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부터 1975년까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로마가 공화정이나 제정 같은 여러 정치변화를 거치며 주변 국가들과 수없이 격돌해왔기에, 유럽의 위대한 대제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을 의미한다. 고지라 시리즈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고지라가 지금 같은 문화 콘텐츠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여태껏 쌓아 올린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날의 영광 그 이면에는 과거의 개별 시리즈들, 그중에서도 시리즈의 첫 단추였던 쇼와 시리즈 덕분이라 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대로 쇼와 시리즈가 21년 동안 꾸준히 15편의 영화를 제작했기 때문에, 괴수를 좋아하는 기존의 소년 팬들이 어른으로 성장한다 해도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의 소년 팬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도록 해 팬덤을 잃지 않는 환경울 일굴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제1작이자 초대 작품으로 불리는 <고지라>(1954)의 대성공과 ‘수폭 대괴수 고지라’의 상징성과 캐릭터성이라는 원동력이 있었다.
이 원동력을 바탕으로 킹기도라, 라돈, 메카고지라, 모스라 등 지금까지 사랑받는 괴수들이 태어날 수 있었고, 츠부라야 에이지, 혼다 이시로, 이후쿠베 아키라, 다나카 토모유키, 나카지마 하루오 등등 이제는 전설이 된 거물급 영화인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20년이 조금 넘는 기나긴 시간 동안 쭉 유지되었다 보니, 쇼와 시리즈는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다양한 우여곡절들을 겪었고 그 사이에서 여러 일화들과 비화들을 탄생하게 된 것이다.
쇼와 시리즈가 원체 길고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시리즈이다 보니, 따로 4가지의 시기적 흐름으로 구분해 보았다.
◎ 제1기 쇼와 시리즈 태동기
- 해당 시기 작품 : <고지라>(1954), <고지라의 역습>(1955)
- 특징 : 고지라 시리즈와 토호의 특촬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
◎ 제2기 쇼와 시리즈 전성기
- 해당 시기 작품 : <킹콩 대 고지라>(1962), <모스라 대 고지라>(1964), <삼대괴수 지구 최대의 결전>(1964), <괴수대전쟁>(1965)
- 특징 : 시리즈 사상 최고 관객수가 동원되기도 하고, 1년에 두 편이 연속 개봉하는 등 전성기였던 시기.
◎ 제3기 쇼와 시리즈 쇠퇴기
- 해당 시기 작품 : <고지라·에비라·모스라 남해의 대결투>(1966), <괴수 섬의 결전 고지라의 아들>(1967), <괴수총진격>(1968)
- 특징 : 일본 전국에 TV가 보급되며 극장 흥행이 차츰 약화되어간 시기.
◎ 제4기 토호 챔피언 마츠리 시대
- 해당 시기 작품 : <고지라·미니라·가바라 올 괴수대진격>(1969), <고지라 대 헤도라>(1971), <지구공격명령 고지라 대 가이강>(1972), <고지라 대 메가로>(1973), <고지라 대 메카고지라>(1974), <메카고지라의 역습>(1975)
- 특징 : 계속된 극장 흥행 부진과 영화의 저예산화라는 악순환으로 몰락했던 시기.
쇼와 시리즈는 크게 태동기와 전성기, 쇠퇴기, 토호 챔피언 마츠리 시대로 볼 수 있다. 굳이 시리즈 안에서 또 시기별로 구분한 이유는 쇼와 시리즈가 원체 오래 지속된 시리즈이기도 하고, 수년 단위로 시리즈가 꾸준히 변화를 겪어서다. 자, 그렇다면 쇼와 시리즈의 네 시기는 과연 어떠한 흐름을 안고 변모해갔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먼저, 쇼와 시리즈의 태동기이다.
겨우 두 편에 불과하지만, 이 시기의 영화들은 앞으로 전개될 고지라 시리즈의 모든 기초를 다진 작품이었다. 제1작 <고지라>는 고지라라는 캐릭터가 갖는 상징성과 고지라 시리즈의 정체성을 확립했으며, 그 후속작인 <고지라의 역습>은 괴수와 괴수 간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와 동시에 토호는 고지라 영화에서 터득한 특촬 기술을 자사의 장르 영화에까지 확장해 접목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곧 토호의 특촬물 전성시대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쇼와 시리즈의 태통기를 열게 된 두 편의 고지라 영화가 토호의 다른 장르 영화 혹은 고지라 시리즈와는 별개인 괴수 영화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