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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희 Feb 27. 2021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

영국에서의 첫 여행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은 아주 간단명료한데, 영국을 여행하며 봤던 건축이 아름다워서다.


 첫 해외여행지였던 영국에서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한국과 다르게 자동차의 운전 좌석이 좌우가 반대라는 점이 가장 크게 다가오게 된 신선함이었다. 운전 좌석 위치가 왜 오른쪽일까 라는 궁금증을 갖곤 했는데, 뒤늦게 영국의 바스(Bath) 지역 투어를 할 때 가이드 분이 유래를 말씀해주셔서 알게 되었다. 바로 '마차' 이야기다.


 과거에는 마차가 교통 및 운송 수단이 었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조금 더 파고들어보자. 주로 오른손잡이가 많은데 말에게 채찍을 가할 때 왼쪽 자리였다면 어땠을까? 왼쪽에 앉은 사람이 채찍을 열심히 휘두르다 보면 우측에 앉은 사람이 맞을 수 있어 무서울 것이다. 그래서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말을 다루는 것이고 이는 훗날 자동차 운전석이 자연스럽게 오른쪽이 되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신선한 충격으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마치 당연한 듯 보이는 것에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되면 특별하게 느껴지는 느낌이 들듯이 이도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2015년 1월쯤에 영국에서 40일간 머물게 되었고 그게 나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매형이 주재원으로 영국에서 지내셨기 때문이다. 숙박비가 들지 않았기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비행기표를 일찍이 예약해서 가게 되었다. 영국에 가서는 조카와 놀아주기도 하고 집안일도 일부 거들면서 함께 생활했다. 참 행복했다.


 자연스레 4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영국에서만 있어서 여행지를 돌아다닐 때 급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지금껏 나에게 주어졌던 여유 중에서 최고인 듯하다. 대학교 3학년이 직후였기에 취업준비에 쫓기지도 않았고 3학년 한 해 마무리를 짓고 겨울방학의 시기였기에 모든 것이 안정한 상태 그 자체였다. 언젠가 다시 이러한 여유가 올까? 왔으면 좋겠다.


 영국에서의 생활은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눈이 떠질 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조카와 함께 놀아준 뒤 집을 나서는 것이었다. 집은 런던이 아닌 근교 쪽이었고 기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중심지였던 워털루 역에 도착해서 가고 싶었던 곳으로 향했다. 하루에 몇 곳만 목적으로 정하고 주로 걸어 다니곤 했는데 주위 골목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영국 런던의 대표 랜드마크들인 빅벤, 타워브리지, 버킹엄 궁전, 내셔널 갤러리 등 다니며 사진으로 담았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며 일기에 옮겨 담았다. 그날 있었던 사진을 보다 문득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서 간직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게 거실에 불을 켜 두고 한쪽에는 폰에 담긴 사진을 열어놓고 일기 노트에 연습 삼아 그려보게 된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미술학원이나 미술과외를 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때 생각으로 기본기를 어느 정도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렸지만, 4B 연필로 소묘 연습을 할 때 일정한 길이로 차근차근 획을 쌓아 나가는 것과 수채화로 붓을 다뤄보면서 그림을 표현하는 방법 위주로 익혔다. 그때를 돌아보면 그림 실력을 키웠다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흥미와 도구들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미술을 배운 지 10년이 조금 안 되는 세월이 지난 후 그림을 영국에서 다시 그린다는 것이 나에게는 도전이었고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 스스로도 궁금했다. 처음에 그릴 때는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내가 그림을 그리고픈 의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 이후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타워브리지를 파란색 펜으로 차분히 한 땀 한 땀 그려나가면서 서서히 완성도를 높여 나가게 되었다.


 제대로 담아봤던 그림은 제법 타워브리지처럼 보였고 내 손으로 직접 그려서 완성했다는 것에서 뿌듯함이 컸다. 대학교 다니면서 특정 과목을 A+ 학점을 받았을 때보다 더 행복한 느낌이었다.


 영국 여행을 시작으로 다양한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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