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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완벽한 다섯가지 폭망 조건

feat 별들에게 물어봐

by Emile Mar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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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폭망입니다. 이 드라마는 원래 '우주'라는 공간의 '무중력' 상태에서의 에피소드가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어떠한 요소가 결합되면 이야기가 폭망 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끝까지 보게 되었지요. 자 그럼 폭망의 이유를 늦게나마 분석해 볼까요?


첫째 '제목'에서 처음 폭망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별들에게 물어봐"라고 하니 경규옹이 젊은 시절 나왔던 코미디 극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났지요. 그래서 슬픈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는 것인지 이 드라마는 정말 "코미디인가?"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하이가 아니라 섹드립이 난무하는 즈질 코미디에 가까웠다고나 할까요?

경규옹경규옹

그런데 "별들에게 물어봐"는 경규옹의 코미디가 처음은 아닙니다. 원래는 패티김의 노래 제목이지요. 한참 어린? 저는 노래는 잘 모르지만 패티김만 알지요. 그런첨단 우주와는 어울리지 않게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제목은 너무 올드해 보였습니다.

패티김패티김

둘째는 '로또'에서 "아차" 또 폭망의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로코(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그 로또(lotto) 맞습니다. 극 중 우주에서 파워볼 같은 복권에 당첨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에피소드가 이야기의 전개상 중요하게 펼쳐지는데 이것이 바로 개연성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트리거로 작용합니다. 당첨 금액도 한국 로또 같이 수억원 정도도 아니고 무려 오천억원에 달해 우주 드라마의 꿈을 와장창 깨뜨리며 로또 코미디물로 락시키게 되지요.

로또로또

셋째는 '섹스'입니다. 극 초반부터 연구 중인 파리며 쥐의 교미를 지나치게 길게 끌고 가며 섹드립을 친다 싶더니, 마침내 우주 정거장의 폭발로 기온이 떨어지고 산소도 다 떨어져 목숨이 간당간당 항 무렵 주인공 남녀는 홀딱 옷을 벗어던지고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온몸을 밀착하고 세계 최초의 '우주 섹스'를 감행합니다. 아 그런데 이것이 전혀 아름답지 않고 웃기고 괴이해 보이기까지 다는 말입니다.

우주 섹스우주 섹스

넷째는 '법'입니다. 안 그래도 법이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이 드라마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법을 가볍게 무시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지요. 국제적, 윤리적으로 우주에서의 유전자 실험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마지막 후계 난자와 정자를 오직 교배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우주에서 이 모든 생 난리를 벌입니다. 그러면서도 생명인데 살려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파렴치한 강변을 일삼아, 또 망삘을 강하게 자초하지요.


다섯째로는 그냥 '개연성' 없음입니다. 뭐 나중에는 여주가 임신했는지도 모르고, 확인도 안 되고, 사고 친 이력도 상관없이 버스 타고 옆 동네 가듯 막 우주선 고 우주 정거장에 다시 올라가지요. 그런데 임신해서 지구로 올 수는 없다네요. 그래서 남주도 마찬가지로 우주에서 사고를 쳤든, 법을 어겼든 말았든 택시 타고 쫓아가듯 우주 정거장에 따라가 거기서 임신한 애를 받고 거기서 아예 살림을 차리지요. 이쯤이면 "막 나가자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면서 드라마는 막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로코말고 로또로코말고 로또

근에 끝까지 본 드라마 중 가장 어이없이 재미없었지만, '드라마의 완벽한 다섯 가지 폭망 조건'을 건질 수 있어서 나름 의미가 있었습니다. 글쓰기에 두고두고 참고할 수 있는 교본 같은 드라마였으니까요. 500억원 짜리 불꽃놀이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화려하게 폭발 후 폭망 하였다고 별들은 대답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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