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매트를 찾아서

9화 보안관

by 노에시스


회사에는 개 한 마리가 살고 있다. 독특한 견종은 아니고 흔한 잡종견이다. 뭐라고 부르는 것 같기는 한데, 나는 그 녀석의 이름조차 모른다. 특별히 이름을 부를 일도 없고, 나 역시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걸 싫어하기에 이름 따위를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생명은 살고 싶은 대로 그대로 놔두는 게 좋다는 주의라서다.

그래도 그 녀석을 잡종견으로 부르자니까, 생명을 경시하는 기분이 든다. 회사의 부설기관처럼 그럴듯한 펜스가 쳐진 공간에 지내니, 보안관이라고 하면 되겠다 싶다. 나는 회사에 방문하면 화장실이 급할 경우가 아니면, 그 녀석에게 눈도장을 찍는다.


요즘은 다이소에서 산 치킨 맛 스틱을 하나 건네주고 있다. 질근질근 씹으며 눈을 감는 걸 보면 정말 치킨 맛을 느끼는지 묻고 싶어진다. 한 개만 주면 정이 없어서 나는 한 개를 더 준다. 이번 간식을 다 먹으면, 다음번에는 조금 더 맛있는 간식을 주어 반응을 살펴볼 생각이다.


이 개는 상당히 똑똑하다. 내가 처음 회사에 방문했을 때는 아주 사납게 짖다가, 내가 구형 택시 한 대를 배정받고 운전석에 앉는 걸 멀찌감치에서 지켜본 다음에는 짖지 않았다. 이후에 만났을 때는 태도가 아주 급변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펜스 너머에서 꼬리를 흔들면서 배를 깔고 엎드린 채 처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진지한 눈빛으로 이런 말들을 내게 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번에 짖었던 건 미안해. 그게 내 일이라서, 너도 이해하지?" 펜스로 둘린 이 평 남짓한 공간에서 보안관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녀석의 친근한 태도에 가만히 있기가 머쓱해서, 내 나름대로 택시에서 겪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말해주었다. 그럼 녀석은 내 눈을 피해 펜스 기둥을 핥았다. 그러다가 주저앉고서 새우 눈을 하고는 뒷발로 사정없이 귀가를 털어대는데, 똑똑해도 듣는 태도가 영 불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달에 한두 번 그 녀석과 만난다. 내가 또 재미없는 말을 늘어놓을 걸 아는지, 다가가면 선수를 쳐서 재빨리 몸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곧장 튀어와서는 펜스에 매달린 채로 앞발로 문고리를 긁는 것이었다. 행동을 취한 뒤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것이, "내가 못 알아들으니까 말은 됐고 어서 문이나 열게나. 마당에서 나랑 함께 노세."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아내도 나와 대화하다가 보면 가끔 내가 무슨 말을 늘어놓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쉰다. 그러니 보안관 녀석이 별수 있겠는가.


이상하게 보안관은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통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 녀석의 의도가 몸짓과 총명해 보이는 눈빛으로 내게 전달이 될 때마다, 명주실로 둘둘 감긴 명태 세 마리가 펜스에 왜 걸려 있는 건가를 대략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이 보안관에게 간식을 주는 건, 나와 다른 종과 교감하고 싶은 충동이기도 하지만, 우리에 나와서 마당의 주인처럼 활보하기도 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기 때문이었다. 종종 이십여 미터 정도 되는 목줄에 묶인 채로 마당을 뛰어다니는데, 아마도 산책 대신인 것 같았다.


처음에 개가 풀려 있는 걸 보고 차에서 내리기가 꺼려졌는데, 회사에 놀러 온 건 아니라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 아무래도 사람이 사람을 물면 경찰을 부를 수 있는데, 개는 짐승이라는 이유로 어느 정도 참작되는 것 같다. 사회는 폭력에 관해 두둔하지 않고 심판하기를 그치지 않는데, 개의 자의적 판단력에 맡겨진 분량이 좀 과대하지는 않은가 싶다.


나는 살신성인하며 주인을 따르는 짐승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다. 그렇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보안관에게 펜스에 갇혀 있던 짐승이라고 여기고 조금은 빈정거리던 말투로 대했던 건 사실이다. 믿음을 주지 못하고 불신한 만큼 그 짐승이 두려운 것이었다.


그 녀석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내게 뛰어들었다. 내 신발 냄새를 맡다가 점점 흥분하는데, 펜스 앞에서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던 녀석이 네 녀석이냐, 하고 식별하는 느낌이었다. 에헴, 내게 개를 무서워하기보다는 돌변하여 이를 드러내는 짐승의 본성을 경계한다고 하겠다. 나는 슬그머니 발을 뒤로 빼면서, 안돼, 저리 가 같은 말을 작게 내뱉었는데, 내 개도 아닌데 너무 훈육 조로 대하는 게 부담이 되기도 해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 녀석이 저 멀리 마당 모퉁이로 뛰어가더니 전속력으로 다시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조금 놀랐는데, 더 놀랐던 사실은 내게 달려오던 이유가 내 다리를 몸통으로 들이받기 위해서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였다. 쿵. 멧돼지였다면 아마 나는 쓰러졌을 것이고 다쳤을 것이다. 소형 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그러니까 성견이 되지 못한 진돗개 덩치를 가지고 있어서 충격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개의 행동에 놀라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대로 얼어버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여러 생각들이 맴돌았다. 펜스를 열고 놀자던 보안관이 몸짓으로 이런 놀이였다며 말을 덧붙인 건가. 놀이치고는 꽤 거칠었다. 이 속도감은 설마 저 택시 승용차들을 모방이라도 한 걸까. 택시 기사인 내게 놀이의 흥미를 붙여주기 위해서, 나도 택시처럼 달릴 수 있다며 뽐낸 그 녀석의 언어였을까. 아니면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이라고 우쭐거렸던 내게 돌려준 대답 같은 거였나.


그 뒤로부터 나는 그 녀석에게 종종 간식을 챙겨주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요즘 보안관은 예전처럼 기운이 넘치는 모습이 아니다. 전에는 펜스 안을 종종 뛰어다니고, 내가 오기만 하면 몸을 낮추고 꼬리를 흔들며 마당을 뒤집어 놓을 기세였는데, 요즘은 가만히 엎드려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눈빛에는 무상의 기운이 감돌았다. 힘에 부쳐 시무룩해진 것은 아닌지 괜히 마음이 쓰였다. 겨울을 나는 중이라서 그런 것이라면 좋겠다.


나를 혼미하게 만들었던 그때, 보안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끌어올려서 내게 교감을 시도한 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내가 구사한 인간의 오만한 언어 때문에, 신이 그 종에게 허락한 에너지를 내가 괜히 소진하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