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석세션}: 왕족으로 태어난 광대들의 전쟁

by 칠흑왕
ems.cHJkLWVtcy1hc3NldHMvdHZzZXJpZXMvMzM4ZGZkNWUtMzcyMC00ZDg5LWFjZDItMGZkYzgwMzkyNTM5LmpwZw==

권력을 차지하려는 인간들의 군상과 모략을 다룬 이야기는 현재 닳고 닳아버린 장르가 된 지 오래다. 그도 그럴 것이 14세기에 이미 나관중이 이와 같은 장르로 삼국지연의를 집필하였고, 17세기에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을 집필하였으며, 21세기에 와서는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우수한 작품들이 무수히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들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건 바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각종 수싸움을 하며 배신과 협력을 반복하고 권력의 최상위 자리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최상위 자리를 꿈꾸는 인물들이 무능력하고 나약하다면 어떨까? 아마 이 드라마를 집필한 제시 암스트롱은 그러한 질문과 함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 같다. 이번에 리뷰할 드라마 석세션은 거대 미디어 기업의 CEO자리를 두고 CEO의 덜떨어진 자녀들이 경영권 다툼을 벌인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우린 몇 가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대기업의 탈을 쓴 블랙기업 웨이스타 로이코


웨이스타 로이코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가장 중요한 기업중 하나다. 그 이유는 여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웨이스타 로이코의 차기 CEO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웨이스타 로이코는 대체 어떤 기업인가? 극중에서 본 기업은 미국 최대의 미디어 기업이며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대형 뉴스 플랫폼 ATN, 크루즈, 놀이공원과 같은 기타 산업에도 진출해 있는 다재다능한 기업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웨이스타는 허점 투성이에 덩치만 큰 문어발 기업으로 묘사된다. 일단 웨이스타 로이코는 일반적인 대기업에 비해 혁신적인 아이템이 하나도 없다. 폴더블폰, 플스5, 그래픽카드 같은 건 일절 없으며, 웨이스타가 개발한 게임이나 영화 같은 건 일절 나오지 않는다. 거기다 명색이 미국 최대의 미디어 기업인데 디지털화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대체 이런 부실한 기업이 어떻게 대기업인 거지? 이 기업은 이러한 문제를 다른 의미로 아주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했는데, 그것은 대형 뉴스 플랫폼을 통해 특정 정당과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옹호해 뒷구멍으로 거금을 챙기는 방식과 다른 회사들을 마구자비로 사들여 덩치를 불리는 방식으로 해결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런 경영의 주역에는 이 회사의 CEO 로건 로이가 있었다.






2. 능력은 뛰어나나 문제 많은 CEO이자 아버지 로건 로이





logan-roy-s1-1920.jpg



로건 로이





로건 로이는 석세션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스코틀랜드 이민자 출신으로 가진 것 하나 없는 상황에서 조그마한 신문사를 차리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의 웨이스타 로이코를 일군 유능한 사업가이다. 하지만 그는 능력과 인간성이 일치하지 않는 인간으로 각종 편파보도를 통해 부를 일궜으며, 회사에서 성추문 문제, 크루즈 침몰 사고, 크루즈 불법 성접대와 같은 사건사고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그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하였다. 아니 크루즈 불법 성접대는 오히려 본인이 벌인 일이라 봐야 한다.




거기다 실력 검증도 없이 자기 자식들과 지인들에게 회사의 고위직을 거져 준 것과 그의 경영 방식이 오직 노골적인 편파보도와 덩치만 키워 시장에서 과대평가 되도록 한 것을 보면 정상적인 경영가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이러한 그의 경영방식은 그가 사망할때까지 전혀 바뀌지 않는다. 거기다 보통 이런 캐릭터들은 사적으로는 좋은 가장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으나 로건은 결혼만 무려 3번을 했으며, 자식들에게 있어서도 최악의 아버지이다.




극중에서 로건은 끝임없이 자식을 필요이상으로 강압적으로 대하며, 자녀들이 아버지를 지나칠 정도로 두려워 하는 모습은 로건이 오랫동안 자녀들을 학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최악의 인간성과 최고의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지만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 현재는 나이가 들어 총기를 잃었는지 디지털 사회가 도래하였는데도 여전히 신문보도와 뉴스만을 고집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알츠하이머까지 걸려 사무실에서 오줌을 싸는 등 그야말로 꼴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총기를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며 그는 현재 고민이 많다. 바로 어느 자녀에게 자신의 자리를 승계할 것인가이다. 그렇다면 그의 자녀들은 누구고 어떤 인간들일까?




