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글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feat 프롤로그

by Emile
2배속의 시대


최근 좋아진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듣습니다. 그런데 일반 속도지만 마치 2배속으로 해 놓고 듣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빠른 탬포의 시대에 느린글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요. 그렇다고 글을 유튜브처럼 2배속으로 해 놓고 보거나 아이돌의 노래처럼 2배의 템포로 읽을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그래서 글을 짧게 쓰거나 아예 시처럼 쓰려고도 하지만 그러면 또 글의 풍미가 날아가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게되지요. 그러나 시대의 변화로 볼 때 점점 긴 글은 읽히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느린글은 그렇게 도태와 멸종의 위기를 맞을까요? 글과 책은 그래도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환상을 품을 것이 아니라 속도 있는 글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문장 카드?


그러다가 브런치에서 '문장 카드'라는 기능을 새로 선보인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목적은 짧은 문장, 즉 속도감 있는 빠른 탬포의 글을 카톡이나, SNS에 공유하기 위한 것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짧은 문장이라도 뽑아내기 위해서는 원 문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한 편의 긴 글이었을테고 '문장 카드'는 마치 글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엑기스(진액)같이 보였다고 할까요? 더군다나 오래전 쓴 글은 마치 땅의 퇴적층처럼 아래에 켜켜이 쌓여 분해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굳이 땅을 파서 읽으려고 하지 않아 화석이 되는 중이었지요. 겨우 읽히는 글은 어제, 오늘 적어도 일주일 안에 쓴 새글 뿐이니까요.


리싸이클링


이제 이것을 '문장 카드'로 발굴해 땅을 헤집고 끄집어 내볼 생각입니다. 패스트패션 옷가지처럼 글을 한번 읽고 새 글을 입듯, 글을 빠르게 찍고 버리는 시대라지만 마침내 글도 재활용, 리싸이클링 해 보는 것입니다. 단 짧고 빠른 탬포를 입혀서 말입니다. 다행히 그동안 발간한 글은 많아서 재활용할 자원은 충분합니다. 잘 찾아보면 자신이 썼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반짝이는 문장들도 마치 원유를 캐내 듯 뽑아 올릴 수 있을 것이지요.


시추탑


그래서 이 연재 중 긴 글은 이 프롤로그가 처음이자 마지막 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글은 '문장 카드'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쓰지 않기 때문에 느리고 긴 글을 탬포 빠르고 짧은 '문장 카드'로 뽑아내는게 아예 새로 글을 쓰는 것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번 해 보는 것이지요. 그것도 브런치의 의도를 벋어나 남사스럽게 카톡이나 SNS에 내가 쓴 뜬금없는 문장을 공유하는 대신, 연재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랄까요. 자 그럼 프롤로그 시추 탑을 세우고 원유를 뽑으러 가 보겠습니다. 혹시 반짝이는 것이 나오는지 같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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