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경찰청장과 어느 공시생의 죽음

청렴과 부패에 관한 이야기

by 두자

사장이 어딜 좀 가자고 했다. 서울은 워낙 대중교통이 발달돼 있어 차가 불요했으며 운전을 잘 못했기 때문에 사장이 직접 운전했다. 경찰청장 형을 만나러 가자고 했다. 뜬금없이 경찰청장 형이라고?


썰렁한 농담을 잘하지만 허튼 소리는 하지 않는 사장이었기에 진짜 경찰청장 형을 만날 거라는 기대에 제안서를 얼른 챙겨 차에 올랐다. 운전은 사장이 했다.


경기도 소재 어느 우체국에 차를 대고 커피숍에서 사장이 전화를 걸었다. 사장은 전화기 너머로 "도착했는데 내려오시겠습니까?"라고 했다.


경찰청.png 경찰


중년의 사내가 내려왔다. 사장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사장은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태양광 사업 이야기, 건설 이야기 등 사업 이야기였다. 그는 동생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다. 어느 지역에서 지방자치경찰제를 도입하려 했고 VIP(대통령)의 눈에 띄어 경찰청장이 됐다고 했다. 관운이 있는 것 같다며 자신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동생이 경찰청장이 되고 그 뒤로 전화를 안 받는다고 했다. 청탁을 할까봐 친형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은 좀 충격적이었다.


돌이켜보니 전 경찰청장이 참 멋져보인다. 청탁할까봐 혈육의 전화도 받지 않는 자세야말로 청렴의 극치가 아닐까.


오늘 오전 유튜브에서 우연히 어느 뉴스 영상을 봤다. 부산시교육청이 지원자를 합격 번복하면서 채용 취소했고 결국 공시생이 극단 선택했는데 알고보니 채용 비리 때문이었다는 기사였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란 이토록 무섭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돈주는 놈이 먼저라는 식의 비리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


문득 친형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경찰청장 형님의 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