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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늘이 하늘색이네!

feat 여담의 미

by Emile
오늘은 하늘이 하늘색이네!


"오홋! 오늘은 하늘이 하늘색이네! 하늘색이군! 하늘색이야!"

산책을 나서며 하늘을 바라보고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하늘은 당연히 하늘색인데도 말이지요. 마치 드라마 '대장금'에서 홍시에서 홍시맛이 나는데 무슨 맛이 나냐고 물으면 어찌해야 하냐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저렇게 순수 하늘색은 일 년 중에도 꼽을만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져서 동결 건조된 커피처럼, 하늘 속 푸른 커피 알갱이를 하나라도 날아가지 않도록 꽁꽁 잘 잡아둔 모양입니다. 그래서 하늘의 얼굴은 오늘따라 풀메이크업을 받은 듯, 아니 세수만 하고 나왔을 뿐이라는데 곱디곱게 빛나지요.


여담의 미


그렇게 고운 하늘을 따라가며 홀로 '여담'을 늘어놓습니다. 여담은 본 줄거리와 관계없이 흥미로 하는 딴 이야기를 뜻하지요. 이번 글은 목적지 없이 발걸음 따라 떠올린 여담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혼밥', '혼술'과 경쟁 중인 신종 '혼수다'라고나 할까요? 하기야 모든 글은 혼수다입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모여서 떠들기도 힘드니 홀로 글로 대신 수다를 떠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각한 여담의 미가 더욱 느껴집니다.


요즘은 진지하고 무거운 드라마(남궁민의 검은태양) 보다 밝고 가벼운 드라마(이하늬의 원더우먼)가 시청률이 앞선다고 합니다. 복잡한 복선보다 단순하게 웃을 수 있는 여담의 미를 선호하는 것이지요. 이럴 때는 깊 인간 사유의 글보다 차라리 고양이 사진 하나 덩그러니 올려놓고 '야옹'이라고 윙크하는 게 더 와닿을 수 있습니다. 마침 산책을 하다 마주친 고양이를 보고 손을 흔들어 보았지만 여백의 미를 지키겠다는 듯 윙크는커녕 본채 하지요.


이유는 필요 없이


그냥 이유 없이 오늘은 하늘이 하늘색이라서 글을 쓰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래서 순수 하늘색에 이끌려 남산 아래 어디 언저리까지 발걸음을 따라갔다 왔지요. 길을 잃어도 눈에 푸른 여백을 담았으니 좋았습니다. 그 여백이 여담으로 글이 되었고요. 하늘은 빈 틈 하나 없이 푸르렀지만 그 대신 땅에는 길을 잃고 순수 하늘색을 쫓아갔던 이야기, 여담이 푸른길이 되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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