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보는 두 가지 시선
대화의 시작은 항상 물음표다. 그런데 꼭 대화의 마무리를 물음표로 던지는 사람이 있는데 난 그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인가 남들의 대화를 엿듣던 중 “역사가 중요한 이유가 뭔지 알아?”라는 질문을 들었다. 대답은 들리지 않아 들을 수 없었지만 오지랖 넓게 대답해보련다.
역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한 답이라기 보단 내가 역사를 두고 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역사 순환론’과 ‘엘리트주의 역사’ 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역사라는 단어를 두고 한 자아가 탐색할 주제를 결정할 중요한 관점이기도 하다.
먼저, 역사 순환론이다. 사실 단어가 경직돼서 그렇지 자주 듣던 말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 역사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와 미래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알면 현재를 알고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인데, 거시적인 시점에서는 순환한다 볼 수 있지만 사실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거시적역사순환론이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결론은 순환론 자체에 의지해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없다.
역사 순환론이 현시대에 맞지 않는 사고라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데 자연스럽게 두 번째 시선인 ‘엘리트 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시선은 어쩌면 역사를 조금 회의적으로 보는 것인데 이미 지나온 과거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껄끄러움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확신은 여러 차례의 의심을 해소하는 과정에 생기는 것이니 의심을 해보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역사를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책에 기록된 것은 이들 엘리트의 이야기다.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p153 -사피엔스-
혹시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다.”
우리가 교육받고 배우는 역사는 과연 어떤 기록인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우린 일반적으로 지난 인간의 삶과 역사의 기록은 각 개인의 이해관계가 통합하며 진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21세기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서 가능한 일이다. 다수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사회의 생각으로 역사를 이해하면 곤란하다. 결국 역사는 그 사회의 극 소수에 의한 이야기일 확률이 높다. 의미 있는 패배는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첫 번째는 역사가 순환한다는 ‘역사 순환론’이다. 이는 거시적으로 타당해 보이지만
두 번째 시선인 ‘앨리트주의’가 이 순환론의 오류를 설명한다. 한 개인이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것들이 기록될 수 있지만 엘리트 중심의 역사는 특정 기득권의 결정으로 기록되었다. 패배자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역사를 보는 두 가지 시선이다. 그렇다면 우린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이미 지나 온 과거들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공부해온 역사적 사실이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공부해온 기존의 역사공부의 틀은 벗어날 필요가 있다. 또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에 대한 개인단위에서의 고찰이 필요하다. ‘역사순환론’은 거시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탄생-성장-안정-쇠퇴-소멸’의 이치는 역사가 가진 순환을 증명한다. 다만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역사공부는 지극히 사건과 인물 위주다. 한국사는 더욱 그러하다.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한 공부는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게 하는 데는 좋지 않다. 특히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가 ‘순환론’에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역사공부는 가장 객관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승리자가 기록한 이상적 소설이지만 그 시대의 객관적 자료를 찾아야 한다. 때문에 난 인물과 사건을 해석하는데 그 시대상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물과 사건은 그 시대상을 이해하는 데에 근거 정도로만 봐야 한다. 기존의 인물과 사건 위주의 공부를 시대상 위주의 공부로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역사공부는 왜 하는가?
그 답은 각 개인이 찾아야 하지만 우리에겐 책이 있다. 책에 나온 대로 답을 내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의 다리의 역할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상 모든 지점은 교차로다. 우리가 과거에서 현재로 밟아온 길은 하나의 갈래였지만, 여기에서부터 미래로 무수히 많은 갈래의 길이 나있다. 이중 일부는 더 넓고 평탄하여 이정표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될 가능성도 더 크지만,
때때로 역사는 , 또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은 , 예상을 벗어나서 움직인다.
p337 -사피엔스-
나는 역사공부의 이유를 이 문구에서 찾았다. 역사는 승리자들의 기록이고 앨리트들의 소설이지만, 지금부터는 무수히 많은 갈래의 길이 나있다. 넓지 않겠지만 이정표도 없어 남들이 몰라주지만 때때로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은 예상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에서 과거가 아닌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현인’이라는 사실에 소름 돋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