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널스 Sep 19. 2023

방관자라는 색으로 채우는 페이지 - 민트초코

주변인이라는 색깔의 크레파스

나의 묵묵한 방관자였던 친구의 이야기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 한다. 친구에게 지칭하는 별명을 지어달라고 하니 민트초코라고 칭해달라고 하였다. 민트초코는 나의 10년 가까이 되는 오랜 친구이다. 민트초코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부분을 서로 공유했고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의외로 민트초코에게 질문을 반복하며 들은 이야기는 새로웠다. 민트초코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그려갈 그림의 윤곽에서 나와 닮은 점이 꽤 많았다.


나의 글을 읽은 당신의 반응은?



민트초코는 나의 글을 읽고 의외였고 놀랬다고 했다. 민트초코는 묵묵한 방관자였다. 방관자였기에 내가 증상의 일부를 민트초코에게 말한 적이 있어서 놀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질문했는데 오히려 내가 의외의 반응이라고 느꼈다. 평소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에 습관이 되어 있던 나였기에 증상을 말할 때는 우는 것 외에 어떤 기분이었는지 감정을 말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읽고 꽤 심각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나의 이야기 외에 글에서는 공황발작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되었다고 하며 새로운 사실을 많이 떠올리게 했다고 한다. 특정사건으로 인하여 힘든 시간을 자신만 지내왔다고 생각하였는데 나의 글을 읽고 나니 다른 사람도 특정사건이 있었을 것이고 힘든 시간을 본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게 되며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며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당신도 나와 닮은 누군가인가요?



사실 민트초코도 나와 같지는 않지만 나와 닮은 누군가이고 특정질환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래서 민트초코는 나의 이야기를 읽고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부 하지 못하고 숨기고 살았던 것처럼 민트초코도 다른 사람들에게 일부분만 보여주거나 전부 감추고 살아왔다. 민트초코의 주변인들은 민트초코가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어떤 증상이 있으며 어떤 상황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였다. 그 주변인의 일부에 나도 있었다.

민트초코는 현재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증상도 있다고 한다. 가끔 증상에 시달릴 때면 죽음이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시도를 하려 하기도 하였다고 했다. 내가 첫 공황발작에서 원인을 대충 짐작하였던 것처럼 민트초코도 증상의 시발점을 추측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재학당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사소한 언쟁으로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특정친구가 자신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특정친구는 민트초코를 무리에서 배제하려 하였고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했다. 그때의 기억이 꽤 오래 민트초코를 괴롭혔다. 약물치료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꿈에 당시 상황이 나오기도 하였고 그때의 친구들을 길거리를 가다가 만나는 상상도 하며 괴로워했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게 되고 약물치료를 시작하고부터는 그 시간에 갇혀있지 않게 되었지만 그때의 친구들을 용서한 것은 아니며 그때의 기억에서 받은 상처를 되뇌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때의 민트초코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의 나였다면 다른 방식으로 의견충돌을 해결하려 하였을 거 같아. 하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거야. 내가 안쓰러워 “


민트초코는 아직 당시의 민트초코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탓하기도 하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 아직은 양가감정과 싸우고 있는 듯하였다. 민트초코는 현재에 이르기 전까지만 해도 계속 그때의 사건에서 자신을 탓하면서 지내왔지만 지금은 자신이 죄인이라는 생각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불쌍하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당시의 민트초코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



민트초코에게도 위로의 말이 필요했다. 민트초코의 묵묵한 방관자인 나의 눈에는 아직 당시의 사건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당시의 사건을 정당화하기 위해 원인을 찾아야 했고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며 자신을 죄인 취급하는 것이 같았다. 민트초코가 새로운 상황의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도망가려 하고 도망가지 못하고 마주하게 될 때는 자신을 탓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기도 하였다. 나는 그런 민트초코에게 내가 위로의 말을 건네는 숙제를 받았던 것처럼 민트초코에게도 위로의 말을 건네는 숙제를 내주며 문구를 적어주었다.


"나는 못난 아이가 아니고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아이다."


당신의 주변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의 주변인에게 최대한 자신을 포용해 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가끔 이상한 행동을 보여도 불안으로 인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니 이해해 주면 좋겠고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에도 지적보다는 사랑으로 포용하고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새로운 페이지에 새롭게 그려갈 그림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