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 그곳에 늘 함께 했던 영화
영화는 현실이 아니다.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혹독하고 잔인하지.
<시네마 천국>은 영화를 좋아하는 토토라는 소년이 알프레도 옆에서 영사실 일을 배우고, 성장하면서 만나게 되는 인생과 사랑의 총체를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다. 특히 영화 자체보다는 그 영화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이야기함으로써 영화와 결코 유리되지 않는 우리의 삶과 추억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 <시네마 천국>은 영화보다도 그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표정들을 잡아낸다. 마을에 한 군데밖에 없는 영화관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함께 울고 웃던 사람들. 그곳에서 어떤 이는 몇 번이나 같은 영화를 봐서 모든 대사를 똑같이 읊을 수 있고, 연인이 사랑하는 장면이 나오면 모두가 숨을 죽이고 빠져들었으며, 또 어떤 이들은 그곳에서 사랑을 만나기도 했다.
사람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각기 다를 것이다. <시네마 천국>에 등장하는 토토는 심부름값으로 준 돈으로 영화를 보러 올만큼 영화관을 제집 드나들듯이 하는 아이이고, 영사실에서 몰래 훔쳐온 필름을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아버지 사진과 함께 고이 보관해두곤 한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영화는 슬픔의 빈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늘 영화관에만 있던 그가 직접 사람들에게 영화를 틀어주고, 기계를 만지면서 영화는 점점 그의 삶이 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미모의 여성, 엘레나에게 첫눈에 반한 토토는 직접 필름 카메라에 자신의 삶과 사랑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의 삶은 곧 영화가 된다.
하지만 영화에 빠질 수만은 없다.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치열하게 살아가야만 한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슬픔을 그저 편집해버린다고 진짜 현실이 나아지는 건 아니니까. 병사가 왜 99일째 되는 날, 공주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야만 했는지는 직접 그 병사가 되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토토. 네가 영사실 일을 사랑했던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 네 일을 사랑하렴.
알프레도가 마지막으로 토토에게 남긴 선물은 어릴 적에 그가 갖고 싶어 했던 편집된 필름들을 모아서 만든 영상이었다. 토토가 홀로 영화관에 앉아 그 영화를 보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여운을 남기는 씬이다. 무작위로 편집된 키스 장면들은 어쩌면 토토에게 알프레도와 함께 했던, 그리고 무엇보다도 열심히 영화를 사랑했던 그 날의 추억들을 고이 담은 선물일 테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사랑하는 고향을 떠나 갈피를 잡지 못하는 공허한 이내 마음은 영화를 통해서 비로소 치유된다.
알프레도 말처럼 영화 속 세상과 현실에는 분명 괴리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치열하게 살아도 세상이 어렵고 힘든 순간마다 우리에게 용기가 되어주고 감동을 주었던 것은 바로 영화였다. 파라다이소 영화관은 사라졌지만, 장소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곳의 전부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찌 보면 영화란, 단순히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기보다는 그 영화를 보며 함께 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영화를 보며 울고 웃고, 때론 설레었던 그 감정들, 그때의 그 느낌들을 모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사랑과 아픈 기억들과 추억은 모두 영화에 있다. 영화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하여
영화가 곧 우리의 삶이었고,
우리의 인생이 곧 영화였다.
평점: ★★★★☆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