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사 오늘 나가지?”
“예. 8시 뉴스에 나올 겁니다.”
“쯧. 말세다, 말세야. 로봇 팔에 심장도 기증하고. 그게 실제로 가능은 하고?”
서울 중구. 언론사 단지 식당 인근. 담배 한 대 빨면서 듣기 좋은 이야기.
“찌라시 때문에 주가 떨어지던데, 거짓말인 줄 알았지.”
“저 묵혔다가 마이너스 났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팔아야 했는데.”
“로봇에 심장 달아서 어디에 쓰려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쪽 무인카페에 납품하는 그거죠?”
“어. 가서 커피 한 잔 뽑자.”
남자들은 담배를 다 태우고서 필터만 남은 꽁초를 바닥에 툭 떨구고 사라졌다.
도둑질의 정의란 무엇일까? 남의 것을 빼앗고 훔치는 행위일까? 그렇다면 누군가 자발적으로 흘린 이야기를 줍는 행위를 도둑질로 정의할 수 있을까.
아무튼간 좋은 소재를 얻었다. 스마트 워치에 녹음 기능을 끄고 손에 들고 있던 액상형 전자담배를 주머니에 넣었다. 8시 뉴스보다 빠르게, 7시에 터트리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지금부터 자료를 준비하고 편집하려면 시간이 부족했지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안드로이드에게 심장을 기증한 공학자?! 그 로봇의 정체는 무인 카페용 로봇 팔! 나 믿지 형들? 오늘 밤 7시, 내가 기가 막힌 거 들고 온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자 천천히 반응이 오른다. 오늘이 바로 내 채널이 떡상하는 날이 될 거다.
***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과 협업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무인 카페의 로봇 팔이라고 불리는 파츠형 안드로이드에 심장을 기증한 공학자 소식 전해드립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깔끔하고 단정한 목소리. 신뢰성을 높이는 공신력 있는 언론사. 오늘 내가 물어온 소식은 대박이었다.
“보셨죠 여러분? 8시 뉴스에 나올 법한 소식 아닙니까. 제가 여러분들이 궁금한 점, 언론에서 숨기는 점 싹 다 긁어모아서 드렸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리며! 여러분들의 후원이 더 좋은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할 수 있게 합니다.”
라이브 방송에서 처음으로 찍힌 수천 명의 시청자 수. 미친 듯이 돌아가는 도파민을 누르고 최대한 전문성 있어 보이는 척 아나운서를 따라 낮고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봤자 변조된 목소리로 나올 게 뻔했지만.
라이브 댓글은 처음으로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올라갔다. 읽어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있었다.
[ㅇㄱㅈㅉㅇㅇ?]
[근데 로봇에 심장을 어떻게 이식함? 기술적으로 가능함?]
[이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 아닐까요?]
[?]
[ㅅㅂ 주식은 왜 떨어지냐… 존나 물렸네ㅠㅠ]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들 사이에서 눈에 걸리는 내용들.
“오늘 영상 '좋아요' 수가 10만 개가 넘으면, 이 공학자의 유서를 공개하겠습니다! 다들 좋아요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진짜 기자들은 공개할 수 없는, 윤리 강령으로 인해 막아뒀던 유서의 내용. 하지만 당사자인 공학자는 이 유서를 세상에 공개하길 원했다.
[사람의 죽음을 이렇게 소비하다니 저급하다]
스쳐 지나가는 댓글을 무시하고 올라오는 슈퍼챗을 보며 웃음을 참았다. 그래서 니들이 뭘 할 수 있는데? 어차피 휴대폰 앞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타자 치는 건 똑같잖아.
***
어제 '좋아요' 수 공약은 성공적이었고, 폭발적인 반응으로 하루 만에 12만 '좋아요'가 찍혔다. 영상은 인기 급상승 동영상 27위로 시작해서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였고 현재 19위로 상승했다. '좋아요' 수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보였다.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부르며 공학자의 유서를 공개하는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작업 전 확인할 내용이 없는지 유튜브 업무용 메일함을 확인했다가 제목 없이 보내는 이의 주소가 적힌 메일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unnamed@softcore-mail.com]
소프트코어는 공학자가 생전 마지막까지 근무했던, 심장을 받았다는 로봇 팔의 제작사였다.
