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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Dec 22. 2022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

뮤지컬 캣츠(CATS)의 원작 시집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

(T.S. 엘리엇 글/악셀 셰플러 그림/이주희 역 | 시공주니어 | 2012년 | 원서 : 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 )

    

  고양이의 몸짓을 본 적이 있나요?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적이 있나요? 찌링하고 눈이 마주친 순간 나에게 관심이 있나? 싶다가도 무슨 소리! 휘릭 가버리는 거리낌 없는 몸짓에 또 속았다며 헛웃음이 난다. 나를 뚫어 보는 눈동자, 내가 모르는 무엇을 아는 듯한 눈빛, 유연하고 과감한 고양이들의 움직임은 평범한 내 상상력을 건드린다. (touch me!) 역시 고양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이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졌으니 그 모습과 행동을 관찰하여 떠오르는 고양이의 세계를 ‘주머니쥐 할아버지’라는 별명으로 시로 써서 편지를 보낸다. 그 글을 모아 직접 그린 표지로 출간한 책이 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  (1939),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이다. 그리고 그 시를 읽고 영감을 받은 영국의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만든 뮤지컬이 바로 “츠”이다. 이 책은 츠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읽은 시공주니어에서 출판된 버전은 원작의 출간 70년을 기념하여 영국의 유명 화가 악셀 셰플러의 그림을 더했다. 하드커버에 다채로운 색채의 그림은 보기에 즐겁고, 영국 대시인의 문장력이 펼친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빈곤한 머리는 예쁘고 다채로운 그림을 따라가며 보완된다.     

  책은 고양이가 3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고양이 이름 붙이기'라는 주제로 시작한다. 세 가지 이름 중 하나는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고양이 혼자만 아는 이름이 있다고 한다. 고양이에 대한 신비로운 고정관념은 어디서나 공통점인 듯하다. 이런 도입은 여러 고양이들의 히스토리를 상상해주기 충분하며  고양이들의 서사와 모험, 삶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늙다리 껌딱지 고양이들이 종일 바닥에 붙어있는 듯 보이지만 밤에는 생쥐들을 교육하고 바퀴벌레 악단을 만든다. 악당고양이 으르렁호랑이의 어마어마한 무용담을 들려준다. 24쪽에는 캣츠에 나오는 고양이를 지칭하는 젤리클 고양이가 나온다. 공연 중 고양이 배우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다는 젤리클석에 앉아 캐츠를 관람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지만 젤리클의 뜻은 몰랐다. 고양이 무도회에 참여한 젤리클 고양이는 귀여운 고양이 (dear little cats)의 줄임말이라고 다.      

  이 책을 보고 영감을 받은 뮤지컬 ‘츠’의 제작자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고양이들 각각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기 위한 중심 사건으로 필요했는데  그것이 일 년에 단 하룻밤 열리는 젤리클 무도회에서 최고의 고양이를 뽑히기 위해 온 도시의 고양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설정이다. 책은 리듬감 있는 글을 서정적으로 풀어낸다며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뮤지컬은 고양이들의 움직임을 현실로 끌어내어 입체적이고 역동적임을 선사하는 것 같다.

  고양이에서 받은 영감은 문학으로, 그 문학에서 받은 영감은 뮤지컬로  대중에게 연결된다. 우리는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르게 느끼고 각각 다른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책과 뮤지컬의 연결된 부분을 생각하며 책을 몇 번이고 찾아 읽을 것 같았다.


  나는 책 속 고양이 중 스킴블샹크스 : 철도 고양이가 좋았다. 나는 언젠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길고 긴 여행을 하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지만 쥐를 너무 싫어한다는 약점이 있다. 어렸을 적 길가에 쥐와 마주쳐 그 대결에서 진 이후로 미키마우스만 보아도 기겁을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스킴블 같은 고양이가 기차 순찰을 하다면 생쥐 걱정 없이 여행을 할 것 같았다.      

  책은 고양이는 고양이, 개는 개. 고양이에게 말을 거는 방법을 안내하며 마무리로 간다. 역시 고양이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은 전 세계와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인 것 같다. 고양이에게 말을 거는 규칙은 하나 말을 걸어올 때까지 말하지 말라. 고양이는 고양이이다.     


  이 책은 T.S, 엘리엇이 어린이를 위해 쓴 유일한 책이라고 한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누구에게나 자신의 역량만큼 책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다. 7살 째도 리듬감 있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졸린 눈을 비비며 읽어 달라하고, 나는 다양한 고양이들의 삶에서 사람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은 씁쓸함을 발견한다. 더 나아가 고전들의 이야기가 연상되는 셜록홈스의 ‘범죄의 나폴레옹’이나 파우스트에서 따온 고양이 이름은 책을 사랑하는 문학도들에게 숨겨놓은 수수께끼를  찾는 재미를 줄 것 같다. 같은 책이라도 개인에게 주는 영감이 다를 수 있다니 역시 대시인인 가? 책에 대한 위대함 느껴지는 순간 내 머리에는 캐츠의 명곡 그리자벨라의 메모리즈가 퍼진다.      


  글을 쓸수록 시는 참 어렵다생각이 드는데 번역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시를 번역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좋은 책을 한국 독자에게 소개하려 애쓴 번역가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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