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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16. 2021

E's 북 : 서재 보다 서담

Prologue


책이란 읽었으면 이야기(談) 하는 게 맛이지


'책 한편 써 보지 않은 사람이 남이 쓴 책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크나큰 실례가 아닐까?'라고도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은 역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라고 쓰는 것이지 향내만 맡고 돌아서서는 그 맛을 알 수 없겠지요. 무풀보다 악플이 났다고, 오늘은 책의 독자로서의 주관적인 맛보기의 시도에 관한 글입니다.


책의 메모는 여행지를 기억하기 위한 사진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기만 하고 돌아서기에는 그 수많은 헤어짐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감동과 기쁨과 지혜를 주었던 책들도, 꼭 나중에 다시 와 보겠다고 하는 여행지처럼, 실제로 다시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추억도 사랑도 그림도 빛이 바래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요. (앗 갑분 센티)

그러므로 이것은 읽은 책들에 대한 일종의 '사진 남기기'입니다. 책만 배경으로 덩그러니 나와 있는 풍경 사진이 아니라 내가, 나의 웃음과 발랄한 표정과, 사색하는 듯한 연출이 들어가 있는 여행지 추억의 사진인 셈이죠.

 


서재 말고 서담


실제로 몇 번 써 보니 재밌습니다.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도 알 수도 있고요. 실은 책을 읽기보다 그것을 짧게라도 생각과 함께 남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읽기는 쉬워도 쓰기는 확실히 쓰기는 더 어려운 작업입니다. 작가의 노고를 체험하고 있지요.

그래도 읽은 책들이 그렇게 흔적으로 쌓여서 오래오래 함께 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재에 책들이 가득한 것보다 더 큰 서재를 가진 것 같다 할까요? 책이 책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결합된 서담으로 남기 때문이지요.


책의 복리 효과


이제는 그 서재를 보여주기가 되겠네요. 책을 맛보는 데는 역시 같이 맛보는 게 또 별미입니다. 맛집을 같이 찾아다니는 것과 같지요. 책은 한 권인데 더 많은 사람이 읽으면 읽을수록 가치가 배가 됩니다. 이것은 경제학의 승수효과나 이자의 복리효과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무한 승수입니다.

맛집 좀 같이 찾아볼까요?


한줄 서평


방법론적으로는 책을 읽고 한 줄 서평을 남깁니다. 책의 내용에 대한 평이라기보다는 책을 읽고 난 후의 주관적인 느낌이 강한 편이에요. 한 줄로 '딱' 줄이는 것은 항상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내맘 $


책에 대한 $점을 줍니다. 지극히 개인 취향의 별점이므로 이 $점이 절대적인 안전과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 (금융기관식 표현을 빌리자면) 다는 것은 꼭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맘 속의 기준을 잠깐 펼쳐보면요,

$$$$$($5개): 기대만큼 아주 깊은 통찰과 새로운 생각을 주었던 책, 다시 읽어볼 가능성도 있음

$$$$($4개) : 기대 없이 만났는데 술술 넘어가는 숨은 주옥같은 책, 취향저격

$$$($3개) : 재미있게 부담 없이 읽은 책

$$($2개) : 끝까지 읽긴 하였지만 읽다가 가끔 졸았던 책

$($1개) : 읽다가만 책

$ 5개 보다는 4개를 개인적으로는 추천합니다. 5개의 경우는 누구나 아는 훌륭한 책이나 이미 베스트셀러일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어요. $ 2개는 좋은 책이었으나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 피곤해서 그랬을 수 있으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책에는 항시 일정한 분량의 수면제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분명합니다. 아마 $ 1,2개의 경우는 여기서는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요.


본격 서담


다음으로는 읽고 난 후 생각들입니다. 책의 내용들이라면 이미 책에 있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에는 내용은 거의 쓰지 않아요. -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조금 쓸 수도 있긴 합니다만, 숙제할 때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 책을 베끼기도 하잖아요. - 보단 책을 매개로 한 파생생각, 파생상품(위험성 높음)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책의 요약된 내용이나 줄거리를 찾는 다면 이 글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때로는 책 내용은 거의 없고 제 생각만 가득 있을 수도 있는 위험성을 미리 고지드리는 바입니다.


설명서가 길었네요. 그럼 오늘 읽은 책을 한번 기록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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