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술은 모든 화의 근원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재판 방청기

by 두자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스치는 화창한 가을 아침이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공덕역 4번 출구에 내려 10분 정도 걸었을까. 법원에 도착해 1층에 물었더니 4층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했다. 여러 방이 나무로 된 문으로 잠겨 있었다.


재판장이 보였고 문 옆으로 재판순서가 나오는 전광판이 보였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재판이 한창이었다. 처음에는 뒤쪽 의자에서 구경하다가 변호사와 피고인이 있는 오른쪽 앞좌석으로 옮겼다.


재판장 안쪽으로 중앙에는 판사가 앉아 있고 그 앞으로 서기와 사무보조원으로 보이는 남녀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약 2미터 정도 떨어진 곳 왼쪽으로 검사과 청원경찰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변호인과 피고인이 보였다.


약 15분~20분이 지나면 1개 재판이 끝났다. 약 10개의 재판을 구경하기로 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jpeg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는 생각보다 점잖은 모습이었다. 욕은 한 번도 하지 않고 변호인과 피고인에게 예의 바르게 말했다. 명령하는 강압적인 모습이라기 보다 조정하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검사는 앉아서 열심히 서류를 뒤적거리고 난 후 서서 판사를 향해 구형했다. 피고인은 이러저러 했기 때문에 징역 1년을 구형합니다라는 식이었다. 검사가 구형하면 판사가 변호인에게 다음 재판 일정을 제안하고 확정했다.


부동산 사기 사건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으로 폭행사건, 상해사건이 많았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사건이 몇개 있다.


80년생 여자였는데 벽돌로 상대 여자 머리를 가격한 사건이다. 피해자 소유 자동차도 벽돌로 내리쳤다. 부모와 인련을 끊고 미국으로 유학간 자매들과도 연을 끊었다고 했다. 어려운 형편으로 혼자 생활했고 우울증 약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판사는 약을 먹고 있다고 해서 벽돌로 사람을 때리거나 차를 손괴하는 중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훈계했다. 피고인은 자신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나무랐다.


어느 훈남 배달원은 길거리에서 시비 끝에 상대방에게 주먹을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못했다며 판사에게 합의할 시간을 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동안 충분히 합의할 시간이 있었는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폭행 전과가 있덨다고 했다.


술집 종업원을 맥주병으로 내리친 중년 남성도 떠오른다. 160cm 정도로 왜소한 체구였지만 매서운 인상을 가진 사내였다. 술에 취한 상황에서 시비가 있었다고 했다. 검사는 징역형을 구형했다. 판사가 범죄기록을 보며 과거에도 폭행 전과가 있었고 술을 마시고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게 처음이 아니라며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합의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피고인은 건설노동자로 일하며 가족을 부영하고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선처를 구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몇차례나 비슷한 전과가 있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하철 역사에서 역무원을 우산으로 찌르고 때린 중년 남성은 겉으로 보기에도 위협적이었다. 체격도 크고 인상도 험악한 그는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유예 판결을 받은지 두달만에 또 유사 범죄를 저질렀다. 판사는 경찰도 이제는 피고인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재판까지 오게 된 거라고 일침을 날렸다.


폭행과 관련된 네개 사건 모두 술이 시작이었다.


술에 취하면 누구나 이성을 자제력을 잃는다. 술에 안 취했다면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재판장에 선 피고인들은 모두 초범이 아니었다. 음주운전과 주취폭행 전과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사건들이 훨씬 많지만 술 때문에 가정폭력, 살인 등 더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으레 짐작할 수 있었다.


살다보면 술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인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술을 습관적으로 마시는 사람치고 끝이 좋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술은 몸, 마음,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만병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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