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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15. 2022

당신의 필명에는 어떤 사연이 있나요?

프로필 이야기

필명은 '자기 앞의 생'을 쓴 Emile Ajar(Romain Gary)를 기리며 정했습니다. 이미지는 Denis Villeneuve 감독 Arrival(컨택트)의 외계어랍니다.


'프로필'을 바꾸면 전에 있던 내용은 사라지고 맙니다. 대게는 숙고해서 프로필을 썼을 텐데 새로 쓴 프로필로 인해 지워져 버린 프로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들을 남겨 보기로 했습니다. 프로필도 좋은 글들이잖아요. 더해서 프로필에는 입력할 수 있는 글자 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마저 하지 못한 이야기를 곁들여도 좋겠군요.


당신의 필명에는 어떤 사연이 있나요?


필명을 지을 때 누구나 심사숙고 하기 마련 입이다. 

다른 이의 필명들을 보면 참신한 이름들이 많고 비교까지 되어서 '아무래도 이름을 짓는 데는 그리 소질이 없나 보다'라고 느끼기도 한답니다. 그래도 '사연'은 가지고 있으니 이야기로 엮을 수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이 필명은 위에서 말한 데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를 기리며 가져온, 알고 보면 꽤 유명한 이름이랍니다.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은 내용이 워낙 슬플고 힘든 내용이어서 쉽게 읽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따스함과 감동이 더 커서 이 작품을 한번 읽고 나면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자마자 도대체 이런 글을 쓴 작가의 이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 작가의 이름 '에밀 아자르'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작가의 이력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앞의 생'이란 소설은 한 작가에게 단 한 번만 주어진다는 공쿠르 상을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공쿠르 역사상 유일하게 두 번째 수상한 작품이었습니다. 로맹 가리는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을 이미 수상 한 바 있는 유명 작가였지요. 그런데 외부의 기대와 선입견이 평론가들로 하여금 그를 한물간 작가로 매도 하기도 하자 여러 필명을 통하여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중 '에밀 아자르'란 필명으로 '그로 칼랭'을 발표하여 문단에 화제를 불러일으키더니 두 번째 내놓은 작품, '자기 앞의 생'으로 다시 공쿠르를 수상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입증하게 되지요.


그러나 단 한 번만 수상이 가능한 상을 수상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필명'을 사용한 채 철저히 신분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밀 아자르'도 처음에는 이 공쿠르의 수상을 거부하였습니다. 그러자 공쿠르 측은 이 상은 탄생과 죽음처럼 거부할 수도 수락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며 여전히 베일에 싸인 이 정체모를 작가를 수상자로 남기도록 합니다.

로맹 가리 or 에밀 아자르

그 이후 '로맹 가리'는 본명으로도 ' 에밀 아자르'란 필명으로도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를 표절하려 든다는 웃지 못할 비난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를 통하여 바로 이렇게 모순된 문단과 평론계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었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로맹 가리'는 옛 연인이었던 진 세버그의 자살과 알지 못하는 여러 이유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가 '에밀 아자르'와 동일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사후 출간된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에서 밝혀졌는데 이 역시 문단과 평론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

한편으로 '로맹 가리'는 배우였던 진 세버그와의 사랑 이야기로도 유명했습니다. 진 세버그는 장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 60년대 누벨바그의 아이콘으로 떠 올랐던 배우였는데 그녀의 일생 또한 평범하지는 못했습니다. 인권운동과 반전운동에 관심이 많았으나 결국 알코올에 의한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으며, 그녀의 죽음 뒤에는 이러한 사회운동과 맞물려 FBI의 깊은 개입이 있었다는 설이 무성했었지요. 그것을 영화한 것이 "베네딕트 앤드류스' 감독의 '세버그(2021.11)'란 영화입니다. 


이 필명은 이렇게 지금껏 가장 감명 깊었지만 힘들게 읽은 책의 저자 '에밀 아자르'를 기리며 정한 이름입니다. '로맹 가리'란 이름뿐 아니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에밀 아자르'란 철저히 필명을 통해 문단의 권력과 거짓된 평론계를 참교육 했던 그의 스토리도 마음에 들었었지요.


'에밀 아자르'는 '자기 앞의 생'을 통해 삶은 슬프고 고되지만 여전히 사랑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또한 누구에게나 현실일 수밖에 없는 저와 여러분 앞의 생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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