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용희 Jun 26. 2022

영국 런던 공원에 대하여

리치먼드 파크를 펜 드로잉 하다

 영국 여행을 가게 되면 유명한 명소 주위에 꼭 '공원'이 있기 마련이다.


 하이드 파크, 세인트 제임스 파크, 그린 파크, 리젠트 파크 등 다양한 공원들이 런던에 자리 잡고 있다. 모든 공원들의 특색이 각각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푸르름' '광활함'이다. 공원으로 들어가게 되면 새로운 환경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마치 자연 속으로 순간 이동한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길게 뻗어진 나무들을 자세히 보거나 주위 사람들이 몰려있는 데에 가보면 다람쥐나, 청설모, 오리, 백조등 같은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이 포착된다. 다가가면 도망칠까 봐 적당한 거리를 둔 뒤, 폰에서 카메라 앱을 켜고 조용히 찍고 확대해서도 찍는다. 너무나 귀엽다. 그 친구는 내 모습이 신기하겠지.


 마지막 영국 여행에서 사실,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목적으로 가진 않았었다.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을 보고 나서 다음 발걸음을 돌리면서 가는 길에 공원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 여기 공원이 있었지'라고 하며 머쓱해했다. 이전 영국 여행에서 최대한 여러 공원들은 모두 방문했었을 만큼 많이 다녔기도 했기에 공원 구경 자체는 배제했었는데 우연히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런던 세인트 제임스 파크
런던 세인트 제임스 파크


  공원에 있는 사람들 중, 돗자리를 펴고 영국 대표 패스트푸드점 'PRET A MANGER(이하 PRET)'에서 사 온 샌드위치와 음료를 차려놓은 뒤, 누워서 자거나 책 읽는 모습이 그렇게 낭만적으로 보였었다. 괜스레 나도 책 한 권 가져가서 잠시 벤치나, 풀밭에 앉아 10분이라도 독서해볼까 했으니 말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낭만 가득해 보여 잠깐 동안 앉아 사색에 잠겼다.


  사람의 상상력,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높은 층고의 건물이나, 야외에서 뛰놀 수 있는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고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우거진 풀숲이 있는 공원에 자주 뛰놀 수 있다면 상상의 나래가 끝없이 펼쳐질 것만 같고 모든 스트레스와 고민들이 사라질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욱 정신이 맑아지고 좋은 기운들이 모여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이렇듯 푸른 공원이 사람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가히 크다고 볼  수 있다.


런던 세인트 제임스 파크
런던 세인트 제임스 파크



 

런던 리치먼드 파크

 

 앞서 얘기했던 여러 공원들 외에 '리치먼드 파크'는 영국에서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하는 공원이다.


  이곳의 큰 특징은 '사슴'이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바짝 앞으로 가면 피하긴 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선에서 자세히 보려 다가가더라도 도망가지 않는다. 이전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다녀가고 또 다가섰을 테니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해치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체화되어 화들짝 놀라 긴급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본 적이 없고 우아하고 여유롭게 걸음걸이를 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리치먼드 파크 드로잉 (2022. 06)

 

 큰 공원을 거닐다 못해 헤매다 보면 잠시 커피라도 한잔하면서 쉴 곳이 오아시스 마냥 간절해진다. 이들을 위해 리치먼드 파크에서 위로 올라가다 보면  'Pembroke Lodge'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Tea room'이라곤 하는데 각종 차, 커피뿐만 아니라 스콘 등의 베이커리도 있고 와인, 맥주 등도 판다. 카페라고 해야 할지 레스토랑이라고 불러야 할지 구분 짓기는 어려우나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여기서 결혼식도 열리니 말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곳에 가서 맥주 하나 시켜 바깥 자리에 앉아 저 멀리 보이는 공원의 모습들을 바라봤다. 모르는 이들 사이에서 혼자 만끽하는 맥주 한 병은 적당한 취기를 제공함과 동시에 '행복'을 선사해줬다. 외국 여행을 느긋하게 만끽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여행하는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Pemboke Lodge에서의 맥주
리치먼드 파크의 'Pembroke Lodge'


 바쁘게 지내는 일상 속에서 가끔 이전 유럽 여행 사진을 둘러보면 매 순간이 힐링 그 자체였지만, 푸른 광경들이 가득한 공원은 유독 특별한 감정이 들게 했다. 명소들을 둘러본 사진들은 '즐거움', '새로움'이 더욱 크다. 반면 공원이나 자연 광경을 담은 풍경을 볼 때면  '회복', '휴식', '치유'와 같은 단어들이 앞서서 떠오른다.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한국 내에서도 훌륭하고 멋진 공원, 자연 광경들은 많다. 그래서 중간중간 휴가를 사용하거나 주말에 힐링을 위해 떠나곤 한다. 큰 휴식을 취하고 와서 정말 힘이 될 때가 많은데 그래도 뭔가 모를 아쉬움이 있다. 그것은 아마 한국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요한 것은 바로 '일상의 부재'다.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라는 사람이 이곳에서의 생활을 잠시 로그아웃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 여행하며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휴식을 취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마음만큼은 당장 떠나고 싶다.


 그래도 과거의 여행 추억들을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더 나아가 앞으로 또 훌훌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지낼 수 있게 해준다. 머지않아 또다시 여행을 떠나길 간절히 바라본다.


런던 리치먼드 파크 (2022.06)
런던 리치먼드 파크 (2016.07)


매거진의 이전글 공항, 여행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