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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브 Oct 01. 2021

당신의 완벽주의

<일상 에세이 –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법>

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완벽주의에 대해 마치 철두철미하고 꼼꼼함을 동반하는 긍정적이면서도 바람직한 성향인 것처럼 묘사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내 생각은 반대다. 스스로 완벽주의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사람도 사실 알고 보면 다수가 완벽주의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신이 바라는 이상과 꿈이 존재하면서도(설령 그 꿈이 크던 작던) 지금 당장 무언가 행동에 즉각 옮기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거나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거나 남들이 쏟아내는 결과물들이 대단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본인이 완벽주의자라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완벽주의는 이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목표 없이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꿈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들은 단순히 뽑아내는 결과물이 아닌 이상적 결과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하기가 오히려 힘들다. 자신이 만들어 내는 무언가 또는 결과물들의 수준이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못할 바에는 더 스스로를 갈고 닦아서 만반의 준비 갖춘 뒤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떤 글이던 일단 써보라고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도 가치 있는 생각을 글로 풀어 써 낼 때 왜곡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에 쉽사리 글을 써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조차 모른다는 것은 어쩌면 글을 쓰는 기술이 부족한 것을 넘어 자신이 담아내고 싶은 완벽한 글을 쓰지 못할까봐에 대하 두려움일 수도 있다. 어디 글 뿐이겠는가, 우리가 계획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실행에 그치지도 못한 채 기억의 서랍속에 처박히기 마련이고 그 실행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의지의 부족함 뿐만 아니라 나를 표현해내고 나의 가치를 전달할 완벽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스스로가 완벽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 그런 완벽주의 성향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일을 계획하고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면 그 일을 수행해내기 위한 최상의 컨디션을 준비해내기 위해 그 일을 실행하기보단 사전 지식이나 기초를 쌓는 일이던가 그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선행 과제를 찾아내어 그런 것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었다. 그러는 와중에 정작 계획한 일은 시작도 못해보고 선행해야 할 일들로 시간들을 보낸 뒤 원대했던 초기의 마음과는 반대로 흐릿하게 계획을 마무리 지은 적도 많았다.  



늘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그것과 관련된 학문을 찾아보고 공부를 함으로써 준비된 사람이 되어있으려고 노력 했었지만 내가 공부를 하며 지식을 쌓아갈수록 점점 느끼던 것은 오히려 무언가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보다는 무언가를 더 공부할 준비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내 지식의 부족함을 더욱 느끼게 되어 준비가 되어간다는 느낌보다는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며 오히려 이전에 학습한 내용이 새로운 공부를 향한 문만 겹겹이 쌓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끝없이 ‘준비되어가는 사람’으로 머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사전에 지식을 충분히 흡수하고 준비된 몸가짐과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준비에만 몰두하다 보면 완벽주의의 함정에 갇히게 되고,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진 순간 실행 근처에 가기도 전에 준비만 하다가 애초에 세웠던 계획은 까먹어 버릴 수도 있다.



당신의 완벽주의 성향은 매우 긍정적인 것이다. 단순한 보상만을 바라는 것이 아닌 그 너머를 바라보고 꿈을 꾸며 남들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주의의 함정에 갇혀 제대로 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채 꿈을 흐리기에는 당신의 꿈이 아깝지 않은가. 



준비는 실행과 병행되어 이루어져야 한다. 세상에 어떤 일이던 완벽한 준비란 없기 때문이다. 준비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실행은 실전문제풀이와 같은 것이다. 둘 중 한가지만 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다.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궁극적 목적지는 마음에 새기되 그 궁극적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는 마음을 내려놓고 매 순간에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사소한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고 궁극적 방향성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은 행동으로 옮기고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게 매 순간의 충실함과 최종 목표와 꿈(이상)이 공존할 때 비로소 완벽주의는 빛을 발하며 완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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