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보려고 한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퇴사를 부르짖으며 득달같이 달려들 때만 해도 당연히 할 줄 알았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정보들과 감정들을 공유하고자 브런치를 선택하여 약간의 글을 썼고 2년이 흘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을 한지 약 5년이 지난 지금 퇴사는 없다.
번뇌의 6개월이었다. 그리고 딱 그 순간이 왔던 것 같다. 글 쓰는 걸 멈추게 된 순간이.. 퇴사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번복하고 회사에 머무르게 되면서 자괴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마주하게 된 순간의 당혹스러움에 모든 것을 멈추었다. 모든 게 꼴 보기 싫었는데 내 모습도 거기에 포함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차곡차곡 쌓아놓은 글들이 날 더 우습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 무슨 창피인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글들이었다. 퇴사를 해야만 하는 오만가지 이유와 사건을 그렇게 나열하고는 이도 저도 안된 지금이 부끄러러웠다. 다 지워버릴까 싶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게 더 창피한 짓 아닌가. 부끄러울수록 더 들여다봐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
어쨌거나 나의 절절했던 순간을 공유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글을 쓰면서 그 자체로 많이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느낌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던 시간이었다.
계속하고 싶다. 하지만 어떤 것을 공유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은 회사를 잘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갑자기 회사 잘 다니고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도 좀 이상하거니와, 그 전 글과의 갭 차이가 너무 커서 갑자기 그런 글들은 못쓰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이어서 쓰고 싶다. 퇴사로 시작한 글이 퇴사로 마무리되지 못해 안타깝지만, 그냥 이렇게 끝내버리는 건 그것 나름대로 안타깝다.
앞으로 쓸 글의 방향은 고민이 필요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