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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Dec 06. 2023

김치찌개 먹다가 금니 삼킬 뻔한 썰

경험을 선사해 준다는 것, 오래 기억된다는 것, 그리고 화답할 줄 아는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서비스

유년시절 두렵기만 했던 치과의 대변신은 기억에 오래 머무르기 충분했다. 


섬세한 디테일로 가득했던, 고객 여정과 동행한다는 느낌을 주었던 어느 치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며칠 전 김치찌개를 먹다가 금니가 빠져 삼킬 뻔했다.


지인은 난생처음 보는 금니 탈출에 꽤나 놀란 표정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일명 '골드맨(금을 몸 안에 품은 사람)'이라 부를 뻔했다며 놀란 내 마음을 유쾌하게 진정시켜주려 한 모습도 있었다.


사실 내게 이 일은 처음이 아니어서 충격이 덜했다. 어느덧 두 번째다. 다만, 당장 병원에 방문할 수 없는 일요일 늦은 저녁이었기에 조바심이 난 건 사실이고 하루만 버티자 다짐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기존에 치료를 진행했던 곳과는 다른 곳에 방문하기로 했다. 지인 추천 덕이었다.


치기공사 일을 하는 아는 형님 덕에 괜찮은 치과를 소개받게 되었고, 관련 직종에 근무하는 지인인지라 자연스럽게 신뢰감은 올라갔다.


치과 문을 열었다. 


그러자, 누구보다 밝은 목소리로 맞이해 주는 직원분들 덕에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보통 내 머릿속에 치과는 꽤나 시니컬했던 직원들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었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듯했다. 평범함의 비범함이랄까? 보통도 특별함이 되는 매직이랄까?


아무튼 인사를 건네받고 자리로 가는 순간까지 오늘의 기분, 세세한 몇 가지 질문 등을 통해 나와 교감하려 하는 듯했다.


치아가 문제가 있어서 치과에 온 이에게 말을 많이 시키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도 하나의 환자가 아닌 사람 그 자체로 대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곳저곳 아픈 곳을 묻고 진행할 작업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그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작업인지 공유했다. 혹여 강도 높은 작업일 경우 차분한 말로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어느 치과보다 사진을 많이 찍었고, 치료 전 어떤 부위를 진행하고 어떻게 진행할 건지 투명하게 공유해 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사전 설명을 모두 마친 후 원장님이 오셨다. 그분이 가장 처음 한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명함을 건네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간략히 자신을 소개하고 미소와 함께 오늘 만나 뵙게 되어 반갑다는 인사를 건네주셨다. 


치과를 자주 안 오던 탓인 걸까? 혹은 모든 치과가 요새는 다 이럴까?라는 수많은 생각과 함께 나는 그 치과에 동화되고 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진료는 시작되었고 순차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과잉진료를 한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치아를 건강히 보존할 수 있는 여러 대안책을 제시해 주셨다. 나는 이곳에 처음 방문한 터라 환대를 받은 것만 같았다.

두려움은 외투를 맡겼던 옷장 캐비닛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나올 기미를 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이것이 뭐 특별한가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포인트가 더 있었다.


어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는 일절 받지 않아 구글에 검색해 보니 내가 진료받은 치과였다.


전화를 걸자 다시 한번 상냥하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OO치과입니다! 안부차 연락드렸어요!'

'임시로 붙여놓은 곳에 불편함은 없으신가요? 조심하시고 혹여나 떨어진다면 부담 없이 언제든 치과 다시 방문해 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너무 걱정 마시고 치아 본뜬 것 잘 만들고 있으니 다음 주 예약일에 뵈어요'

고객 경험의 연장 선상이었다. 그들의 관심이자 다음 진료를 기다리는 일주일 사이 나와의 동행이었다.


