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대로 가지 않는 미래
금리인상으로 세계가 난리입니다. 심지어는 유엔(UN)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에 금리인상 중단을 촉구했다고 하니 "이것이 유엔(UN)까지 나설 정도로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인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금리 인상을 막기 위해 유엔평화유지군이라도 파견하려는 것일까요?
정확히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국제경제전망 연례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긴축정책은 일부 국가에서 경기 침체와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최근 인플레이션이 공급발 문제에 기인한 것인 만큼 수요를 억제하는 금리인상으로는 결코 잡을 수 없고 장기적인 경기침체 위험만 키울 것이란 주장이네요. 그러면 그렇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아직까지는 '금리인상 금지'를 결의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문제는 앞으로 산을 넘기에 심각해 보입니다. 무소불위의 호랑이 같았던 부동산 가격을 한방에 제압한 것이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금리인상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호랑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옛날에는 에는 곶감이었다면 요즈음은 금리인상인 셈이지요. 동화를 바꾸어 다시 써야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자 사실상 고금리의 시대는 끝난 줄 알았습니다. 경제 성장의 성숙기에 접어든 유럽이나, 가까이에는 일본을 보면 당연히 그 전철을 따라서 이제부터는 저금리의 시대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다시는 고금리 예금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Covid19로 인한 팬데믹의 시대는 더욱더 저금리 상황을 부추겼지요.
그런데 아뿔싸, 팬더믹의 과도한 저금리가 고금리의 시대를 다시 불러들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더군다나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은 한동안 저금리 시대가 유지될 것임을 예고하였지요. 늑대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가,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몇 번 하다가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러는 사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늑대가 진짜 나타났고 각국의 양떼들은 혼비백산인 지경입니다.
그렇게 돈을 많이 풀었으면 당연히 인플레이션이라는 늑대가 나타날 줄 알았어야 하는데 왜 그러하지 못했을까요? 경제학을 배웠다면 이는 아주 기초적인 이론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자뿐 아니라 대전문가들 아무도 이 당연한 섭리를 말해주지 않았었지요. 그래서 저도 한편으로 생각했었습니다. "모든 것이 교과서대로 되지는 않는군" 하지만 이제 와서는 고백하는 것이지요. "교과서가 맞았네!"
이는 우리가 경험한 세대가 비교적 물가가 안정적인 저물가의 시대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의 상승기만을 경험한 사람은 하강기의 무서움을 모르듯이,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엉망인 일부 국가에서나 들려오던, 그래서 돈의 가치가 휴지가 되었다는, 다른 나라의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역시 교과서에서나 나왔던 오일쇼크 급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농산물과 광물 자원의 가격이 폭등하더니, 생필품과 인건비와 물류비까지 모든 가격이 폭등하는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맞게 되었네요. 동화책에서만 보던 진짜 늑대가 출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늑대를 잡겠다고 금리인상이란 극약의 덫을 놓으면 부동산 호랑이도 죽고, 산짐승도 죽고, 들짐승도 죽고, 가축도 죽고, 사람도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그래도 늑대로부터 일단 양떼를 지키고 봐야겠지요. 각국의 중앙은행의 원래 역할은 돈놀이를 하는 야바위꾼이 아니라 물가안정, 즉 양떼를 지키는 목동이었으니까요.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문가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호랑이와 곶감과 늑대와 양떼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지요. 바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여 성장은 정체되고 저금리의 시대가 계속될 줄 알았던 '예측의 실패'에 대하여 되짚어 보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예측대로 가지 않는 것이 미래' 인듯합니다. 마치 이 산의 산신령이 과거와 현재는 이제 인간에게 내주었지만 미래만큼은 절대로 인간에게 양보하지 않겠다고 하며 예측을 벋어나게 하는 것 같지요.
그래서 늑대는 이미 와 버렸고 당장 '고금리 시대의 귀환'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때입니다. 당장 시중은행의 고금리 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하지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뿐 아니라 코인 시장은 무너지고 있고 호랑이 부동산마저도 곶감이 무서워 얼씬도 못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다시 '금리인상'의 시대, '고금리 시대의 귀환'이라는 뒤늦은 예측은 또 얼마나 갈까요?
저금리의 시대가 계속될 줄 맹신했던 것처럼, 고금리 시대의 연속성에 대하여도 생각해 봐야 할 과제이긴 합니다. 왜냐하면 이 산은 인간의 예측을 허락하지 않고, 미래를 내어주지 않으려는 산신령이 지배하는 산이기 때문입니다. 언제 호랑이가 갑자기 곶감을 먹겠다고 산에서 내려올지 모릅니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하다가 늑대가 아니라 여우였다고 말을 바꿀 수도 있지요. 이래 저래 '예측 대로 가지 않는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