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픈 날

by 유이경

(※photoAD 무료 이미지입니다. 즈이 딸이 아닙니다~)

오늘도 아이는 39도를 넘겼다. 그래도 이제 40도까지는 잘 안 가는 게 위안이랄까. 아이는 두 돌 즈음부터 열감기를 자주 앓는다. 하도 고열을 많이 앓아 이제 39도는 그러려니 한다.






그래서인가. 남편은 오늘도 술을 마신다. 더 이상 아이가 열이 나도 응급실을 안 가게 되고부터 아이가 열이 나는 날에도 보통과 같은 날인 것처럼 술이 마시고 싶은 날이면 술을 마신다. 지금도 아이는 열이 오르느라 춥다고 엄마를 계속 부르며 끙끙 운다.


아이 해열제를 가지러 나갔더니 남편은 웃으며 “어, 들켰네.”한다. 뭐가 그리 해맑냐. 못 참고 한 소리하고 들어왔다. “애가 아픈데 또 술 마시냐.”


밖에서 남편이 티브이를 보면서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울고 있는데. 듣기 싫어진다.






우리는 모두가 고통받는 존재이고 남편은 저렇게나마 고통을 잠시 잊고 있는데, 매일도 아니고 가끔 맥주를 마시는 것뿐인데. 그걸 알면서도 왜 화가 날까. 그게 왜 하필 오늘이어야 할까. 오늘 간만에 대구맑은탕을 끓여놔서인가. 내일 먹을 거 남기지 말고 다 먹어치울 걸.



아이는 좀 전 저녁에도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보다가 고열 때문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대구맑은탕도 끓여놨는데 맛도 못 보고 고기 굽는 맛있는 냄새난다고 하더니 맛도 못 보고 잠이 들었다. 남편이 아이를 방으로 안아 옮기니 잠결에 깨서 꿈이라도 꿨는지 한참을 내 품에 안겨 대성통곡을 해댔다.






아이들은 낮에 미열이다가도 밤 사이에 열이 난다. 아이를 돌보는 부모는 밤이 되면 잠을 뒤척인다. 단잠을 자다가도 아이가 슬쩍 몸만 움직여도 손을 뻗어 이마를 만져본다. 그 부모가 우리 집도 하나다. 아이가 옆에서 토를 하고 난리가 나도 내가 깨우지 않으면 남편은 꿀잠이다. 남편은 아이가 뒤척이면 눈이 번쩍 뜨이는 나를 신기해한다. 믿는 구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인 걸, 뭘 신기해 하나.



아이가 열이 내리고 내게도 잠시 강 같은 평화가 오고 아이도 나도 스륵 잠이 든다. 그러면 술 마신 날에만 나타나는 남편의 코골이 실력이 발휘되겠지. 그러면 나는 그렇지 않아도 곤두서 있는 잠귀가 번쩍 뜨이겠지. 그러면 세상모르고 태평하게 자고 있는 남편 궁둥짝이나 한 대 때려줘야겠다.



내가 한 소리에 마음이 좀 그랬는지 티브이 소리가 꺼졌다. 술도 그만 치웠나 보다. 아이가 울고 있을 때 뛰쳐나가서 소리 안 지르기 잘했다. 내일도 우리는 얼굴 보고 웃어야 하니까.






#아이간병은힘들어 #아이아프면엄마는꼼짝마 #나도맥주 #남편궁둥짝




글 쓰고 다음날, 새벽까지 꼬박 붙어서 열이 40도 나는 아이 팔다리 주무르고 물수건 같이 한 게 미안해서 몇 자 더 적는다. 잘했어, 남편 우쭈쭈. 나름 화내지 않고 몇 마디 했더니 신경 쓰였나 보다. 나도 화내지 말고 말 이쁘게 하는 법을 좀 더 연마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