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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중 일
[그데담 074] 오느라 고생했어요
[014-074] 당신과 나눈 60개의 담화 중 마지막 페이지
by
이한얼
Dec 31. 2024
“추워지네. 슬슬 일어나자.”
“......도령.”
“응.”
“.......”
“......곧 해질 거야. 그러면 금세 어두워질 테고.”
“갑작스러울 수도 있겠다.”
“전혀 갑작스럽지 않지. 예상 못한 일도 아니고.”
“그런가.”
“그렇지.
둘 중 하나인데.
”
“그중 뭐가 더 좋은지, 맞는지, 나도 알아. 아는데.”
“아는데 잘 안 되지?”
“응.”
“그래. 어떤 관계도, 괴로움 위에서 유지되면 안 돼. 그게 어디서 출발한 감정이든.”
“사과하고 싶진 않아요.”
“맞아요. 그럴 일도 아니고.”
“이제와, 그러지 말걸 싶다. 난 나를 너무 크게 봤나 봐.”
“다음에는, 그러길 잘했다 싶길 바라.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큰 사람이니.”
“.......”
“.......”
“도령은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아마, 가던 데로 마저 가겠지. 당신은?”
“글쎄, 왔던 데로?”
“......해진다.”
“......도령.”
“응.”
“......이정도면 우리도
웃으며 안녕
일까.”
“최소한 울면서 안녕은 아니지.”
“......그런가.”
“.......”
“......갈게요.”
“응, 조심히.”
2015. 12.
<별첨>
당신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날은
세상에 눈이 참 많이 내렸었다.
지난 2년 내내 등을 밀어준 당신 덕분인지
그 달이 지나기 전에 나는 인생 첫 투고를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다시 12월이 됐을 때
당신과 만났던 그 카페 그 자리에서 당선 전화를 받았다.
이제 그만 망설이고 세상으로 출사하라는 듯이.
그날 역시 세상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오직 고마움만 남은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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