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by Dzfo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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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엄마. 끊어. 알았다니깐, 좀 이따 마저 얘기해.

엄마와의 전화는 대개 이렇다. 내용은 짧고 끝이 길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자마자 택시기사님이 말을 건다. 어머님이야? 짧은 문장 어미가 거슬리지만 그러려니 했다. 요즘 애들은 참 엄마라는 말을 쉽게 해. 애라는 단어가 매우 거슬렸지만 여전히 그러려니 했다. 곧 내릴 테니까. 우리 때는 엄마라는 말을 못 썼어. 촌사람들은 엄마라는 말을 쓰면 막 혼을 내고 그러셨다고. 기사님의 인생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사거리 신호가 바뀌면 곧 직진을 할 테고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였다. 내가 살던 촌의 어른들이 어머니라고 안 하면 막 혼을 냈는데 난 '어머니'란 말이 참 하기 싫더라고. 근데 그게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봐. 그래서 우리는 엄니라고 불렀지. 사거리에 갇힌 택시와 그 안에 갇혀있는 나였다.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었는데, 끝내 한 번을 못 불러봤어. 신호는 답답하리만큼 길고 기사님의 눈빛이 수상해진다. 애써 그러려니 하는 중에 띵동. 집에 언제오냐? 올 때 떡볶이 사갈까?


얼굴을 파묻고 답장을 보냈다. 순대도 사달라는 말을 참 길게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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