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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 중 일

[그데담 074] 오느라 고생했어요

[014-074] 당신과 나눈 60개의 담화 중 마지막 페이지

by 이한얼





















“추워지네. 슬슬 일어나자.”


“......도령.”


“응.”


“.......”


“......곧 해질 거야. 그러면 금세 어두워질 테고.”


“갑작스러울 수도 있겠다.”


“전혀 갑작스럽지 않지. 예상 못한 일도 아니고.”


“그런가.”


“그렇지. 둘 중 하나인데.


“그중 뭐가 더 좋은지, 맞는지, 나도 알아. 아는데.”


“아는데 잘 안 되지?”


“응.”


“그래. 어떤 관계도, 괴로움 위에서 유지되면 안 돼. 그게 어디서 출발한 감정이든.”


“사과하고 싶진 않아요.”


“맞아요. 그럴 일도 아니고.”


“이제와, 그러지 말걸 싶다. 난 나를 너무 크게 봤나 봐.”


“다음에는, 그러길 잘했다 싶길 바라.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큰 사람이니.”


“.......”


“.......”


“도령은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아마, 가던 데로 마저 가겠지. 당신은?”


“글쎄, 왔던 데로?”


“......해진다.”


“......도령.”


“응.”


“......이정도면 우리도 웃으며 안녕일까.”


“최소한 울면서 안녕은 아니지.”


“......그런가.”


“.......”


“......갈게요.”


“응, 조심히.”






2015. 12.












<별첨>



당신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날은

세상에 눈이 참 많이 내렸었다.


지난 2년 내내 등을 밀어준 당신 덕분인지

그 달이 지나기 전에 나는 인생 첫 투고를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다시 12월이 됐을 때

당신과 만났던 그 카페 그 자리에서 당선 전화를 받았다.

이제 그만 망설이고 세상으로 출사하라는 듯이.


그날 역시 세상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오직 고마움만 남은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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