위 사례를 통해 내가 느낀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첫째, 고객 교감을 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귀한 시간 내어 찾아와 준 고객의 발걸음이 퇴색되지 않도록 붙잡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다. 그것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서로 따스하게 교감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시대는 따스함 풀풀 풍기는 친절함이 특별함이 되는 시대다. 기성세대들은 함께 지지고 볶고 살아오며 따뜻한 공동체 및 정나미 나는 관계를 유지했던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시장에만 가면 평상시 느낄 수 없는 본질적 관계를 느낄 수 있다. 손님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시답지 않은 대화도 유쾌하게 나누며 서로의 시간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듯하다. 카페만 가더라도 대화를 시도하는 직원들의 여러 가지 노력과는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여러 차례 목격한 장면은 아래와 같다. 


청년 두 명이서 포스 앞에 서있다. 둘이서만 주고받은 이야기를 직원에게 들었냐고 물으며 들은 그대로 주문해 달라고 한다. 또 다른 상황은 이렇다. 메뉴는 말하지 않은 채 뒷면에 붙은 메뉴판을 보고 이거 저거 달라고 한다. 직원이 재차 확인을 위해 주문한 사항과 불편함을 물으면 이미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았냐며 대화를 기피한다. 


너무나 바쁜 현대사회, 온택트 시대, 코로나로 인해 삶을 공유할 수 없었던 일상으로 정체된 감정 등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사회가 감사함을 느끼고 선순환이 되려면 모든 것에는 교감이 필수다.


혹시나 하는 고객들의 불안함을 누구보다 먼저 캐치하고, 단 한 명이라도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 줄 줄 알고, 부담스럽게 다가가기보다 사람대 사람으로 봐주며 소통할 줄 아는 직원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미덕을 곱게 받아 함께 소통하며 따스함을 느끼는 사회가 필요하다.


둘째, 좋은 기억을 노력하려고 애쓰는 것.


요즘 드는 생각은 '유년시절 안 좋았던 기억은 오래가지만, 즐거웠던 기억은 금세 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언어, 나를 상처 줬던 행동들은 내 맘에 깊숙이 자리잡지만, 행복했던 기억은 폭발적으로 터진 불꽃놀이와 같이 단발적으로 소멸된다.


그렇기에 꾸준한 의사소통과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가 중요하다. 치과의 전화는 나와 치과 사이에 경험을 이어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준 것이다.


한 명도 놓치지 않으려는 섬세함, 고객의 시선에 맞춰 안심시켜 주려는 그들의 배려, 약속의 날을 잊지 않고 다시 방문할 것을 기억하여 상기시켜 주는 디테일. 내 기억 여정에 동행해 준 그들은 이제 내 머리 한편에는 위치하고 있다. 전부는 아닐 수 있지만, 특별한 조각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방문한 치과는 따뜻했던 기억이 오래 머무르기 위해 이곳에 기록을 남기도록 나를 이끌었다. 이 기록을 다시 꺼내어 보며 그들이 주었던 경험을 누군가에게 그대로 베풀 수 있도록.


셋째, 입소문의 중요성


사실 추천받아 간 곳이기에 진료를 잘해주겠지라는 기대감은 있었다. 이 기대감은 말 그대로 진료스킬이다. 치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안 아프고 신속하게 진료해 주겠지라는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모든 걸음마다 친절함으로 동행해 준 그들이 있었기에 입소문으로 인한 좋은 경험의 지속성이 증가했다.


입소문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기존보다 큰 실망감으로 찾아오기도 하며, 기대만큼 좋았거나 이상이었다면 추천해 준 이에 대한 감사와 동시에 다음도 기약할 수 있다. 나아가 경험을 주변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어 진다.


입소문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양날의 검 중 후자와 같다면, 특별한 마케팅이 없더라도 고객을 재방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고객을 향한 설계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처음 느꼈던 편안함은 쉽사리 사라질 생각이 없다. 강력한 후킹인 것이다.


이처럼 입소문의 중요성을 알고 우리의 일상에도 좋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면 화답할 줄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치과는 편안함이 되었다.


불안함에 떨던 기억은 행복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따뜻한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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