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야A - 낮엔 필름 사진을, 밤엔 AI를

by daeyoung

낮에는 거리를 헤매며 필름으로 풍경을 담고, 밤에는 AI로 만들고 싶은 웹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밤에 쏟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낮의 시간은 한계가 있고, 밤은 없기 때문이다. 밤 시간의 제한이 없지는 않다. 낮과 마찬가지다. (밤낮의 비율을 떠나서)


밤 시간의 제한이 없다는 건 개념적 아니 느낌적인 느낌이다. 유난히 길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잠이 대분을 차지하기 때문일까. 왠지 새벽 시간은 무한한 느낌이 든다.


평일의 낮은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간혹 사람을 만나 자신만의 세상을 공유한다. 집에서의 시간은 식사, 운동, 약간의 유튜브 탐험을 하고 나면 AI와 기나긴 밤을 보낸다.


어렸을 적부터 만들기의 욕구가 강했다. 뭔가를 만들고 싶었다. 대부분 재료와 도구, 방법의 부재로 상상에 그친 적이 많았다. 국민학생 때였는지 (초등학생 시절은 2년 정도였는 줄 알았는데, 기억의 오류였다. 초등학교로의 명칭 변경은 1996년 3월 1일이다.) 중학생 때였는지 정확하지 않다. 방학 숙제로 집 모형을 만드는 것이 있었다. 아직도 집의 구조가 기억이 난다. 큰 대지에 대문 쪽에는 작은 상가 건물이 있었고, 마당과 거주용 집이 있었다. 숙제지만 그 시절에는 꿈, 어른의 언어로는 욕망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어렸을 적부터 기록의 욕구가 강했다. 방학 때 나눠주는 책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해서 기록하고 첨부하는 것이 좋았다. 나뿐만은 아니었다. 누구의 책이 더 두꺼운지 경쟁하듯, 개학날이 되면 가방에 챙겨 선생님께 제출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료를 다 보지 않으셨을 것 같다.


PC 통신 시대를 지나 인터넷 물결이 몰아치던 90년대 말, 아니 밀레니엄 시대.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었다. 개발 언어는 몰라 템플릿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고민해서 메뉴를 만들고, 좋아하는 사진을 넣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라고 남아있는 흐릿한 기억이 말해준다.


사진을 접하게 되었다. 카메라가 생겼다.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마구마구 찍었다. 그 자체로 좋았다. 눈앞의 풍경을 기록하는 것이 말이다. 나중에 분명 좋은 자료가 되리라는 생각이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진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지만 말이다. 현재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히 한다. 하고 싶다.


지금은 필름을 중심으로 사진 생활을 하고 있다. 온갖 디지털 제품이 널리고 널린 세상에 필름이라니.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의외로 필름유저가 많다. 충무로의 현상소인 고래사진관에 가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결과물을 즉시 볼 수 없는 불편함이 오히려 호기심과 흥미를 가중시킨다. 36장을 다 찍고난 후 카메라에서 필름을 빼고, 새필름을 넣는 행위는 마치 명상과도 같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만드는 과정이다.


지난 주에도 남은 필름을 소진하기 위해 거리를 다녔다. 예전에 찍어둔 필름을 가방에 챙겨서 현상과 스캔을 한 후 집으로 왔다. 다시 한 번 사진을 천천히 바라본다. 이 또한 명상이다. 기술이 발전해서 필름 효과를 준다고 해도 절대 느낄 수 없는 색감과 감성이 여전히 필름에 서려있다. 필름 카메라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점점 오르는 필름 가격만 아니라면, 카메라를 들 힘이 있을 때까지 찍을 것이다.




IT시대가 되었다. 만들고 기록하기 좋아하는 취향은 IT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남기기도 하지만 20년 전 시작한 블로그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일상이 아니라 삶이 담겨있다고 할까?


20년이 지난 지금 코스피가 6200을 터치 한 2026년. AI와 함께 취향의 욕망은 폭발한다. 개발을 공부했지만, 세월이 흘러 문외한이 되어버린 지금. 다시 개발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학창 시절 한글로 코딩하는 날이 올까? 라며 대화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날이 와버렸다. 한글로, 자연어로 명령을 하면 AI가 개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주는 시대가 와버렸다.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지겹도록 듣는 AI타령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천지가 개벽하는 수준의 변화다. 소름이 돋는다.


어젯밤도 AI와 씨름하느라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 피곤하지만 재미있다. 결과물이 돈이 되거나, 대단한 인사이트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다.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던 욕구가 실현되는 현실이 흥미롭다.


이거면 된 거다. 인생 별거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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