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Jun 16. 2024

신으로부터 의뢰받은 보고서

프롤로그

(God/神)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사랑과 자비의 종교를 떠올리는가? 아니면 고대 신화 속 사라진 이미지인가? 납량특집 공포의 귀신인가? 사회의 사이비 해악인가? 언제인가 지구에 도착할 외계인인가? 과학에 반하는 정치집단일 뿐 인가? 이제 AI에게 신의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보는가?


신의 이미지는 오늘날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지율로 치면 과반을 자신하기 어려울 것 같고, 선거를 치른다면 재선이 불확실할 것 같다. 이러한 '결과'에 "기분 나빠서", "성격' 같아서는" 혜성을 하나 떨어 뜨리거나 물 폭탄을 일으켜 싹 수장 시킬 수도 있겠지만 명색이 그래도 신인데 '성질'대로 경거망동(輕擧妄動), 부화뇌동(附和雷同) 할 수도 없는 일이지 않는가?


하여, 신으로부터 어젯밤 한 가지 의뢰를 받았다. '신의 성격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한편 써 달라고. 참다못한 신이 드디어 이미지 개선에 나선 모습일까? 그러나 아무리 "신도 제 머리 못 깎는 법." 신은 참 직접 하지 않고 시키기를 좋아한다. 더군다나 보수 이야기는 신의 체면 상 꺼내지 않은 것 같다만, 그 대신 자유로운 형식으로 써도 되고 어떠한 고찰과 비판이라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이는 신의 의뢰에 의해서 성립되었으므로 신을 추앙하는 그 어떤 독자라도 유감을 표할 여지는 없다. 그리고 보수는 천국, 극락, 이번생은 글렀으니 다음생 이런 어물쩍 면죄부, 공수표는 안된다. 철저히 이생에서 인간 현물로 지급하기를 촉구한다!)


위에서 신의 "기분 나빠서", "성격 같아서는"의 표현은 이번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신이 '기분'이 있는가?, '성격'이 있을 수 있는가?는 과연 "신이 '기분' 따라 '성격'대로 행동하면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그렇다고 "신이 '기분', '성격' 다 죽이고 공명정대(公明正大) 하기 위하여 '무색무취(無色無臭)'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렇다 '신의 성격'에 대해 한번이라도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이것은 그동안 당신이 흔히 그려왔던 신에 대한 당신의 입장에서의 질문이 아니다. 그 대신 저히 신의 중심 관점에 대한 이야기다. 일종의 신의 '자아 찾기'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 그러므로 당신이 그동안 어떤 신을 믿었거나 안 믿었거나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것은 철저하게 신의 의뢰로부터 신을 중심에 두고 신의 성격을 탐구해 보고자 하는 최초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은 전지전능(全知全能), 절대평가(絶對評價)의 관행 때문에 진정한 신의 성격은 외면받아왔다. 신에 대하여 왈가왈부(曰可曰否) 하는 것은 불경하다 여겨 철저히 신의 성격을 숨기고 부정하여 왔지만, 그것은 자칭 대리자라고 사칭하는 자들의 이야기였지, 사실 신은 관심을 회복하고 싶어 하고 땅에 떨어진 자신의 캐릭터 이미지 향상을 원한다. 오죽하면 이러한 의뢰를 직접 나서서 해 왔겠는가? 이것이 보수도 정하지 않고 이 의뢰를 덥석 수용한 이유이다. 그리고 이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수많은 오해를 자연스레 풀고 더 나은 신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그런데 이것도 신한테 기원해야 하나? 그래서 다시 쓴다 응원한다 신(God/神).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