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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Dec 16. 2021

그래, 백 대신 덤벨을 들자!

현명한 여자들은 운동을 하더군요.

H는 현명한 여자다. 무척 똑똑한데 어쩐지 똑똑하다는 표현보다 '현명하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마냥 영리하기만 한 게 아니라 삶에서 중요한 게 뭔지 '아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그런 H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가 전날 트레이닝 여파로 어깨가 후들후들거린다고 호소하자 바로 이렇게 말했다.

"렛 풀 다운? 그거 진짜 힘들지."


1년 가까이 거의 매주 1회 이상 PT를 받고 있는 나는, 그 동작을 '막대기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무척 힘든 어깨 운동'정도로 아는데... 정확한 용어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와, 그 고통의 대가가 얼마나 근사한지를 말하는 H를 보니, 참 멋있었다. H는 남편과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가벼운 포옹에서 자신의 전거근을 뽐냈다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때 불현듯 깨달았다. 아! 현명한 여자들은 운동을 하는구나. 운동을 해왔구나!


내가 취업난에 시달리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다고 한탄하고, 일하느라 나를 살피는 여유 따위는 없었다고 강변하고, 임신과 출산으로 모든 걸 내려놓았다며 포기하고 있었을 때- 현명한 여자들은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를 악 물고 싱글 레그 스쿼트를 할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이 운동을 20대에 했더라면 내 몸은 얼마나 근사해져 있었을까. 비단 몸의 형태, '몸매'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20대 때는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었다. 무리하게 계획을 짜고 더 무리해서 그 이상을 해오곤 했는데 타고난 체력이 그런 나를 잘 받쳐준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내 몸이 건강해서가 아니라 그냥 '젊음'을 비용으로 쓰며 잘 버텨왔던 거 분이었다. 100세까지 오래 써야 할 몸 에너지를 20대에 절반 이상 끌어다 쓴 것만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개념이 긍정적이지 않았던 것도 있다. 이전 글에도 얘기했듯 자연스럽게 몸에 베인 '습관적 운동'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20대 후반이 돼서야 의지를 갖고 운동을 시작했다. 즉, 운동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각종) 요가, 필라테스, 수영을 두세 달씩 간헐적으로 해왔다. 셋 모두 훌륭한 운동이지만 '근력'이란 개념이 생기지는 않았다. 전통 요가를 수행하는 곳에서는 몸의 기운이 어디로 흐르는지 집중했고, 핫 요가, 필라테스 등 젊은 언니들이 하는 요가 센터에서는 예쁜 라인과 몸매를 강조했다(물론- 어떤 선생님을 만났느냐에 따라 경험은 다를 수 있겠다). 수영은 지금까지 너무나 사랑하는 운동이고 언제든 또 시작하고 싶지만 역시 근력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운동은 아니다.


20대 후반, 딱 한 번 트레이닝 센터에 등록한 적이 있는데 몸이 굉장히 두꺼운 선생님이 1회 무료 체험 PT라며 기구 사용법 몇 개를 알려준 적이 있다. 두 번째 갔을 때부터 혼자 트레드밀과 자전거만 번갈아 주야장천 뛰다 '아 세상에 이렇게 재미없는 운동도 있구나' 생각하고 곧 그만뒀다. 지난 1년, 내가 근력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 8할은 'PT숍'에서 진짜 전문 트레이너를 만난 덕이다. 그 만남에는 물론, 적지 않은 돈이 든다. 그 비용을 낼 때마다 생각한다.


'그래, 난 가방을 안 사니까.'


꼭 가방이 아니어도 좋다. 근력을 키우는 즐거움에 일단 눈을 뜨게 된다면 어떤 소비든 기꺼이 덤벨과 바꿔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다짐 겸 이렇게 외쳐본다.


백 대신 덤벨을 들자!

(물론... 사고 싶은 거 사고 덤벨도 들고 하면 더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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