3. 왕족으로 태어난 4명의 광대들





connor-roy-s1-1920.jpg



첫째 코너 로이





kendall-roy-s1-1920.jpg?w=1200



둘째 켄달 로이





roman-roy-s1-1920.jpg



셋째 로먼 로이





shiv-roy-1.jpg?fit=800%2C600&ssl=1



막내 시브 로이





코너 로이: 장남 코너 로이는 CEO자리에는 관심없는 그냥 한량이라고 보면 된다. 호구 기질까지 있는데, 자신이 소유한 땅에 물이 흐른다며 봉이 김선달 한테 사기당한 것도 아니고 곧 있으면 물 값이 금값보다 비싸질 거라며 좋아하는가 하면, 나폴레옹의 가짜 성기를 구입하는 등 그야말로 웃음벨이 따로 없다. 시즌1의 후반에 가면 그야말로 정신이 다 아찔해 지는데, 우연히 민주당 상원의원을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자신이 논리로 그 사람을 이겼다 착각하고 대통령이 될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손에 술병을 들고 본인의 연설을 SNS에 기재하는가 하면, 아버지 로건에게 선거자금으로 천억을 달라고 하거나, 회사 일에는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다가 인지도를 올릴 목적으로 느닷없이 고위직을 달라고 하는 등 그야말로 정상이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내건 공약도 웃긴데 그건 바로 부자들의 세금 면제다. 거기다 아직 후보로 출마도 하지 않은 주제에 자신 역시 세금을 내지 않을 예정이며 감옥에 가도 상관이 없다고 주변에 떠벌리고 다니기 까지 했다. 더 골때리는 것은 코너는 감옥을 모노폴리 감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




켄달 로이: 로건의 차남이자 본 작품의 진주인공이며 CEO 자리를 가장 갈망하는 인물이라 보면 된다. 하지만 그의 능력은 그의 욕망을 이루기에는 턱 없이 부족할 뿐더러, 극중 내내 그의 역량과 능력은 일말의 성장도 없이 바닥을 기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회사의 빚을 갚겠다면서 가족 지분의 주식 상당수를 경쟁 기업에 있는 자신의 친구 스튜위에게 팔아 회사에 경쟁 업체가 적대적 인수를 할 수 도 있는 상황을 만들어버리는가 하면, 그 어떤 누구와의 합의도 없이 본인이 차기 CEO라는 발표를 하려고 시도하고, 급기야는 경쟁 업체인 스튜위와 다른 이사회 맴버들과 모의해 아버지를 불신임 투표에 붙이려는 행보까지 보인다.




그것마저 실패하자 끊었던 마약에 다시 손을 대고 페인처럼 지내는가 하면, 여동생 시브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에 갔다가 마약을 구하기 위해 약쟁이 웨이터와 차를 몰고 밤길을 질주하다 사고를 내어 웨이터를 간접적으로 죽게 만드는 등 그야말로 어질어질한 모습을 보여준다. 참고로 이때 켄달은 스튜위의 측근인 샌디로부터 적대적 매수를 할 거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이때 가만히만 있었으면 켄달은 CEO가 되고도 남았다. 하지만 이것도 웃긴 말인게, 샌디와 스튜위가 적대적 매수를 한다고 해서 켄달이 CEO가 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는 거다.




