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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의 추천은 채용일까? 소개팅일까?

feat 나의 완벽한 비서

by Emile
나의 완벽한 회장님


김비서가 왜 그럴까

'비서'라고 하기에 이번에도 '김비서가 왜 그럴까?'류의 '나의 완벽한 회장(대표)'과 비서가 펼치는 지겨운 로맨스(정략결혼)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애당초 볼 생각이 없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비서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고 누군가 귀띔을 해 줍니다. 이번에도 로맨스는 맞지만 그 뻔한 클리셰를 살짝 비틀어 대표가 여자이고 비서가 남자로 바뀌었다니 "어 그래?"라고 구미가 좀 당기지요.

좋거나 나쁜 비서


비밀의 숲, 좋거나 나쁜 동재

게다가 그 비서는'비밀의 숲', '좋거나 나쁜 동재'의 전직 '서동재' 검사지요. 이만하면 반칙입이다. 순 능력만 보고 뽑았다면서, 얼굴은 물론이고 키와 몸까지 보고 뽑은, 아주 불순하게 보이는 채용이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절대 사심이 아님을 해명하기 위해 드라마는 처음부터 '언쟁유골'의 악연을 만들며 처음부터 이 남자를 절대 뽑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음을 해명하는 알리바이를 강조합니다. 그러면 뭐 합니까? 결국은 이렇게 뽑을 거면서요. 이러한 로맨스 채용, 사내 연애, 열사 열렬히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대표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제발 연애는 회사 밖에 나가서 계급장 떼고 당당히 하라고라고 이 열사 외! 침! 니! 다!

나의 완벽한 비서
서치펌과 헤드헌터의 세계


더군다나 이러한 채용인지, 소개팅인지를 구분 지을 수 없는 행위를 버젓이 자행하고 있는 드라마 속 배경 회사가 '서치펌(Search Firm)'이라고 불리는, 즉 '헤드헌터(Head Hunter)가 모인 회사라는 게 더 문제입니다. 인재를 엄선하여 추천해야 할 서치펌의 헤드헌터가 채용빙자 소개팅을 획책하다니요? 무슨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입니까? 그런데 정말 헤드헌터가 소개팅도 시켜주더라고요.


드라마처럼 회사의 대표도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헤드헌터가 소개팅을 시켜줬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여기 브런치에서는 무이력, 무명, 사파, 마약글 제조 작가이지만, 한때는 헤드헌터의 추천을 심심치 않게 받으며 기고만장하던 때도 있었지요. 게다가 헤드헌터가 보기에 성격도 괜찮아 보였는지 심지어는 직접 소개팅도 주선해 주었었다니까요. 양심상 드라마처럼 외모도 그러했다고는 우기지 않겠으니, 이쯤에서 염치없는 자랑질은 못 들은 것으로 타협하시지요. 드라마에 빙의되다 보면 그러한 것이니까요.


나의 완벽한 대표
고(高)로맨스 경력직


다시 드라마로 돌어가서, 대표와 비서의 로맨스는 남녀가 되었든, 여남이 되었든 항상 달달한 즐겨찾기 소재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대표와 비서는 그런 웬수?가 따로 없어요. 대표는 비서에게 사적일과 공적일을 구분치 않고 몸종처럼 부리고, 비서는 대표 전용 특별히 유통기한이 지난 음료를 비축하여 예쁘게 찻잔에 따라 내는 것으로 복수하지요. 현생 결혼 웬수사이라면, 전생 대표와 비서 관계였음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판타쥐 비서에게는 어린 딸이 있는 싱글대디라는 이력서상 흠결도 전혀 이런 로맨스 채용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비서의 플러팅 기술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역시 연애 스킬도 신입보다는 경력이 월등한 법이지요. 서치펌 회사답게 헤드헌터 대표는 (高)로맨스 경력직을 선호하는 듯합니다. 역시 채용시장의 관건은 무엇보다도 대표의 마음이 우선입니다. 인재가 별거 있나요? 면접은 윗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순간적으로 플러팅 하느냐 좌우하지요. 스펙으로는 차라리 어렵고, 얼굴이나, 허우대와 달콤한 말빨로는 더 쉬울지 모릅니다.


나의 완벽한 플러팅
커플매니저와 헤드헌터


사실 채용시장의 현실은 경험상으로 볼 때 절대 완벽하지 않습니다. 서치펌의 헤드헌터들은 나름 회사에 적합한 인재들을 회사의 요청에 의해 어느 정도 충실히 추천해 주는 편이지요. 왜냐하면 그 추천에 따른 채용에 따라 그 연봉의 수십%를 수수료로 받거든요. 그리고 또 얼마간은 추천자가 그만두지 않아야 그 계약이 유효기도 하지요.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가 매칭의 성공 유무와 관계없이 수수료를 챙기는 것과 달리, 서치펌의 헤드헌터는 철저

히 매칭 성과 위주 시장이라는 것이 크게 다ㄴ 차이점이지요.


그런데 기업에서는 자리와 능력에 적합하기보다는 제멋대로 뽑는 경향이 좀 있는 것도 같습니다. 드라마처럼 잘생기고, 키 크고, 몸 좋은, 달콤한 플러팅에 쉽게 넘어가고, 능력을 보고 뽑는 것인지 사심을 가지고 뽑는 것인지 사실 구분이 잘 안 되지요. 재미있는 것은 비서는 회장보다 잘생기거나 키가 크면 오히려 싫어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완벽한'에는 '감당할만한'이란 뜻이 숨어 있어, 감당 못하게 능력이 좋거나 잘생기고 예뻐도 탈락이라는 것이 아이러니지요. 한편으로는 대표와 인사담당의 개인적이고 일관된 취향에 따라 항상 비슷한 얼굴을 늘 뽑곤 해서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나의 완벽한 재혼
궁합과 비서


헤드헌터로부터 인재를 추천받아 뽑을 때도 사람의 능력보다는 오히려 뛰어나거나 자리를 위협할 사람이라고 생각해 꺼려하는 경우를 보며 참 자신감도 없다고 생각했었지요.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 그보다는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듣고, 추진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윗사람이 시키는 그대로 따라 하면 좋을 모순된 조건들을 내세웁니다. 그냥 대표의 기분에 들면 흠결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어쩌다 동향이나, 동문이나, 뭐라도 공통점이 있으면 능력에 관계없이 뽑히기도 하니, 채용은 차라리 '운'발이거나 '궁합'과 더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비서'라는 직책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까다로운 자리입니다. 전혀 주관적인 자리가 아니어서 결정권이 없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주관자의 옆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대표의 비서는 자기가 대표인줄 알고 월권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서보다 못한 대표도 있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비서에게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가능한 본인의 일은 본인이 챙기는 편을 선호합니다. 글은 비서가 쓰고 자기가 쓴 글인 마냥 이름만 내는 것은 반칙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애인은 비서가 아니지요, 비서가 애인이 아닌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면에서 '나의 완벽한 비서'는 있어서는 안 될 판타쥐입니다. 애인이 대표의 비서이면 결국은 비서가 대표처럼 군림하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애인은 커플매니저에게, 채용은 헤드헌터에게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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