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ever after
우린 대부분 어느 시점에선가 이 이야기의 끝을 예감할 수 있고,
생각보다 그 결말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예상한 대로다.
이번 에피소드는 드라마가 아니고, 영화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아마 그렇게 끝이 날 것이다
그렇게 막이 내리고 무대 뒤에서는 예상했던 대부분의 결말을 손에 쥐고,
가능성 낮았던 결말의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이랬다면
저랬다면
이러지 않았다면
저러지 않았다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이 이야기의 끝을 잘 알고 있다.
감은 곧 데이터고
그 데이터의 모수는 일반화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그 끝을 알면서도 달려가지 않을 수 없다
예외가 발생하기 바라면서
극적으로 상황이 반전되길 바라면서.
오지 않을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고
가능성 낮은 답변을 기대한다
우리는 모두 틀렸다
그런 결말은 결코 오지 않는다
그게 우리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이다
오히려 상황은
정확히 우리가 우려하거나
바라지 않던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고
듣고 싶지 않던 답변을 듣거나
원하는 사람은 결국에 만나지 못하는 결말을 맞이하고 나서야
결국에 또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우리는 또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쓸쓸히 빈 곳을 바라볼 뿐이다
우리가 기다리던 그런 결말은 없다
우리의 이야기는
일부러 뒤틀거나 왜곡하지도,
격하시키거나
의도적으로 폄하하지 않아도
그렇게 흘러가고야 만다
그런 운명을 타고난 이야기다
다만 몇몇의 일부 노력으로 굽이치는 작은 파동이 있었을 뿐이다
그 작은 흔들림에 우리는 '혹시'라는 희망을 품었을 뿐이다
결국에 파동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고
우리는 앞서 예견했던 그 결말을 맞이한다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가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그 결말이 다가오고 있다
곧 일어날 일이다
거부하려 두 팔을 휘저어도
벗어나려 발차기를 해보아도
그 결말은 묵묵히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묵묵히
묵묵히
무겁게
분명하게
어떤 감정도 없이
초조함이나
떨림 없이
주저하지 않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는다
가야 할 길을 가는 물결처럼
분명한 결말은 우리를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