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회장님이 세계 경제 상황이 수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하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직접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떠나기 전 네 명의 자녀들을 불러 모아 돈을 맡기며 자신이 돌아올 때 돈을 어떻게 썼는지 보고 받고 가장 현명하게 사용한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고 했다.
첫째에게는 맏이인 만큼 가장 큰 액수인 10억을 맡기며 어드밴티지를 주었지만 둘째에게는 그 반인 5억이 주어졌고, 세째에게는 2억, 그리고 네째에게는 1억이 종잣돈으로 주어졌다. 어디에 써도 좋다고 했으나 자녀들은 쓰는 게 아니라 투자해서 늘려야 한다는 둥, 늘어난 절대 금액으로 평가하는 게 맞는다는 둥, 주어진 금액이 다르니 절대 수익률로 해야 공평하다는 둥, 논란이 많았다.
첫째는 부동산이 제일 안정적이기도 하고 수익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기로하였다. 마침 투자 금액의 아홉배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총 100억을 만들어 투자했지만 PF사태가 터지며 공실률은 높아지고 금리도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자를 제때에 내지 못해 건물은 경매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 스트레스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둘째는 자본금이 두 배인 첫째를 앞질러 회사를 물려받기에는 벅차다고 생각했는지 주식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마침 전기차가 뜨고 있다고 해서 비슷한 신생 미국 전기차 회사에 전액 투자하였다. 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전망이 꺾이자 회사는 파산에 이르렀고 주식도 휴지가 되었다. 그 스트레스로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세째는 첫째와 둘째에 비하여 자본금이 현저히 적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고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코인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투자한 코인회사의 설립자는 어느 날 몰래 코인을 모두 팔고 외국으로 도주했으며 코인 거래소는 파산하여 문을 닫았다. 코인의 가치도 코인이 되었다. 그 스트레스로 말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네째는 첫째에 비하여 겨우 십 분의 일 둘째에 비하여 오분의 일, 세째에 비하여 절반에 불과한 자금에 실망하여 그냥 예금에 넣고 놀기로 했다. 어차피 아버지의 마음은 자신에게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부족할 때마다 조금씩 인출해 생활비로도 썼다. 아버지가 언제 돌아올지는 모를 일이었으나 아껴 쓰면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회장님은 세계를 돌며 상업용 부동산에 대출을 무리하게 일으켜 투자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전기차 광풍이 지고 있는 징후, 코인이 사기가 많다는 정보, 그리고 경기가 좋지 않으니 현금이 중요하겠다는 교훈을 안고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네 자녀 중 셋이 그것에 손대 망한 것이 아닌가? 다만 넷째만이 얻은 교훈에 맞게 현금을 고스란히 쌓아두고 있었다. 결국 고민할 것도 없이 네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말했다.
"항상 투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경영자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고' 해야 할 때와 '스톱' 할 때를 알아야 하는 타짜가 되어야 한다. 때론 놀고먹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쉬고 있어도 건강을 지키고 있으면 때가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째는 회사를 물려받은 척하더니 회사를 팔아 형제들과 나누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자녀들은 사실 회장님에게 혼나거나 쫓겨나고 네째가 회사를 차지할 것을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네째가 아버지 같지 않게 나오자 첫째는 눈이 회복되었고 둘째는 말을 되찾았으며 세째는 귀가 다시 들리게 되었다.
네째는 이렇게 된 데는 회장님의 책임이 크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첫째를 후계자로 염두에 둔 나머지 투자금을 불공평하게 나누어 주어서 자식들 간 반목이 생겼고, 둘째, 경쟁을 유도해 무리한 투자를 부추기고 서로 믿지 못하게 해서 남의 말에 더 쉽게 당 했으며, 차라리 불확실한 상황이었다면 투자금을 맡기지 말지 그랬어요" , "셋째 꼭 회사를 물려주는 것보다 '고'와 '스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달란트를 갖은 전문타짜, 아니 전문경영인을 찾는 것이 났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해도 이렇게 경영권을 얻었으니 그 자질을 계속 살려 계속 놀고먹겠다고 했다.
회장님은 화가 나 화병을 얻고 회사를 다시 내놓으라고 네째와 소송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