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박사는 용산역 앞에 펼쳐진 용산 정비창 부지(옛 국제업무지구)를 보고 흠칫 놀랐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중심 한 복판에 저렇게 넓은 부지가 건축물 하나 없이 놀고 있다는 것이 그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제가 비교적 잘 이루어져 어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한 채 무법천지의 슬럼 지역으로 바뀌지 않은 것이 더욱 그랬다. 더욱이 계속 무언가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오가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51구역
그는 순간적으로 미국에서 본 51구역을 떠올렸다. UFO 가 떨어진 잔해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곳, 그래서 어떠한 설명도 없이 접근이 통제되어 있는 곳, 다만 이곳과의 차이는 51구역이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벌판 가운데에 있어 사실상 통제가 가능한 곳인 것과 달리 이곳은 메가 시티, 그것도 그 도시의 중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그 차이점만 뺀다면 이곳은 한국의 51구역이 분명했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해야 할까?'도시 한복판의 51구역이라?' 생각만으로도 귀 끝에 전율이 몰려왔다. 그렇다고 이 일천만에 달하는 인구를 이주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니 UFO가 이곳에 추락한 것은, '아니 내려앉았을지도 모른다', 우연일까 의도된 것일까?
미 51구역과 오버랩된 남박사의 복잡한 머릿속 상상이 현실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가 한국에 초빙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이곳을 스쳐갔을 뿐이었지만 몸으로 그 예감을 직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용산 정비창 부지는사실상 UFO가 떨어진 곳이었다. 다만 거대 도시 서울의 화려한 불야성에 가려 아무도 그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을 뿐 그 땅은 오래도록 봉쇄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음부터 놓여있었다.그러고 보면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에서 거대 자본이 발을 뺀 것도,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한 미군이 미적 거리며 기지 반환을 미룬 채 남아 있는 것도 다설명할 수 있는 일이었다. UFO라는 해를 집어넣으면 말이다.
용산정비창부지(용산국제업무지구)
저 깊은 땅속 어딘가에는 지구인이 알지 못하는 우주 생명체의 흔적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단순히 UFO의 잔해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부터 저 깊은 지하에 외계 생명체의 통신 시설이나, 정보와 기술이 융합된 타임캡슐, 또는 정말 생명체 자체인 알 같은 것이 묻혀있을 것이란 갖가지 가설이 제기되었지만 현재로서는 그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그냥 접근을 통제한 채 비워 두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저 지표면에 한해서 만은 정화 작업을 빌미로 암암리에 정보가 수집되고 있었지만 그 또한 공식적인 작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 지구적 파장을 고려해 절대로 누구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 방식은 자연스러워야 했고 평화로워야 했다.그저 묻혀있는 이름 모를 알이 적당한 온도와 시간을 거쳐 부화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 알에서는 공룡이 깨어날지 인간이 깨어날지 모르는 일이었고 그것이 알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1부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