인턴을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 전공이 한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인턴을 구할 수 있는 전공이기 때문에 더 쉬운 길을 택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찌 됐든, 제게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임은 틀림없습니다.

저때도 그랬는데 다양한 이유(나이, 금전, 취준 등)로 갈팡질팡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들이 WEST보다 가볍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웨스트 참가자로서 그 결정에 도움을 드리고자, 포장하지 않고 WEST의 실제 생활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젊음은 고민하기엔 아까우니까요. 좋은 결정을 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s. 혹시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통해서 질문해주세요. 다른 지역은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만,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인턴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니, 인턴 매칭까지 질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