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용희 Feb 20. 2021

여행과 드로잉, 그 사이 어딘가

여행과 드로잉을 주제로 한 글의 시작

 그림을 그린 지 6년이 지났고 글을 쓴 지 1년 반 정도 되었다.


 처음 해외 여행지였던 영국에서 그림 그리기 시작해서 어느 순간 글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림과 글은 모두 '여행'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런던의 '타워브리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때까지 미술 학원에 다니거나 미술 과외를 받았다. 그때 그림 그렸던 것이 몇 년이 지난 이후에 펜을 잡고 드로잉을 할 때에도 손은 기억했고 지금도 기억한다. 영국 런던에서 직접 찍었던 사진을 보며 펜으로 담아내고 비교해 봤을 때의 그 뿌듯함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 묘한 느낌이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게 된 원동력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펜 드로잉을 하면서 그림 그리는 것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는데 바로 내 드로잉이 들어간 굿즈였다. 대학생 끝무렵 그리기 시작했으니, 4학년 때 고슴도치가 그려진 에코백을 제작을 시작으로 취업한 뒤, 1년에 다섯 번 이내의 횟수만큼 아트마켓에 참가했다.


 내가 그린 것으로 다양한 것들에 접목해볼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임을 아직도 느끼고 있다. 그림 원본을 항상 들고 다닐 수 없는 현실에서 일상생활 혹은 가방에 늘 갖고 다닐 수 있는 물품에 내 그림이 들어갔으면 했다. 그렇게 에코백을 시작으로 엽서, 스티커, 책갈피, 손거울까지 접목해보게 된다. 이러한 굿즈를 통해서 돈도 벌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을 것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 만큼, 그리는 데에 부담 없이 대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싶을 때 그리면 되고 그리고 싶지 않을 때는 그리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그림에 소홀한 마음을 갖고 펜을 들진 않는다.


 유럽으로 해외여행을 가면 그때의 좋았던 추억들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 일기를 썼다. 초등학교 방학숙제였던 일기 쓰기는 개학이 다가올 때쯤 급하게 써 내려갔던 나였다. 누가 시켜도 잘하지 않던 것을 스스로 쓰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해외여행의 소중한 순간들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픈 마음이 컸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 동기랄까. 외국에서 썼던 티켓들도 모으고 다른 팸플릿 등도 모아서 일부는 일기에 붙일 만큼 정성을 다했다. 여행 일기에 경험했던 일들이 차분히 담겨있고 다른 곳 여행도 하면서 여러 권의 여행 일기 노트가 생겼다. 다시 펴보면 그때의 따뜻한 일들이 되살아난다. 또렷하게.


 정확히 글 쓰고 싶은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자연스레 생겼다는 것이 더 솔직한 대답이다. 여행하면서 썼던 일기들을 가끔 다시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여러 에피소드들을 모아 보면 어떨까 싶었다. 여행을 하면서 좋았던 일이 대부분이지만 조금은 힘들었던 일이거나 잊지 못할 일들을 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막연하게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면 정말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난다. 상상만으로 멋지고 값진 일이라 생각 들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여행'이고 어떻게 보면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여행'이다 보니 여행과 드로잉을 접목한 글을 쓰고 싶었다. 어떻게 표현하고 써야 할지 고민을 오래 한 끝에 내린 결론은 '일단 쓰자'였고 2019년 11월,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어떤 글이든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주제가 생기는 대로 쓰기로 하고 매주 토요일에 글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다. 그런데 매주 글을 써야 했기에 글의 품질(?)은 일정하지 못했다. 주제를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고 완성도를 높이기에도 버거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여곡절 나와의 사투를 벌인 끝에 지금까지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중이다.


 꾸준함에 대해서는 스스로 칭찬해줄 만 하지만 글의 실력이 높아졌는가 혹은 누구나 읽고 싶어 하고 흥미가 생길 글을 썼는가 묻는다면 대답은 "잘 모르겠어요" 정도로 끝내는 게 맞을 듯하다. 작년 11월 중순의 긴 휴가 동안 제주도에서 여행했던 글을 처음으로 브런치 매거진으로 담았다. 내 나름대로 큰 한줄기의 '제주 여행'이라는 흐름 속에 글을 담아갈 수 있어서 내심 기뻤다.


 이전에 숫자로 순서를 매기면서 썼던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갔지만 큰 방향이 담기진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하나의 요리를 완성해서 대접하기 위해서는 음식 식재료뿐만 아니라 조리 도구들도 있어야 하고 그 외 접시 등 식기류도 필요하다. 음식을 즐길 공간까지. 이처럼 숫자를 쓰면서 썼던 글들은 전체 요리를 완성하기 위한 재료이자 도구들이 되어주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내가 써보고 싶었던 여행과 드로잉을 주제로 한 글을 다시 정리해서 써보려 한다.


 초반에 썼던 글들을 보면 아무래도 표현이 투박한 부분이 많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들도 이제 와서 보니 많이 보였다. 현재의 나를 돌아본다면 물론 아직도 많이 멀었지만 전보다는 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 써 내려갈 글들은 이전에 썼던 글들이 어느 정도 포함될 것인데, 최대한 방향의 흐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주로 유럽 여행과 드로잉을 하면서 느꼈던 다채로운 추억이 담긴 에세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봐야지.


런던의 '타워브리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