여기까지만 봐도 어질어질 하지만 그의 가장 큰 문제는 분위기만 잘 잡을 뿐 실제로 그가 CEO가 되기 위해 쓰는 방법은 응석부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다. 측근들이 나름대로 조언을 해주는데도 불구하고 Ok라는 말만 반복하며 자기 할 말만 하는가 하면, 동생들에게는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때만 쓸 뿐 그 어떤 비즈니스 맨으로서의 면모를 단 하나도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 친구인 스튜위에게는 이사회에서 자기를 뽑아달라고 하며 친구 살린다고 생각하라는 등 최소한의 공사 구분조차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로먼 로이: 로건의 삼남으로 본 작품의 주요 인물중 하나다. 켄달을 굉장히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으며 CEO자리를 차지하려는 또 다른 인물이다. 사실 이 인간도 공사 구분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업무 시간에 본인의 사무실에서 자위 행위를 하는가 하면, 법무팀장에게 시시 때때로 본인의 성기 사진을 보내는 등 그야말로 공사 구분을 못하는 걸 넘어 망나니이기까지 하다. 눈치는 그나마 빠르지만 업무 능력은 미달인데, 일본에서 위성 사업을 엉터리로 벌여 발사 로켓이 폭발해 직원의 손가락과 팔이 절단당하는 사고를 일으키는가 하면, 6개월 밖에 안되는 경영 수업을 버거워 하고, 수업때 본인이 낸 아이디어로 놀이기구를 만들 생각을 하는 등 그야말로 어린애 같은 모습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CEO가 되기 위해 한다는 일이 아버지 로건의 비위 맞춰주기에 불과하다는 거다. 비록 생쇼이기는 하지만 아버지와 맞서 싸워 보려는 켄달과는 대조적이다. 본인의 신념이나 현재 회사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승계권만을 위해 아버지 로건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를 밀어줄 생각을 하거나, 아버지가 인수하려는 맷슨이라는 회사가 겉보기에만 그럴싸 할 뿐 실상은 공사 구분 못하는 또라이 경영진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본인 눈으로 봤으면서 이를 파악하지 못한건지 아니면 승계를 위해 그딴 건 신경쓰지 않는건지 맷슨을 합병시키는데 적극적으로 앞장서는등 아버지에게 잘 보이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웃기는 것은 아버지가 회사를 맷슨에 합병당하는 것으로 하려고 하자 바로 등에 칼을 꽂으려 했다는 거다.




시브 로이: 원래 이 여자는 아버지에게 반항하기 위해 아버지가 지지하는 반대정당의 상원의원이자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아비스의 비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켄달이 사고를 거하게 치고 로건으로부터 CEO 자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제안을 받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로 아비스에게 손절을 선언하고 승계권 싸움에 뛰어든다. 오빠들 보다는 낫지만 사실 이 여자도 쉽지 않은데, 아버지로부터 대략 3~4년 동안 경영 수업과 해외 경험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자 로먼과 켄달은 낙하산으로 꽂아 주고 왜 나는 수업을 들어야 하냐며 불평을 쏟아낸다. 사실 충분히 억울할 만한 상황이지만 아무런 경험이나 별다른 지식도 없이 CEO가 되겠다는 걸 보면 이 여자도 도긴개긴이다. 공사구분도 심각하게 못하는데, 자신을 테스트 하기 위해 로건이 차기 CEO로 시브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를 공개 석상에서 자신이 차기 CEO라고 말하는 등 그야말로 뭐가 똥이고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거기다 확실한 것도 아닌데 샌디에게 이사회에서의 의결권 4석을 줄테니 본인을 CEO로 지지해 달라고 하는 등 그야말로 머리가 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다 시브는 샌디와 스튜위가 켄달을 밀어줄 공산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물론 당시 샌디와 스튜위가 웨이스타를 향해 적대적 매수를 하여 강제 합병시키려는 상황이었고, 시브의 협상이 아니였으면 웨이스타는 그대로 합병당할 뻔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좋은 전략이 아닌 것 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덜떨어진 얼간이들이 CEO자리를 놓고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것이 이 드라마의 주된 플롯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석세션의 아이덴티티는 과연 무엇일까?




비극적인 풍자 코미디


석세션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비극적인 풍자 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다. 엉망진창인 가족관계, 감춰왔던 회사의 사건사고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아들인 켄달을 희생량으로 삼으려는 로건 로이, 아버지에 맞서 CEO 자리에 오르려 하지만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켄달 로이(살았다는 해석도 있으나 죽었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 아버지의 냉혹함을 보고도 켄달의 편을 들어주기는 커녕 도리어 로건에게 잘 보일 생각만 하는 시브와 로먼은 극중에서 비극성을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 극은 하나의 코미디이기도 하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bgm에 묻혀서 그렇지 게이 비디오와 같은 엉터리 사업안을 혁신이라고 우겨대거나 작전이라고 해봐야 로건의 비위 맞주기나 응석부리기가 전부인 로건의 자녀들, 자녀들이 무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회사의 고위직으로 임명한 로건을 생각하면 이 극은 그야말로 코미디가 따로 없다. 거기다가 난데없는 줌인과 줌 아웃은 코미디적인 연출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마치 카메라맨이 직접 극중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풍자적인 요소 역시 함유하고 있는데, 정부와 결탁한 언론사, 낙하산 인사 문제, 사내 부조리에 대한 묘사가 끝임 없이 나온다. 또 한 가지 칭찬할 점은 그러한 풍자적인 면이 전혀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고 알맞게 극중에 녹아들어있다는 거다.




셰익스피어가 쓴 것 같은 왕족으로 태어난 광대들의 총성없는 전쟁, 석세션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