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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15. 2021

드디어 광부가 되었습니다

글멩이 채굴 허가를 받다


강호의 고수 vs 하루 강아지


그럼 brunch '작가'라는 면허증을 받았으니 칼을 휘둘러 볼까요?

이건 마치 무협만화 속 강호에서 오랫동안 수련만 하다 하산하여 속세로 막 내려온 느낌 같네요.

그동안 닦은 내공이 대단하여 숨어있던 '강호의 고수'였다는 평가를 받을지, 아니면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다가 단칼에 쓰러질지 모를 일이지만요.

한편으로는 운전 면허증을 받아 들고 첫 차를 몰아보던 때와도 같은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기도 합니다. 아직 차선 변경은 고사하고 깜빡이 켜는 것도 불안한 것 같지만요


글쓰기는 1차 산업인 광업이다


실상은 보검 하사 받고 내려온 날렵한 '무사'라기보다는 곡괭이를 짊어지고 나온 '광부'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글을 캐는 광부이지요. 돌멩이 대신 글멩이를 캡니다.

글쓰기는 사뭇 칼을 휘두르는 것 같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하지만, 쓰면 쓸수록 광부가 돌을 캐는 것과 같이 고된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산업으로 치면 농업, 목축업, 임업, 어업과 함께 1차 산업이지요. 

그러므로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은 거의 '원석'에 가까운 '돌멩이'에 불과하죠. 그나마 이것을 잘 다듬고 갈아낸다면 가치를 좀 더 인정받고 2차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책으로 까지 묶어서 낸다면 드디어 3차 산업의 반열에 오르는 거지요.

가끔은 캐내는 돌덩이 가운데 '금도 좀 섞여 있어라'라고 바라기도 하지요. 정말 가끔은 그런 주제나 문장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다만 금 덩어리가 아니라 모래만큼, 사금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직업란에 '광부'를 고르고 싶었는데 광부는 카테고리에 없더군요. 아쉽습니다. 광부라고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닐 텐데요. 그러고 보면 1차 산업의 직업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글멩이를 쌓아 두고 1차 산업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들키면 안 될 것 같은 걱정이 몰려옵니다.


2차, 3차 산업으로의 연마와 가공


그래서 1차적으로 캐낸 글들을 연마하기 위해서 다른 글들이 필요합니다. 돌멩이가 아닌, 더 단단한 철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광석들이지요. 글의 산업에서 주로 그런 광석은 책의 형태로 만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정말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단단한 보석 같은 책들을 만나 황홀에 빠지곤 하지요.

비로소 글멩이 들은 그동안 읽어온 단단한 책으로 쪼개고 부셔서 2차 산업의 형태로 '가공'이란 것을 해 내게 됩니다. 아마 지금의 글질은 그 '가공' 정도가 되겠네요. 원석들을 잘 캐내 왔는지 모르겠어요. 원석이 좋아야 가공에 무리가 안 가거든요.

운이 좋다면 이런 글들을 모아서 3차 산업의 형태, 즉 책으로 서비스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이 만들어야 하고, 독자와의 소통도 필요합니다. 과녁에 놓이고 화살이 날아듭니다.


[차 산업 혁명 시대의 글쓰기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라고 하는데 글쓰기는 여전히 글멩이를 캐야 하는 1차 산업의 고된 작업입니다. 

그나마 손과 펜으로 삽질 같은 펜질을 수없이 해야 하는 수작업에서 자판으로 작동되는 채굴 기기를 얻게 되었으니 엄청난 발전이지요. 

4차 산업의 혁명에서는 뇌에서 생각한 것을 드디어 '짜잔'하고 글로 옮겨 줄 수 있을까요?

한편으로는 아직 까지는 인공지능(AI)이 나를 대신하여 글을 쓰겠다고 나서지 않은 것은 다행입니다. 

알고리즘에 따라 간단한 기사 정도는 쓴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비싼 인공지능(AI)이 열악한 1차 산업인 광업에 까지 손을 뻗어 글멩이나 캐고 있기에는 그 완벽한 알고리즘이 허 할리 만무 하지요. 

그래서 아직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글 캐기의 작업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제가 오늘 광부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글멩이 가운데 금덩이 찾기


첫 면허에 들떠 잠시 곡괭이를 메고 글을 좀 캐보았습니다. 역시 글을 캐내는 이 1차 산업의 노동은 고됩니다. 

그래서 글을 쓰고 나면 항상 배가 고파집니다. 이제 뭘좀 먹어야겠습니다.

글멩이 속에 저도 발견하지 못한 금덩이가 어디 묻혀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찾은 사람이 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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