어떤 악성 코드가 있을지 몰라 찜찜했다. 제목은 공란이고, 미리 보기로 보이는 내용은 없었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필시 메일을 클릭해야 했다. 이게 피싱이 아닌지 고민해 봤지만, 메일 형식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약간의 생각 끝에 아무것도 없는 공기계를 켜고 데이터와 VPN을 사용해서 메일을 열었다.
[심장이 필요한 이유란 무엇일까요.]
본문은 딱 한 마디의 질문밖에 없었다. 어그로였나, 약간의 허탈감과 기묘한 불편감이 소용돌이쳤다.
“썅 괜히 쫄았네. 뭐 이런 메일을 보내냐?”
유튜브를 운영하며 생긴 버릇인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그 말을 들을 사람은 없었지만, 일단 뱉으면 쓸데없는 불안이 눌러졌다.
그래, 괜히 쫄았던 거다. 아무 일도 아닐 거다.
어그로 메일을 무시하고 영상을 제작했다. 그 이후에 같은 주소의 메일로 오는 내용은 없었다.
다만 내 안에 생긴 찜찜함이 영상을 만들면서도 머릿속을 계속 헤집었다. 심장이 왜 필요하냐니, 너무도 당연한 질문이었다. 생존에 필요하니까 달려있겠지. 누가 그 이유까지 생각해 가며 살겠는가. 의사한테나 물어볼 것이지.
영상을 만드는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결국 제작하던 파일을 저장하고, 공기계로 메일 답장을 보냈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걸까요? 직접 얼굴 뵙고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너무 과한 요청이었나 싶긴 했지만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거절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어그로라면 당연히 거절할 테니 더 이상 시간을 뺏기지 않을 거고.
곧 정규 영상 업로드 시간이 오기 때문에 이전에 제작해 둔, 예비용 이슈 영상을 업로드 예약 걸어뒀다. 유튜브 커뮤니티에 시청자들을 달래는 글을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루 만에 '좋아요' 수 12만이라니 ㄹㅇ 깜짝 놀랐다;; 형들이 원하는 정보 최대한 빠르게 편집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알지? 나 정보 오류 없이 꼼꼼하게 더블체크 하는 거. 오늘 업로드되는 영상 보면서 기다리면 금방 가져올 테니까 많은 관심 부탁할게~]
커뮤니티에 글을 업로드하니까 응원하는 댓글과 기다리기 힘들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 글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다. 하루이틀만 더 지나면 화난 원숭이 떼처럼 달려들며 영상 내놓으라고 아우성치거나, 다른 이슈 유튜버의 영상으로 갈아탈 게 분명했다. 이탈은 막아야 했다.
“아우 씹…….”
약간의 후회가 생긴다. 괜히 메일에 답장을 보냈나? 내 밥벌이하기도 모자란대, 굳이 신경을 썼나? 이슈 유튜버를 하면서 도덕이나 윤리에 대한 감각이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손톱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규칙적인 소리에 불안이 담겼다.
그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프트코어 메일 주소로 답장이 도착했다.
[열쇠 없이는 아무런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이거 뭐 하는 새끼지?”
들고 있던 공기계를 침대 위로 툭 던졌다. 답답함과 허탈감. 그리고, 의아함. 이 사람이 뭘 원하길래, 내게 무엇이 필요해서 메일을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소프트코어의 공식 메일로 업로드를 막는다거나 유서 공개를 저지하는 게 아닌 질문을 하고 열쇠를 찾으라는 수수께끼를 내는 게 승부욕을 자극했다.
“그래. 좋아, 한번 인터뷰해 보자고.”
까짓것 그 열쇠라는 걸 한번 찾아서 어그로인지 아닌지 밝혀줄 테니까 기다려라, 언네임드.